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인천에서 조병옥·장면 첫 정견 발표회 개최
우리나라 정치가 병든 지는 이미 10년이 지나 이제는 썩은 정치가 되고 말았다. 4년 전 정권이 바꾸어지기 10일 전 해공이 돌아가셨기 때문에 다시 4년을 참아야 했었다. 지난 4년이 지루했었고 지칠대로 지쳤다. 4년 전에 ‘못살겠다 갈아보자’고 외치던 우리가 지금은 ‘죽나사나 결판내자’고 외치면서 나라를 건지려 한다.
이 나라에는 언론·집회·결사의 자유가 짓밟히고 있을 뿐 아니라 야당 국회의원들은 전과자처럼 박해를 받고 있다. 이 나라가 누구의 나라이기에 누구는 누구를 쫓는가? 자유당 정부는 실업자와 농어민이 헐벗고 굶주리고 있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속수방관하고 집권계속에만 눈이 어두울 뿐이다. 정치를 이렇게 하고도 정권을 그대로 가지려는 염치 모르는 그들을 우리의 손으로 수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민주당은 정권교체가 되어도 자유당과 공무원에게 복수하지는 않는다. 이제야 민심은 결정적으로 정권교체를 갈망하고 있다. 민주주의가 최후의 단계에 직면한 이 위기에 미국병원에 누워있는 것이 국민에게 죄송하다. 몸은 월터리드에 있어도 마음은 여러분과 함께 있으며 피투성이가 되어 싸우는 여러분의 처절한 모습은 눈에 훤하다. 몸이 어지간만하면 고국에 달려가서 민권탈환에 내 남은 생명을 바치겠다. 장충단공원 소식을 듣고 나는 눈시울이 뜨거웠다.
우리 국민이 잘 살려면 4년 만에 한번 있는 대통령과 부통령을 잘 뽑는 도리밖에 없다. 자기의 양심대로 공정하게 표를 찍어서 나라를 바로 세워야 한다. 해방이후 우리는 26억 불의 막대한 미국원조를 받았으나 일반시민에게는 아무런 혜택이 없었다. 대기업가나 자유당에 헌금하는 사람들만이 막대한 이윤을 보았고 그 돈이 또한 자유당의 정치자금으로 흘러가고 있다.
자유당 정부는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탄핵재판소를 한번도 열지 못하도록 참의원을 구성치 않고 있다. 이는 법치에 위배되는 일이다. 과거 부통령이 한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아무것도 한 일이 없다. 그 이유는 부통령으로서 대접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일 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첫째 시달리고 시달린 우리 민주당은 이제 더 이 정권 밑에서 참을 수가 없다. 우리는 우리의 살길을 찾아 일어서야겠다. 여러분은 하느님이 준 권리를 지켜주겠는가? 둘째로 민주당이 집권하면 민권을 존중하겠다. 셋째 민주당은 집권 후 공명선거를 보장하겠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말할 자유조차 없으며 공명선거는 찾아볼 길이 없다. 자유당은 대일외교에도 완전 실패하였다. 학생들과 시민들을 송북(送北)반대 데모에 동원하였으나 무슨 효과가 있었느냐? 나는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을 바로잡아서 양심에 어긋나지 않는 정치를 할 것을 하느님에 맹서한다.
민주당의 첫 번째 정견발표회에 시민 참석을 막기 위한 방해 형태도 갖가지로 등장하였다. 자유당과 정부는 “듣지말고 보지말자 야당강연”이란 구호로 시민들이 민주당 강연회에 참석조차 못하도록 방해하였다. 우선 강연날인 14일은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인천 시내의 전체 공무원들에게 오전 8시 30분까지 출근 명령이 내려졌다. 노동조합 및 각 업종별 조합에서도 조합원들이 정견발표회에 나가는 것을 방해하였고, 각 동회에서는 윷놀이를 하며 시민들이 발표회에 참가하는 것을 간접적으로 제지하였다.
강연장으로 사용된 인천중학교의 학생들도 전교생 극장 관람으로 학교에 나오지 못하도록 하였다. 강연장으로 향하는 경인가로에는 아침부터 경찰들이 나와 통과하는 차량을 주시하고 통행을 제한하기도 하였다. 강연 도중인 오후 1시 30분 경엔 인천 특무대 소속 중사 2명이 강연장으로 들어오는 군인들을 끌어내 위협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민주당의 첫 번째 정견발표회는 조직적인 방해 속에서 치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