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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국민연합’ 발족

문익환 목사, 윤보선 전 대통령 등이 주축이 되어 각계 인사 402명이 종로 5가의 기독교회관에 모여 ‘민주주의국민연합’을 발족하였다. 범국민적인 반유신 독재 연합전선으로서 민주주의국민연합은 402명 및 12개 재야 단체 공동서명이 이루어진 「민주국민선언」을 발표하면서 효율적인 민주화 투쟁의 전개를 결의하였다. 선언문은 ①유신체제의 타파 ②노동자 농민의 권익 옹호 ③자유언론 쟁취 ④모든 정치범의 석방과 복권 등 4개 항의 ‘투쟁목표’를 천명하였다. 국민연합의 결성을 방해하기 위해 정부는 함석헌, 박형규 등 재야인사 40여 명을 가택·연금시키고, 문익환 목사를 연행하였다. 그리고 민주주의국민연합의 가입자 전원이 조사를 받는 가운데, 공동의장이었던 윤보선, 김대중, 함석헌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민주화운동관련 사건·단체 사전 편찬을 위한 기초조사연구보고서 – 1970년대 간첩·노동사건·단체편』, 2003, 293~294, 543쪽;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1970년대 민주화운동과 기독교』,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1983, 343, 361쪽.「민주국민선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회, 『1970년대 민주화운동』 (Ⅳ), 1987, 1718~1719쪽.
이제 우리는 정부수립 30주년을 맞게 될 것이다. 이 나라 국민에게 있어 30년의 역사는 역대 정권의 억압적 독재와 수탈에 신음하는 치욕의 나날이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민주주의의 원리는 독재권력에 의하여 무참하게도 유린되어 왔다. 독재적 억압은 억압하는 집단이나 억압당하는 국민대중으로 하여금 다같이 인간성이 말살되도록 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3.1정신과 4.19 반독재민주구국투쟁의 정신을 오늘에 되살려 잃었던 주권과 인간성을 되찾고, 민주국민으로서 되씹고 있는 치욕을 씻고자 한다. 우리는 반독재 민주구국투쟁의 전체의 역정을 집약하고, 우리 시대의 모든 양심적 민주역량을 규합, 연대하여 조직적 민주구국 항쟁의 길로 나아가고자 한다.
1. 우리는 반독재 민주국투쟁에 하나로 뭉쳐 싸운다.
나라의 근대화는 주권재민의 민주주의 기본원리에 기초지워져야 한다. 억압의 체제와 그 제도적 장치는 민주국민의 항쟁을 통해서만 타파될 수 있다. 우리는 우리의 민주주의는 우리의 힘으로 건설한다는 기본적 입장에 서서 반독재 민주국민의 대연합을 이룩할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민주국민으로서의 양심과 주권의식을 갖고 있는 모든 국민은 떨쳐 일어나 우리의 대열에 동참할 것임을 우리는 믿는다.
2. 반부패 특권의 민생보장운동을 전개한다.
사상 유례없는 물가고와 가렴주구로 하여 민생은 도탄에 빠져 있으며, 부패특권의 무리들만이 당국이 외치는 화려한 성장의 단물을 독점, 독식하고 있다. 사회적 불균형의 심화는 국민 내부의 분열과 불신의 온상이 되고 있다. 부패특권의 경제질서 아래서 신음하는 민중, 특히 노동자와 농민, 도시 빈민과 봉급생활자의 생존권은 극도로 위협받고 있다. 우리는 노동삼권이 노동자에게 반환되고 농협이 농민의 것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는 민생보장 운동이 곧 반독재 민주화투쟁, 그것임을 직시한다.
3. 반매판 민족자립경제를 건설한다.
외세의존의 매판적인 경제 질서는 철폐되어야 한다. 진정한 자주는 자립적 국민경제의 건설로서만 가능하다. 이 나라의 노동자들을 이민족 자본의 노예로 전락시키는 정책적·제도적 장치는 뿌리뽑혀야 한다. 노동자의 수탈에 그 기반을 두고 있는 수출입국론은 철폐 또는 수정되어야 하며, 소수의 부의 축적을 위해 수탈당하고 있는 해외진출 노동자의 권익은 대한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4. 우리는 민족의 염원인 통일을 지향한다.
정권은 언제나 그들의 정권 안보를 위하여 민족 간의 분열과 적대를 조장해 왔다. 민족의 염원인 통일문제를 정권의 강화와 영구집권의 수단으로 악용한 현 정권은 통일문제를 담당할 능력도 자격도 없다. 안으로 전쟁 분위기의 의도적 조성과 비판세력에 대해 관제 공산주의의 탈을 씌우면서 밖으로 내세우는 현 정권의 허울 좋은 선전과 제스처는 또 하나의 기만일 뿐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통일문제는 마음으로부터 나오는 화해의 정신이 그 기초가 되어야 한다. 민족의 염원인 통일에의 접근은 민중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 민중의 참여와 창의가 보장되는 민주주의 실현을 통해서만 통일문제에의 접근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한다. 우리의 반독재 민주구국투쟁은 통일에로 가는 민족 의지의 표현이다.
5. 민주·민족언론과 교육을 이룩한다.
정권이 배급하고 통제하는 현재의 제도언론은 민주·민족의 자유 언론으로 대치되어야 한다. 현재의 독재와 억압에의 순응을 강요하는 교육은 그 밑바탕에서부터 민주·민족의 교육으로 변혁되어야 한다. 우리는 전남대 교수단의 「교육선언」과, 동아·조선위의 「민주·민족언론선언」을 지지한다.
6. 나라와 민족의 존엄을 확인하는 외교를 펼친다.
외교는 내정의 연장이다. 현재의 외교적 파탄과 국제적 고립, 나라 위신의 추락은 현정권의 민주질서의 파괴와 인권의 유린에 연유하는 것이다. 자주란 세계인류의 공동선에 부합하는 방향으로서의 것이어야 한다. 부정을 은폐하기 위한 선동적 자주성의 주장을 우리는 일축한다. 신식민주의 세력과의 결탁이 나라와 민족의 존엄을 해하는 제일차적 요소임을 우리는 분명히 알고 있다. 독재의 타파와 민주주의의 실현, 그리고 갈라진 민족의 대단결을 이룩하는 길만이 제3세계에 민족의 위신을 발양하고, 실추된 나라와 민의 위신을 회복하는 첩경이다.
우리는 국민의 저 깊은 마음으로부터 희망하고 있는 정의롭고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는 평화 사회를 건설하고자 한다. 1차적으로 당면 투쟁목표를 다음과 같이 설정한다.
1. 우리들이 지향하는 민주·민족·민생투쟁에 직접적이고도 최대 장애가 되는 현재의 이른바 유신체제를 타파한다. 모든 비민주적 악법과 인권탄압 장치를 철폐한다. 우리는 현재의 이른바 유신체제 아래서 이루어지는 일체의 선거를 거부하며, 또 인정치 않는다.
2. 우리는 독재권력의 채찍과 소수 부패특권의 수탈 아래 신음하는 노동자·농민들의 인간선언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노동자·농민의 권익옹호운동을 지원한다. 우리는 노동자·농민의 생존권 보장을 위하여 싸운다.
3. 오늘의 암흑상황은 권력의 제도언론장악에 그 원인이 있다. 우리는 자유언론의 쟁취를 위하여 우리의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4. 우리는 언제, 어떠한 죄목으로 투옥되었건, 현정권의 정치보복적 이기주의에 의하여 투옥된 모든 정치범의 석방과 그 복권을 위하여 싸운다. 또한 정의로운 행동과 발언으로 하여 쫓겨난 학생·교수·기자·노동자들이 각기 그들의 직장과 학원에 복귀되도록 하기 위하여 싸운다.
민주주의 만세! 반독재 민주구국투쟁 만세! 민생보장운동 만세! 민족통일 만세!
1978년 7월 5일
민주주의국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