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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및 이화여대 학생들, 정부에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 시위

전 평화시장 종업원 전태일의 분신자살을 계기로 11월 20일 오전 11시를 기해 평화시장 종업원, 서울 시내 각 대학 학생회 및 각 청년·종교단체 공동주최로 교정에서 전 씨의 추도식을 가질 예정이었던 2백여 명의 서울대 법대 학생들은, 학교당국의 강력한 만류로 옥신각신하다 11시 40분경 법대생들만으로 추도식을 강행, “전 씨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말자”고 외치며 정부당국에 근로조건을 개선해줄 것을 촉구했다. 한편 이 추도식에 참여하려던 서울대 문리대 학생 1백여 명과 이화여대 학생 30여 명은 경찰에 의해 곤봉으로 구타당했다. 경찰은 서울대 총학생회장 노동일 군 등 40여 명을 연행하고, 취재하던 기자들에게도 “까불면 잡아넣겠다”고 폭언했다.『동아일보』 1970.11.20. 7면; 『경향신문』 1970.11.20. 7면; 『조선일보』 1970.11.21. 7면; 『중앙일보』 1970.11. 20. 7면; 『한국일보』 1970.11.20. 7면; 『대학신문』 1970.11.23. 3면; 『민주전선』 1970.11.30. 2면; 『연세춘추』 1970.11.23. 3면; 『자유의 종』 6, 1970.11.30, 1면 공동결의문 오늘 서울 시내 각 대학 학생대표, 각 청년·학생·종교·단체 대표는 모든 근로자의 스승이며 모든 청년의 스승이며 또한 모든 종교인의 스승인 고 전태일 선생의 죽음 앞에서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1)전태일 선생께서는 평화시장 근로자들의 지옥과 같은 생활고를 타개하기 위해 줄기차게 투쟁해 오시다가 너무나 차가운 사회의 반응에 항의하여 ‘내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해 달라.’ 는 뼈저린 유언을 우리 모두에게 남기면서 5백만 근로자와 가난한 겨레의 설움을 한 몸에 안고 분신 자결을 하시었다.
그러나 모든 순교가 그러하듯이 이 죽음은 명백한 공모 타살임을 우리는 고발한다. 우리는 이 죽음에 있어서의 5대 살인자를 고발한다.
첫째는 ‘기업주’ 둘째는 ‘노동청’을 필두로 하여 근대화라는 미명 아래 모든 근로 대중의 참상을 심화시키며 또한 이를 은폐해 온 ‘정부’, 셋째는 근로자의 권익 옹호를 사실상 포기하고 정권 유지의 도구로 타락하고 있는 ‘한국노동조합 총연맹’, 넷째는 전 선생의 생전의 눈물겨운 투쟁에 철저히 방관하고 냉혹하게 외면하여 온 언론 관계자 및 노동법 학자를 위시한 ‘모든 지식인’, 다섯째는 우리들 자신을 위시한 ‘모든 사회인’이 그것이다.
2)이제 우리는 우리를 오늘의 사태에 이르게 한 다른 모든 살인자들을 책하기에 앞서 우리들 자신에게 엄혹한 비판을 가하지 아니할 수 없다.
우리는 이 비인간적인 현실을 바로 우리 이웃에 두고도, 다분히 소시민적인 안일에 빠져있었으며 이 어둡고 더러운 현실과 투쟁하는데 철저하지 못하였다. 우리는 현 정부의 인간 부재의 사이비 근대화 정책을 막아내지 못하였고 업주의 횡포와 노총의 범죄적 무사주의를 방치하고 말았으며 지식인의 비열한 현실도피주의를 시정하지 못하였다.
3)그리하여 우리는 참담한 심경으로 아래와 같이 결의한다.
①우리는 장기적으로 근로자, 농민 등 모든 빈민의 생활실태를 조사하고 숨겨지고 있는 참상을 전 사회에 고발하며 그들의 자기 보존을 위한 투쟁을 격려 지원한다. 또한 이를 위하여 우리는 민권수호학생연맹을 서서히 결성해 나아간다.
②당연한 과제로서 우리는 평화시장 지역과 타 지역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에 관하여 연합조사단을 구성하고 그 일차적 조사 결과의 보고와 아울러 각 대학은 내주 금요일 11시를 기하여 일제히 추도 집회, 각 종교 단체는 내주 일요일을 기하여 일제히 추도 예배, 추도 미사를 갖는다.
연락 관계로 이곳에 참석하지 못한 전국의 모든 대학 및 종교 단체는 이에 호응하여 줄 것을 호소한다.
③우리는 전태일 선생의 죽음을 암장하려는 철면피한 권력자들에게 항의한다. 저들은 이 죽음 앞에 참회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가족과 친지를 협박하여 관장 장례식을 치루었고 전 선생의 시신에 경의를 표하러 간 학생들을 체포하였고 온갖 불법한 수법으로 그를 추도하는 집회를 방해하여 왔다. 또한 우리는 모든 사회인들이 차제에 깊은 반성 있기를 호소한다. 특히 우리는 이 나라의 모든 문인 예술가들에게 이 의로운 죽음 앞에 그들의 작품을 바칠 것을 요구한다.
1970.11.20
서울 시내 각 대학 학생회장
각 청년 학생 종교 단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