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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교 성직자 및 재야인사 15명, 청계노조 폭력 탄압 규탄문 발표

신구교 성직자 및 재야인사 15명이 청계노조에 대한 폭력 탄압에 항의하는 내용의 규탄문 발표하였다. 김수환 추기경, 윤보선 전 대통령 등 각계 지도자 15명은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발표하여 “9월 9일의 청계천 사건은 현 정권이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존재하며, 어떻게 지탱해 나가는가를 백일하에 노정한 사건”이라 규정하고, 정부의 반민중적 노선을 반대하는 범국민적 결의를 단호히 표명하자고 선언하였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회, 『1970년대 민주화운동』 (Ⅲ), 1987, 1159~1161쪽; 이옥지, 『한국여성노동자운동사』 1, 한울아카데미, 2002, 327쪽; 『한국민주화운동사연표』, 322쪽.「(청계피복지부 노동조합 탄압에 붙여) 국민들에게 드리는 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회, 『1970년대 민주화운동』 (Ⅲ), 1987, 1160~1161쪽.
삼가 국민들에게 호소합니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인간의 생명이 경제성장과 수출증대의 도구로 전락하고 소수 특권층의 이익에만 봉사하는 현 정부의 정책으로 말미암아 수백만 근로자가 고통을 당해야 하는 일이 어찌 어제오늘의 일이겠습니까만, 지난 9월 9일 청계천 연변의 평화시장 일대에서 나이 어린 근로자들에게 자행한 경찰의 폭력적인 만행은 정부가 국민에게 지켜야 하는 기본적인 양심조차 공공연히 저버린 반국민적 처사이기에 이를 국민들에게 고발하는 바입니다.
9월 9일 1시경 수백 명의 청계천 근로자들은 그들에게 가해지는 정부의 온갖 탄압에 항거하여 빼앗긴 자신들의 어머니(1970년 근로자들의 인권과 복지를 위 해 분신자살한 고 전태일씨의 어머니)의 조속한 석방과 경찰에 의해 불법강점된 자신들의 배움터인 노동교실을 되찾기 위한 마지막의 몸부림으로 결사선언을 발표하고 노동교실로 모여들었습니다. 그 중 53명은 경찰의 포위망을 뚫고 노동교실로 들어가 농성하고, 밖의 근로자들은 경찰에 의해 폭행을 당하거나 연행되었습니다. 경찰 수백명이 농성근로자들의 요구조건을 묵살하고 연행해 가려고 교실로 끈질기게 몰려들자 이에 참다못한 한 근로자는 죽음을 각오하고 3층 창문에서 뛰어내려 큰 부상을 입고, 두 어린 여공들이 4층에서 뛰어내리려는 것을 동료들이 울며 붙잡아 위기를 모면하였고, 두 명의 근로자들은 동맥을 끊어 피투성이가 되었으며, 한 근로자는 요구조건을 들어달라며 할복을 기도해 교실이 피범벅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할복하고 동맥을 끊은 근로자들은 의식을 잃어가면서도 끝까지 자기들의 요구를 들어달라고 외치며 목숨을 건 싸움을 계속하였습니다.
위장된 번영과 성장 속에 자신의 배울 권리와 생존을 위해 죽음으로써 싸우는 이 대한민국의 순박하고 가난한 어린 동심들의 처절한 외침을 폭력과 기만으로 해결하려 하는 정부당국의 사기 행각을 국민 여러분들은 외면할 수 없을 것입니다. 피를 흘리며 전태일의 뒤를 이어 죽어가는 이 근로자들의 외침을 막기 위해 경찰은 그들의 요구조건을 들어주기로 약속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농성을 풀고 피투성이가 된 근로자들이 밤 10시경 교실 문을 나서자 경찰은 53명 전원을 연행해 가서 5명을 구속시키고 3층에서 뛰어내려 병원에 입원한 근로자는 불구속 입건하고 9명은 구류 15일을 때려 유치장에 가두어 버렸습니다.
이것이 소위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현 정부가 인간 최소한의 몸부림을 치는 나이 어린 근로자에 대해 행한 처사입니다. 전태일 한 사람의 목숨으로도 모자라 또 많은 근로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것이 현 정부의 노동정책이 되고 말았습니다. 폭력과 기만으로 생명체들의 요구를 묵살하는 이러한 비민주적 처사를 용납한다면 또 얼마나 많은 국민이 이 땅에서 정당하게 살 권리를 찾지 못한 채 죽어가야 하겠습니까?
이에 우리는 이러한 사대의 전실을 국민에게 알리며 국민적 양심에 다음의 사항을 호소하는 바입니다.
-다음-
一. 이번 청계천 9월 9일 사건은 현 정권이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존재하며, 어떻게 지탱해 나가는가를 백일하에 노정한 대표적 사건인바, 저들의 반민중적 노선을 반대하는 범국민적 결의를 단호하게 표명합시다.
一. 자신들의 기본권리를 찾기 위해 몸부림치는 근로자들의 운동을 마치 적에 대해 가하는 것과 같은 폭력으로 진압하는 정부의 탄압일변도 정책을 전 국민의 이름으로 규탄합시다.
一. 근로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경찰·정보당국의 무장 형사 개입은 국민의 인권을 암살하는 폭거인바 이에 굴하지 않는 국민적 의지를 다함께 표시합시다.
一. 노동운동에 대한 정부의 탄압 중지와 노동3권의 회복을 국민의 이름으로 힘차게 요구합시다.
一. 수많은 근로자들의 피땀어린 돈으로 살을 찌우면서 근로자의 아픔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조차 없는 상충 어용노조간부들을 노동조합에서 추방합시다.
一. 근로자를 모독한 검사를 비판하였다고 해서 법정모독의 혐의로 재판받는 고 전태일 모친과 9월 9일 사건으로 구속 입건된 근로자들이 조속히 석방되고 2만여 청계천 근로자들의 배움터인 노동교실이 다시 그들에게 되돌려지도록 아낌없는 후원을 보냅시다.
一. 스스로 각성된 힘으로 자기의 기본권리를 찾기 위해 싸우는 근로자들을 우리 모두 지원하고 고통을 당하는 근로자의 아픔에 국민 모두가 동참하여,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누리는 밝은 새 사회를 쟁취하기 위해 다함께 전전합시다.
이 문헌을 혼자만 보시지 말고 돌려가며 읽어보시기 바라며, 가능하면 복사·프린트 또는 인쇄까지라도 해서 여러분들이 볼 수 있도록 하시면 더욱 감사하겠읍니다.
1977년 9월 20일
김관석(목사) 김수환(추기경) 김재덕 (주교)
경갑용(주교) 나길모(주교) 박정일(주교)
박형규(목사) 안병무(신학자) 윤공희(주교)
윤보선(전대통령) 조남기(목사) 지학순(주교)
최세구(신부) 최재선(주교) 함석헌(종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