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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 재선거의 다양한 부정 선거운동 양상

동아일보』는 재선거가 치러지는 영주의 선거 풍경을 자세히 보도하였다. 현지 특파원 보도에 따르면 영주 지역 1만 7천여 명의 유권자는 “보지도 듣지도 말라”는 지령속에서 선거전을 치르고 있다. 영주 지역에는 자유당 공천자 이정희, 민주당 공천자 황호영, 반공투위 중앙조직부장인 무소속 박용만이 출마하였는데 특이한 것은 자유당민주당이 치열한 공방 속에서도 무소속의 박용만 만은 당선시키지 말자는 것에 동의한 것이었다. 자유당민주당은 함께 “우리 당을 지지할 수 없으면 차라리 반대당을 당선시켜달라”고 외치며 무소속 박용만을 견제하였다.
그러나 영주 재선거의 특이한 점은 무엇보다 공무원들의 선거운동이었다. 공무원들은 각자 3명 또는 5명의 유권자를 포섭할 것을 지시받았다. 자유당에 투표할 수 있는 사람을 포섭하고 그 명단을 제출하라는 것인데, 자유당은 제출된 명단을 받아 사후 조사도 철저히 하였다. 실제 영주 지역의 한 학교 교감은 명단을 제출한 후 다른 지방으로 좌천되었다. 제출한 포섭자 명단에 신(新)국가보안법 제정에 반대한 인사 등 포섭되지 못 할 사람의 명단이 무성의하게 쓰여 있었다는 점이 그 이유였다.
그뿐 아니라 공무원들은 주변의 지인들에게도 협박성 회유를 계속하도록 했는데 실례로 한 민주당 간부가 탈당성명서를 낸 데에는 공무원 친척의 끊임없는 애원이 뒤에 있었다. 민주당과 손을 떼지 않으면 직장을 잃을 것이라고 애처롭게 애원하여 결국에 수용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것이다.
이는 소위 ‘구들장 선거’와도 연결되었다. 구들장 선거란 투표를 투표소에서 하지 않고 자기집 온돌방에서 한다는 뜻으로, 결국 기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 구체적 방법은 다음과 같다. 자유당에서 유권자 성분을 조사하다 친야당파를 발견하면 그 사람의 주위를 살펴 친척이나 인척 중에 공무원이 있는지 조사한다. 자유당은 그 공무원을 시켜 자신의 목이 달아난다며 친야당계 인물에게 의견을 바꿀 것을 요청한다. 이런식으로 계속 요청하게 되면 야당계 인물에게서 ‘알았다’는 소리가 나오게 된다. 그 말을 들은 공무원은 즉시 그 결과를 보고한다. 그러면 자유당은 야당을 지지하는 인사와 친분이 있는 다른 사람을 그에게 보내어 의견을 바꾸어 주어 고맙다는 인사에 이어 야당 측에 투표하지 않겠다는 증거를 대라고 반농담조로 이야기한다. 이때 친야당 인사는 투표용지에 기표한 것을 보여주겠다고 대답하게 된다. 그는 이 대답을 놓치지 않고 공명선거에 배치되니 다른 방법으로 하자고 하며 투표소에 들어갈 때 사용하는 번호표를 달라고 한다. 귀찮게 투표하러 갈 것 없이 번호표를 달라고 해 번호표를 받으면 목표를 달성한 것이다. 회수한 번호표는 대리투표로 사용하지 않고 그대로 태워버려 민주당에 갈 표 하나를 없애버리는 것이다. 따라서 번호표를 회수당한 사람은 구들장 투표를 한 셈이 되는 것이다.
영주에서는 이같은 공무원의 포섭 작전 외에도 믿기 힘든 부정선거 풍경이 많았다. 대법원에서 영주 지역 재선거를 판결한 직후, 영주에서는 ‘수해 구제미’란 명목으로 갑작스런쌀 배급이 있었다. 가난한 이들은 물론 이를 반겼지만 가난한 이들 모두에게 쌀을 배급해 준 것이 아니었다. 당연히쌀 배급을 받아야 할 아주 가난한 어느 가정은 민주당 간부집과 아래위에 위치해 있어 민주당과 친할 것이라는 단순한 이유 때문에 마을에서 유일하게 쌀 배급을 받지 못한 웃지 못 할 일도 있었다.
이밖에도 여러 선거방해가 이어졌다. 최인규 내무부장관이 영주 지역에 내려와서 강연회를 하는데 민주당원은 물론 야당지 신문기자도 출입을 거부당하였다. 무소속 박용만과 민주당 황호영은 선거용 지프차를 압수당해 선거운동에 차질을 빚었으며 민주당은 선전물 인쇄를 부탁한 곳에서 인쇄를 거절당해 타 지역에서 인쇄를 해와야하는 실정이었다.동아일보』1960. 1. 15 석3면, 1960. 1. 16 석3면
한편 민주당 공천자 황호영은 영주군수와 풍기면장, 영주경찰서 경사등 3명을 15일 대구지검에 고발하였다. 고발장에 따르면 영주군수와 풍기면장은 재선거 공고 전인 1959년 12월 14일 풍기면에서 공무원과 동네 반장등 300여 명이 참석한 공무원대회를 열고 자유당의 필승과 자유당 공천자인 이정희의 업적을 찬양하는 사전 선거운동을 하여 선거법 제44조와 제45조를 위반하였다. 또한 영주경찰서 사찰계의 경찰은 1959년 11월 28일 민주당 감찰위원을 경찰서로 소환해 민주당 탈당을 강요하고 민주당의 선거운동을 못하게 위협을 하여 선거법 제15조와 형법 제128조를 어겼다.『동아일보』1960. 1. 17 석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