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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농민회, 농민 문제 관련 성명서 및 결의문 발표

가톨릭농민회가 21일 개최한 ‘추수감사제’ 등 행사가 22일까지 이어졌다. 가톨릭농민회는 이날 「함평 고구마사건을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서와 「책임 농정을 구현하라」라는 제목의 결의문을 채택, 발표하였다. 기쁨과 희망 사목연구소, 『암흑 속의 횃불』 제2권, 가톨릭출판사, 1996, 235쪽, 378~380쪽, 380~382쪽.「책임 농정을 구현하라」
농민의 피와 땀으로 이룩한 주곡 자급달성의 대가는 사상 유례없는 대풍을 맞았으면서도 참으로 사상 유례없는 기근 속에서 농민들을 신음케 하고 있다. 금년도 정부의 추곡수매정책은 농민의 생산 의욕을 증진시키기는커녕 한계 생산비의 절반도 못 미치는 곡가정책으로 계속적인 출혈만을 강요하고 있다.
이제껏 우리 농민은 빈곤과 천시 속에서 제도적으로 인내와 굴종만을 당해왔다. 보라! 조국 근대화의 미명하에 농민에 대한 기만정책은 인간으로서의 품위와 존엄성을 여지없이 유린하고 있다. 일반벼 못자리를 짓밟고 대리경작법, 산림법 등 온갖 법으로 위협하면서 강제 권장한 통일벼 증산에 대한 보답은 생산량에 절반도 못 미치는 제한수매로 천대받고 있다.
농민의 이익을 무시한 획일적인 지시와 강압적 명령 일변도의 관료적 횡포는 날로 심화되어 농민의 주체성을 압살하고 있다. 살인적인 저곡가 정책은 농민들의 기본적인 의식주조차 위협하고 노동자들은 다시 저임금으로 허덕이고 있다.
자연의 온갖 재해와 해마다 증가하는 병충해 방제를 위해 생명을 위협하는 농약 공해 속에서 이룩한 주곡 증산이 아니었던가!
시차제, 제한수매 등의 추곡수매정책은 산지 곡가를 무참히 하락시켰다. 연내 농협의 농자금 상환 독촉은 성화같고 상환 강제집행의 위협은 농우와 토지까지 팔아야 할 형편으로 압박하여 가난과 소외를 극복하려는 농민의 의지를 잔인하게 짓밟고 있다.
이러한 제도적 상황 속에서 농민의 경제, 사회적 권익옹호와 지위향상을 위한 농협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막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남 함평군 고구마사건, 비료도입 부정사건, 강제출자 의무화, 농약강매 등에서 보는 바와 같이 농협 본래의 존립 의미를 상실한 채 반농민적 작태는 날로 노골화되고 있음은 실로 통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더욱이 농협의 관료적 속성은 민주·자립 ·봉사의 사명을 외면한 채 중앙집권적 운영체제화하여 농민의 머리 위에 군림하고 있다. 농협조합장 임명에 관한 임시특례법이 제정된 지 15년이 경과한 오늘, 아직도 농민의 민주 역량 부족이란 명목으로 계속 존속시키는 처사는 실로 농민을 우롱하는 처사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경자유전의 원칙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악덕 재벌들의 토지 투기와 특정 기업체를 비호하는 특권의 토지 강점은 유일한 생존의 터전인 땅으로부터 농민들을 강제로 추방하고 있다. 이제 경작할 토지마저 빼앗긴 농민들은 실업자, 날품팔이, 도시빈민으로 버림받아 가난과 질병과 소외 속에서 생존을 위협받고 있어 중대한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국민의 식량을 생산하는 가장 신성한 작업을 맡은 농만이 가장 비참한 처지로 전락하고 있다. 거짓 없는 노동으로 식량 증산에 심혈을 쏟아왔고 온몸을 바쳐 조국을 방위해온 대가가 인간 이하의 참담한 생활로 보답되고 있음은 이사회의 제도적 악의 결과로 단정한다.
따라서 더 이상 농민의 희생을 강요하는 모든 정책의 존속을 묵과할 수 없으며 농민의 권익을 배반하여 특정 재벌만을 살찌우는 모든 제도적 조치를 단호히 배격한다.
차제에 우리 농민은 스스로의 노력으로 이 모든 멍에에서 해방되는 것이 그리스도적 공동선을 구현하는 지상의 사명으로 굳게 믿고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우리의 결의
1. 정부는 농민의 일방적 출혈만을 강요하는 추곡수매정책을 즉각 폐지하고 농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책임 농정을 구현하라.
2. 농협은 함평 고구마 재배 농가의 피해를 즉각 보상하고 농협중앙회장은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
3. 농협 임시조치법을 즉각 철폐하고 모든 반농민적 악법을 폐기하라.
4. 비료, 농약, 농기구 등의 농자재값을 인하하고 반농민적 행위를 자행한 자들은 농민 앞에 사과하라.
5. 이상의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우리는 투쟁을 계속할 것이다.
1977.11.22.
가톨릭농민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