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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송 일본인 아내들의 "비참한 생활" 편지 공개

한국인 남편을 따라 북송선을 타고 가 북한에서 살고 있는 일본인 아내의 귀향운동을 벌이고 있는 이께다 후미꼬 여사는 22일 기자와 만나 그들이 새로이 보낸 7통의 편지를 공개하고 “조총련의 협박과 일본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를 무릅쓰고 이 운동을 일본의 범국민적 운동으로 확대해가겠다”고 말했다. 일본인 아내 자유왕래실현운동본부 대표인 이께다 여사는 “일본정부가 북한과 국교가 없기 때문에 문제해결이 어렵다고 하나 북송 자체도 국교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실현되지 않았는가”고 반문하고 “일본정부의 북한에 대한 강경한 요구가 시급하며 일본정부가 마땅히 책임을 져야할 일”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날 공개된 편지는 모두 일본에 살고 있는 부모, 형제 등 가족에게 보낸 것으로 대부분 경제적인 궁핍과 언어의 장벽 속에 냉대를 받으며 살고 있는 자신의 처지를 눈물겹게 호소하고 있다. 한 부인은 일본에 있는 언니에게 “생각지도 못하던 조선 구석에서 말도 못해 괴롭기 짝이 없다”고 말하며 조미료, 옷감, 사카린 등 일본에서는 흔하기 짝이 없는 물건들을 보내달라고 말하고 있다. 또 한 부인은 할머니에게 “공장에 다니며 생계를 유지하는데 입고 갈 옷도 없으니 헌옷이라도 보내 달라”고 비참한 호소를 하고 있다. 50살의 한 미망인은 팔순의 노모에게 “남편이 죽고 난 뒤 살아갈 길이 막연하다. 일본에서 생필품을 보내주지 않으면 살아갈 길이 없다”고 눈물겨운 호소를 하고 있다. 대부분 자신의 절망적인 생활을 호소한 이 편지 7통을 공개한 이께다 여사는 사견임을 전제, “현재 한국에 체포된 창피스러운 2명의 일본인에 대해서는 인도주의를 내세워 석방을 요구하는 일본정부가 순수한 인도상의 문제인 일본인 아내 왕래 문제는 왜 방관하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하고 “이는 북한을 자극시키지 않으려는 의식적인 행위”라고 일본정부와 언론에 불만을 표시했다.
일본인 아내 자유왕래운동은 지난 3월 27일 동조자를 규합하는 신문광고에서 표면화됐는데 지난 2개월간 이께다 여사는 조총련으로부터 많은 위협과 방해를 받아오고 있었다. 이께다 여사 자신은 매일 여러 차례의 시비전화를 받고 조총련에 가입하라는 회유도 누차 받았으며, 2~3인조의 남자가 항상 집 주위를 배회했다고 말하고 이 운동의 회원들도 직장해고 위협을 받고, 사진을 찍히고 미행 당하는 등 고통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1974.05.24. 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