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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교 연합, 「1977년 노동자 인권선언」 채택

명동성당에서 오후 7시부터 교회사회선교의회가 주최하여 신·구교 연합으로 진행된 ‘노동절을 기념하는 특별미사’가 봉헌되었다. 나길모·지학순 주교와 20여 명의 사제단이 공동집전한 이날 미사에는 2,000여 명의 신도들이 참석하였다. 지학순 주교는 강론에서 노동자들을 위한 인격적인 대우의 시급성을 강조하였다. 이어서 미사 후에 조화순 목사의 제의로 「1977년 노동자 인권선언」을 채택하였다.
기도회를 주최한 교회사회선교협의회는 신·구교 성직자들이 복음 정신을 사회 속에 심는 것을 그 정신으로 하여 발족한 단체다. 기쁨과 희망 사목연구소, 『암흑속의 횃불』 제2권, 가톨릭출판사, 1996, 224쪽.; 『한국민주화운동사연표』, 314쪽.
「1977년 노동자 인권선언」 기쁨과 희망 사목연구소, 『암흑속의 횃불』 제2권, 가톨릭출판사, 1996, 282-283쪽.
노동자의 인권은 천부적인 것이며 사회발전과 경제발전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러므로 노동자의 인권은 법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며 어떠한 이유로서도 침해할 수 없는 존엄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안보와 경제발전이라는 미명 하에 노동자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엄연히 존재하는 노동법을 위반함으로써 노동자에게 비인도적 고통을 가하고 있는 사례가 비일비재한 것은 심히 유감된 일이며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는 범죄로 간주한다.
노동력을 제공하는 노동자의 의사를 무시하고 기업주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노동 시간과 생산량에 무조건 복종하도록 강요하는 비민주적이며 봉건적 노사관계를 배격하고 자유인으로서의 대등한 노사관계를 요구한다.
노동자에게는 스스로의 권익을 위하여 단결할 권리가 있고 기업주와 교섭할 권리가 있으며 필요에 따라서 노동력 제공을 단체적으로 거부할 권리가 있어야 한다. 오늘 노동자 인권을 위한 신·구교연합기도회에 참석한 우리 노동자와 신도들은 국가의 장래와 노동자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하여 다음과 같이 노동자 인권을 선언한다.
1. 노동삼권인 단결권과 단체 교섭권 그리고 단체 행동권은 보장되어야 한다.
2. 노동자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는 국가보안법과 임시특례법, 긴급조치는 조속히 철폐되어야 한다.
3. 정부는 노사 간의 자율적인 교섭을 인정하고 그 결정권을 자유의사에 맡겨야 한다.
4. 수출이라는 미명 하에 1일 8시간 노동제를 무시하고 13시간 또는 그 이상의 노동을 강요하는 기업주와 경영인들의 불법적이며 비인도적 처사를 단호히 배격한다.
5. 우리는 근로기준법에 명시한 노동 시간, 휴식 시간, 주휴, 월차 휴가, 연차 휴가, 생리 휴가를 엄격히 실시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며 이를 거부하는 기업주와 경영인들을 배격한다.
6. 우리는 근로기준법 위반 업체를 그대로 방치함으로써 노동자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노동청 당국의 태만을 강력히 항의한다.
7. 우리는 기업주와 동조하여 기업의 불법행위를 동조하거나 묵인함으로써 노동자에게 피해를 주는 일부 노동조합 간부를 강력히 규탄한다.
8. 우리는 새마을운동이라는 미명으로 노동자에게 무보수 노동을 강요하여 자기 이익을 꾀하는 기업주를 강력히 규탄한다.
9. 정부는 최저임금법을 제정하여 기아임금에서 혹사당하는 노동자의 생계를 보장해야 한다.
10. 우리는 월 3만원(1일 8시간 기준) 이하의 노동임금을 기아임금으로 간주하며 조속한 인상을 요구한다.
11. 우리는 임시공, 도급공이라는 이유로 잔업수당, 특근수당, 야간수당, 퇴직금, 상여금, 산재보상금을 지불하지 않는 기업주를 강력히 규탄한다.
12. 우리는 종교단체와 관련이 있다는 이유로 각종 위협과 공갈을 자행하는 기업주와 경영인을 강력히 배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