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추도식 장소 불허로 좌절
이 뜻깊은 추도식을 방해하기 위하여, 추도식장인 시내 덕산동 소재 보현사 근방 길목에 자리 잡고 있어야만 했던 외부 세력에 사병화된 각 대학 교수 및 직원들(이름은 밝히지 않지만), 술집마다 성황을 이루어 준 낯설은 서글픈 군상들, 보현사 경내를 서성거리는 수십 명의 정보 형사들, 외부 세력의 공갈 협박에 의해 종교인의 긍지조차도 팽개치고 직접 행동대가 되어야만 했던 승려 및 지도교수님, 이때까지의 어떠한 집회에서도 볼 수 없었던 어마어마한 방해공작이 예상했던 대로 시시각각 닥쳐왔습니다. 저희들의 이 뜻깊은 집회를 불법집회로 규정짓고 체포 구금하겠다는 어처구니없는 넌센스를 한 귀로 흘려버리고 저희들은 추도식의 강행을 다짐하고 계속 항쟁했습니다. 그러나 점차 험악해지는 사태는 신성한 사원 내, 그것도 하물며 부처님을 모신 법당 내에서 집단 난투극까지도 각오해야만 하는 비극적인 불상사를 치르지 않으면 안 될 경우에까지 도달했습니다. 이에 저희들은 거룩한 그분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 모인 이 추도식장을 유혈적인 사태로 빚는다는 것은 오히려 그분의 거룩한 뜻을 모독하는 행위가 될 것 같아 눈물을 머금고 보현사를 철수하여 당일 저녁 시내 모처에서 예정했던 추도식을 거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