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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지법 판사들 정부 수습방안에 반발

사법권 수호 투쟁을 선언하고 집단사표를 낸 서울 민·형사지법 판사들은 2일 오전 두 판사의 독직 사건백지화하겠다는 정부 수습방안에 대해 “이 정도의 수습책으로는 문제해결이 될 수 없다”고 주장, 강경한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판사들은 “한 마디로 말도 되지 않는다. 법조계 전체가 망신을 당할대로 당하고 나서 근본적인 문제는 하나도 해결되지 않은 채 우리의 투쟁을 끝낼 수 없다”고 말하고 “우리의 진의는 동료 판사에 대한 동정시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 기회에 사법권의 침해사례를 시정함으로써 사법권의 독립을 이룩하자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형사지법 유태흥 수석부장판사는 “사법권이 침해받은 7개항목의 사례에 대한 대책은 왜 빠져있느냐. 두 판사의 독직사건을 불기소 처분하고 사법서사회에 대한 수사중지로 사건을 매듭짓자는 신 법무의 제안은 사건의 발단만을 해결하고 덮어두자는 것으로 7개항 건의에 대한 기본적인 문제는 전혀 터치도 되지 않은 장난 같은 짓”이라고 말했다. 유 부장판사는 “사법권에 대한 어떠한 침해도 하지 않겠다는 보장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판사들이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 민사지법 부장판사 5명은 이날 오전 박승호 수석부장판사실에 모여 정부 측이 제시한 수습방안과 이날 열리는 법원행정회의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는데, 이 자리에서 허규 부장판사는 “우리가 내놓은 7개항목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이 없다는 것은 사태를 수습하려는 것이 아니라 더욱 악화시키려는 처사로서 동문서답이다”라고 비난했으며, 박승호 수석부장판사는 “사법서사회 수사도 있는 부정을 묵인해주는 식으로 말하고 있다”고 분개, 이 사건도 계속 수사, 법원의 관련이 드러난다면 처벌을 해달라고 열을 올렸다. 박 부장판사는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도 발부받지 않고 강제수사를 하는 것은 혐의를 잡기 위한 보복 수사의 인상이 짙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판사는 “검찰 측이 사법서사회뿐만 아니라 어디라도 캐내 보복 수사를 할 테면 해보라”고 말하면서 “신 장관의 제안은 때리고 어루만지는 식”이라고 분개하면서 사법권을 더 이상 침해하지 않는다는 보장으로 검찰 측이 최소한 4, 5명의 관계검사를 징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파동의 불씨가 된 이범렬 부장판사는 이날 정상출근, 다른 판사들과 달리 이 문제에 관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한편 이날 검사들은 “법원과 검찰 간의 긴장 관계가 신 법무의 제안으로 매듭이 지어졌으면 좋겠다”는 의견들을 말했는데, 사건의 발단이 된 공안부 검사들은 월요일마다 열리는 정례부회를 내세워 이날 아침 최대현 부장검사실에 모여 회의를 했다. 또한 박종훈, 서정각 지검차장검사와 김용제 지검검사장은 이날 아침부터 김 검사장실에 모여 회의를 열었는데 보도진의 접근을 일절 못하게 해 회의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동아일보』 1971.8.2. 7면; 『매일경제』 1971.8.2. 3면; 『한국일보』 1971.8.3. 7면; 『국제신보』 1971.8.2. 7면; 『충청일보』 1971.8.3. 1면; 『매일신문』 1971.8.2.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