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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연행된 사제들을 풀어 달라고 요구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전국에 있는 사제들을 대상으로 정부 당국의 감시, 미행, 연금 등의 사태가 발생한 것을 두고, 성명서 「일련의 보복조치를 규탄한다」를 통해 이들을 즉각 풀어달라고 요구하였다. 기쁨과 희망 사목연구소, 『암흑속의 횃불』 제3권, 가톨릭출판사, 1996, 50~51쪽.「일련의 보복조치를 규탄한다」 기쁨과 희망 사목연구소, 『암흑속의 횃불』 제3권, 가톨릭출판사, 1996, 152~153쪽.
1. 최근 당국은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인사들에 대하여 비열하게도 즉결심판에 넘겨 구류를 받게 하는 등 졸렬한 보복조치를 취하고 있다. 6월 19일, 원주에서의 김지하 구출을 위한 기도회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고은, 이호철씨 등 문인과 이부영, 김종철씨 등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소속 인사 등 9명을 즉결에 넘겨 20일 구류에 처한 것과 6월 22일 민주청년인권운동협의회 간부들을 역시 같은 방법으로 구류에 처한 것 등은 그 대표적인 실례라 할 것이다.
당국의 이같은 처사는 서울대 학생들이 6월 12일 시위에 돌입하면서 6월 26일 세종로에서 만나기로 한 것과 관련한 당국의 유치한 대응책임이 분명하다 할 것이다. 이것은 당국이 보복 조치의 한 방편으로서 계획적인 구류처분을 획책하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구류처분보다는 차라리 정식으로 입건, 재판에 의하여 공개적으로 처리해줄 것을 요구하며 아울러 이같은 치졸한 보복 방식을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
2. 우리는 인간의 기본적 인권을 억압하고 양심과 정의의 목소리를 침묵시키기 위하여 존재하고 또 그렇게 운영되는 현재의 법적, 제도적 장치를 인정할 수 없다. 또 설사 그러한 악법을 적용함에 있어서도 행위를 한 사람에게만 합당한 처벌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당국은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람을 단지 사건의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보복적으로 체포, 구속하고 있다.
우리는 그 대표적인 경우를 긴급조치 1, 4호 위반으로 무기징역형을 받아 광주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유인태군의 동생인 서울대 약대 4년생 유인택군의 경우에서 본다. 유인택군이 구속된 것은 오로지 그가 유인태군의 동생이라는 사실 때문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한 집안에서 둘씩이나 감옥에 처넣은 잔혹한 처사에 대하여 분개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러한 보복 행위가 거리낌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데 대하여 항의하지 않을 수 없다. 유인택군을 즉시 석방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요구다.
3.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6월 12일, 대규모 시위를 전개함에 있어 그들이 그들의 선언문에서 밝힌 요구와 주장은 곧 우리들의 그것이었음을 확인한다. 서울대 학생들이 그들의 캠퍼스를 빼앗기고 6월 26일 서울 세종로에서 집회를 가지기로 한 것은 그들의 정당한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데 대한 피맺힌 절규라고 우리는 본다. 또한, 그들의 주장과 요구가 현재의 언론에 의하여 차단되고 보도되지 않는 데 대한 항변이라고 본다.
당국은 이에 대하여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봉쇄 또는 탄압할 것이 예견되거니와 앞으로 나타날 모든 사태의 근원적인 책임과 또 현실적으로 야기될 모든 책임은 현 정부 당국에 있음을 우리는 분명히 밝혀 두고자 한다.
우리는 앞으로의 사태를 예의 주시하면서 거기서 나타날지도 모르는 당국의 악랄하고도 잔혹한 처사에 대하여 항의의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4. 6월 26일 서울대생의 시내에서의 집회와 관련, 6월 25일부터 전국에 걸쳐 신부, 목사 및 민주 애국인사들에 대한 출입을 통제하고 집집마다 3, 4명의 요원을 붙여 출입을 감시, 미행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실상의 연금행위는 서울대생의 집회에 참가 또는 참관을 봉쇄하기 위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게도 집회와 모임을 무서워 한다면 그만큼 현 정부는 패배주의에 사로잡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연금을 즉각 풀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1978년 6월 27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