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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문리대 학생들이 교관단 철수를 요구, 학생 위협에 교관 철수

서울대 문리대 학생회와 대의원회는 30일 오전 11시 30분 4.19탑 앞에서 학생총회를 열고 군사교련 철폐교관단 철수를 요구하는 교내시위를 벌였다. 이날 총회에는 70여 명의 학생이 참가했는데, 이들은 “대학자주화운동 실현을 위해 군사교련과 학원사찰은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이어 “교관단은 즉각 철수하라”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교관단실로 몰려갔다. 이들은 당장 나가지 않으면 끌어내겠다면서 철수를 거부하는 교관들을 끌어내려 하였고, 결국 교관들은 선임장교 이승주 소령의 인솔 하에 교문 밖으로 나갔다. 교문 밖으로 나온 이 소령은 “물리적인 힘이 가해질 것으로 판단되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교문을 나온 것”이라고 침통하게 말하고, 미대 구내에 있는 서울대 학훈단장실에 들러 양창식 준장에게 사건의 경위를 보고했다. 이에 양 단장은 “교관단은 임명될 때 서울대 총장으로부터 강사임명장을 받았기 때문에 교직원이나 다름없으므로 교직원과 학생들 사이에 벌어진 이번 불상사는 학교당국이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리대는 낮 1시경 다시 교관단이 들어올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양 단장에게 통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에 앞서 학생들은 교관단이 스스로 교문을 나가자 대학본부 앞에 몰려가 구호를 외치다 12시 45분경 자진해산했다.『동아일보』 1971.9.30. 7면; 『경향신문』 1971.9.30. 7면; 『중앙일보』 1971.9.30. 7면; 『한국일보』 1971.10.1. 7면; 『대학신문』 1971.10.4. 3면 선언문 오늘날의 한국적 상황은 대학인의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60년대 이후의 모든 정치적 공황과 허구적 경제성장, 불신사회, 외래문화의 혼미는 한국의 앞날을 생각하는 젊은 지성에게 한없는 슬픔과 한없는 용기를 촉구한다.
가까이는 광주 민란, 8.24군난동, KAL빌딩 사건 등 일련의 사태가 주는 심각성은 현 집권층의 10여 년간의 누적된 제 모순과 부정부패 만연의 필연적 결과이며, 71년도 후반기에 당면한 경제적 파탄과 더불어 이제는 현 집권체제로서는 어쩔 수 없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자유, 민주주의의 이념은 이러한 것은 아니며, 여기에 모든 정치, 사회적 모순을 개혁하려는 우리의 투쟁의 당위성이 있다.
우리는 대학인의 투쟁정신을 확고히 하는 자세에서 모든 문제의 척결로서 군사교련철폐의 재투쟁을 천명한다. 8.24군난동의 실례가 보여주는 바와 같이, 현 집권층이 부정부패의 눈가림으로 위기의식을 조장하고 학원탄압의 촉수로서 대학군사교련을 실시하려는 의도는 명백한 것이다. 최근 대학원 김세균 형의 육사 교관 자격 취소라는 가증스런 작태는 교련 교관단의 학원 사찰이라는 음흉한 사건의 전모를 보여주고 있다.
이제 우리는 결단의 광장에 모였다.
우리는 제1차적 투쟁목표로 대학군사교련과 학원사찰을 뿌리뽑고 말겠다.
우리는 이것들이 대학자주운동의 실현의 최대의 암적 요소임을 자각하며 우리의 투쟁에 대학 내의 교수, 대학원생, 학생 모든 세력이 일치단결하여 나아갈 것을 굳게 믿는다.
이에 우리 전 문리대인은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1. 대학군사교련을 철폐하고, 교련 교관단을 추방한다.
1. 학원사찰은 여하한 형태로도 학내에서 존재할 수 없으며 이에 따르는 비상사태는 전혀 우리가 책임지지 않는다.
1. 학원사찰과 국민의 원부인 중앙정보부를 폐지하라.
1. 학원사찰의 분실인 지도과를 탈환하여 교수들의 손으로 넘겨주자.
1971년 9월 30일
서울대 문리과대학 학생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