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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운동협의회, 인권 문제에 대한 원칙 서술한 「5천만의 인권을 생각한다」 발표

1978년 1월에 발족한 한국 인권운동협의회는 조직이 이제 도약 단계에 이르렀음을 선언하고 「5천만의 인권을 생각한다」라는 성명서를 통해 인권 문제에 대한 원칙과 협의회의 결의를 밝혔다.
협의회는 성명서에서 우리의 문제가 분단과 양극화의 상황에서 짓밟히는 오천만의 인권문제라 천명하고, 생존권, 사상의 자유와 권리, 표현의 자유와 권리, 결사의 자유와 권리, 저항할 권리 등을 지켜야 할 주요 인권 문제로 꼽았다. 협의회는 이어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독재, 남의 인권을 외면하고 자기의 권익만을 도모하는 이기주의, 국민이 없는 국가주의, 민중이 없는 민족주의, 물질의 가치를 인간 위에 놓는 사상과 풍조, 권력과 돈의 폭력 등을 인권의 적으로 꼽고, 인권을 되살리고 키우고 꽃피우기 위해 다음과 같은 결의를 밝혔다. ① 우리의 인권이 제도적으로 보장되도록 싸울 것이다. ② 우리는 인권문제에 민족사의 선상에서 내일을 바라보며 다가설 것이다. ③ 우리의 인권문제의 해결에 우리는 구조적으로 대처할 것이다. ④ 이 겨레의 자유와 권리가 남의 나라의 권익에 집단적으로 침해당하는 것을 우리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⑤ 인권운동에 대항하는 어떤 세력도 우리는 이를 반인간, 반민주, 반민족적이라고 규탄할 것이다. ⑥ 본 인권운동협의회에 가담했다는 이유 때문에 음으로 양으로 압력을 받는 일이 생기면 우리는 이에 집단적으로 대처할 것이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연구소 편, 『한국민주화운동사연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06, 338쪽.
5천만의 인권을 생각한다 기쁨과 희망 사목연구소, 『암흑 속의 횃불』 제3권, 가톨릭출판사, 1996, 258~260쪽.
1978년 1월에 발족한 한국인권운동협의회는 이제 도약 단계에 이르렀으므로 인권운동협의회 1차 조직 확대를 하면서 아래와 같이 우리의 뜻을 밝힌다.
1. 우리의 문제
우리의 문제는 남과 북으로 분단된 상태에서 뻗어나가지 못하는 우리 오천만의 인권이다.
우리의 문제는 두 다른 이념과 제도로 분열된 상태에서 기를 못 펴는 우리 오천만의 인권이다.
우리의 문제는 소수 지배자와 다수 피지배자로 대립된 상태에서 짓밟히는 우리 오천만의 인권이다.
우리의 문제는 소수 가진 자와 다수 못 가진 자로 양극화된 상태에서 죽어가는 우리 오천만의 인권이다.
이 나라가 분단된 채, 이 겨레가 분열된 채 서로 대립하여 양극화의 길을 치닫는 한 우리 오천만 겨레의 인권문제는 개선될 가망이 없다. 우리의 인권은 정권 안보를 위해서 끝없이 유린될 뿐이다. 우리는 이것을 분단 34년의 쓰라린 역사에서 눈물과 피와 아우성으로 확인하였다.
2. 우리가 한사코 지켜야 할 인권
첫째로 인권이란 굶어 죽지 않고 먹고 살 수 있는 생존권이다. 이 생존권은 만인에게 보장되어야 한다. 모든 사람은 능력을 따라 일할 기회를 가지며 수요를 따라 균등한 분배를 받을 권리가 있다. 그런데 이 땅에서는 나이 어린 여직공들에게 똥을 퍼먹여 공장에서 쫓아냈을 뿐 아니라 새 직장을 구할 길마저 막아버리는 천인공노할 인권유린이 자행되고 있지 않는가?
둘째로 모든 사람은 제 나름으로 생각하며 살 자유와 권리가 있다. 이 생각하는 자유와 권리를 빼앗기느니 보다는 차라리 생존권쯤은, 그것이 아무리 기본권이라 해도 헌신짝처럼 버릴 수 있는 것이 사람이다. 사람은 살아 있기 때문에 생각하는 존재다. 단순히 살려고 생각하는 존재는 아니다. 삶과 생각은 하나다. 삶은 생각의 표현이다. 그런데 이 나라에서는 생각하는 자유를 생명으로 삼는 대학교 교수들과 학생이 수없이 학원에서 쫓겨나고 투옥되고 있지 않은가?
셋째로 모든 사람은 제 생각을 말과 행동과 창작 활동으로 표현할 자유와 권리가 있다. 이 권리를 빼앗기느니 생존권쯤은, 그것이 아무리 소중하다 해도 개에게 주어버릴 수 있는 것이 사람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언론인들이 붓대를 빼앗긴 채 생존권의 위협마저 받고 있으며 김지하, 양성우 같은 시인들은 시의 내용 때문에 옥살이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
넷째로 모든 사람은 자기의 생존권을 지키고, 생각을 펴고,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결사의 자유와 권리가 있다.
다섯째로 모든 사람은 자기의 인권을 지키고 북돋우며 키울 의무와 함께 이를 빼앗고 짓밟은 자들에게 저항할 권리가 있다.
이상 말한 다섯 가지 권리는 모두 ‘나’의 권리다. 아무에게도 빼앗길 수 없는, 내가 행사해야 할 나의 권리다. 그러나 나의 인권이 소중한 만큼 ‘너’의 인권도 소중하다. 이 소중한 나와 너의 인권이 보장되려면 ‘우리’의 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우리는 이것을 우리의 인권이 무참하게 짓밟히는 아픔에서 깨달았다.
3. 인권의 적
첫째로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독재가 인권의 적이다.
둘째로 남의 인권을 외면하고 자기의 권익만을 도모하는 이기주의가 인권의 적이다.
셋째로 국민이 없는 국가주의가 인권의 적이다.
넷째로 민중이 없는 민족주의가 인권의 적이다.
다섯째로 권력과 돈의 폭력이 인권의 적이다.
4. 인권을 지킬 힘
저 거대한 인권의 적들과 싸우는데 우리가 길러야 할 힘은,
첫째로 정의와 진실의 승리를 믿는 신념으로 무장된 도덕력이다.
둘째로 민중의 자유로운 의사 표시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확신이다.
셋째로 이것을 자각한 민중의 단합된 힘이다.
5. 우리의 결의
휴전선 북녘에 있는 동포들도 우리의 뜻에 호응해 주기를 바라면서 이 남녘에서만이라도 죽어가는 인권을 되살리고 키우고 꽃피워야 한다는 절박한 사명감 앞에 서서 우리는 아래와 같은 결의를 밝힌다.
첫째로 우리의 인권이 제도적으로 보장되도록 싸울 것이다. 삼권분립, 노동삼권, 언론자유, 학원의 자율성, 창작 활동의 자유, 신앙과 선교활동의 자유가 회복될 때까지 우리는 전진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둘째로 우리는 인권문제에 임함에 있어서 민족사의 선상에서 내일을 바라보며 다가설 것이다.
셋째로 인권문제의 해결에 우리는 구조적으로 대처할 것이다.
넷째로 이 겨레의 자유와 권리가 남의 나라의 권익에 집단적으로 침해당하는 것을 우리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다섯째로 인권운동에 대항하는 어떤 세력에 대해서도 그들을 반인간, 반민주, 반민족적이라고 규탄할 것이다.
여섯째로 본 인권운동협의회에 가담했다는 이유 때문에 음양으로 압력을 받는 일이 생기면 우리는 이에 집단적으로 대처할 것이다.
우리의 결의는 확고하며 이는 아무도 깨뜨릴 수 없다. 이를 포기하는 것은 사람이기를 스스로 포기하는 일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의 인권운동은 우리의 숙원인 민족통일에 직통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아--
휴전선 북녘 남녘에 있는 겨레여 우리 다 같이
정의와 자유와 평등만이 우리의 마지막 소원임을 말하여
사람만이 소중한 사회를 이룩하고
믿고 사랑하며 서로 아끼고 소중히 여기며
자유롭게 평화롭게 기쁘고 행복하게 살아보지 않으려는가.
민족문화 창조에 새 불길을 붙여
인류 정신사에 빛나는 횃불이 되지 않으려는가.
1978.6.9.
인권운동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