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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교원조합 결성준비위원회, “전국교원동지의 분기를 촉구한다”

5월 4일자 『영남일보』는 대구시 교원조합 결성준비위원회의 “전국교원동지의 분기를 촉구한다”라는 글을 보도하였다. 전국교원동지의 분기를 촉구한다 10여년에 걸쳐 20만 겨레를 공포와 불안과 암흑의 구렁텅이에 몰아넣던 자유당 독재정권은 그 횡포 무쌍한 죄상을 만천하에 폭로하고 드디어 쓰러지고 말았다. 국민주권을 짓밟고 경제를 농단하고 문화의 정상적 발전을 억압하고 법질서를 유린하여 국가민족을 독재정당의 제물로 희생시키고 언론 집회 결사의 자유와 평화적 시위의 권리까지 박탈하여 정상적 노동운동을 억압하고 일당전제 하에 종거(從居)시켜 전 민족을 질식 상태에 몰아넣고 나아가서는 정치에 가장 엄정한 중립을 지켜 양심과 진리에 따라 청소년을 교육하는 교원들에게까지 일당독재의 도구로서 협박과 공갈로 위협하고 그 잔학한 강도적 수법을 사용하여 전체국민이 저주하는 독재정권의 연명책으로 동원하였다
민중은 우매하지 않고 하늘은 무심하지 않다. 이 폭악 무쌍한 독재정권도 순수하고 정의와 정열에 불타는 우리 백만 학도의 자유시민적 권리투쟁에 의하여 드디어 쓰러지고 말았다. 아! 얼마나 통쾌한 사실이었던가! 그들의 고귀하고도 숭고한 피는 헛되지 않아 이 나라로 하여금 새로운 생명을 주었으며 영원한 장래를 약속하는 행복과 평화와 자유의 씨를 뿌렸다. 『선생님! 정의와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는 생명을 바쳐 싸워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하고 정열에 불타던 그 눈동자! 『비겁합니다! 선생님!』하고 외치던 그들의 울부짖음! 그들의 모습! 우리는 어찌 양심의 가책과 자괴가 없을 소냐. 전국의 교원 동지들이여! 우리는 먼저 경건한 마음으로 순국한 청년학도들의 명복을 빌며 부상한 애국학도들의 조속한 쾌유를 기원하자. 우리들은 백만 어(百萬 語)의 구구한 변명과 고식적인 자괴보다 오로지 실천적 행동으로써만이 그들에게 보답할 수 있다. 우리들은 언제까지나 회의 순순 주저만 할 것인가. 침체한 자리를 박차고 우리들도 진정한 교원의 권리를 찾자. 그들이 갈망하는 올바른 민주학원을 건설하여 이 나라 민주주의의 교두보를 구축하자. 우리들은 단결하자. 그리고 투쟁하자! 단결과 투쟁만이 민주학원을 건설하는 길이다. 떳떳하게 우리들의 권리를 만천하에 선언하자! 이념상으로 상정되고 법률상으로 규정된 우리들의 의무를 완수하고 나아가서 사회적 지위향상을 부르짖자!
그리하여 진실한 민주학원 쟁취의 역군이 되자. 우리들의 정치적 중립성과 교육의 자주성은 여하한 억압으로서도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들은 4.19 학생 국민주권투쟁의 성과를 보장하기 위하여 자유시민적 권리투쟁에는 솔선 참여할 의무와 권리를 갖자. 오직 이 길만이 민족의 앞길에 뿌린 그들의 피에 보답하고 속죄하는 길이다. 전국방방곡곡에서 지역별 교원노조를 조속히 조직하자! 그리하여 전국교원노조연합체의 결성을 기약하고 총궐기하고 총 단결하자. 우리들 뒤에는 2천만 겨레의 성원이 있고 백만 학도의 외침이 있다. 여하한 폭력과 탄압도 불길 같은 우리들의 이 권리의 외침을 막지 못한다. 권리는 싸우는 자에게만 주어진다. 피로써 싸워 얻은 이 권리를 우리들은 피로써 지켜나가자! 우리들의 강철 같은 조직과 정열과 투쟁으로써 민주학원을 쟁취하자!
1960년 5월 일
대구시 교원조합 결성준비위원회
출처 : 『영남일보』 1960. 5. 4 석1면 ; 『대구매일신문』 1960. 5. 5 1면 하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