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주메뉴 바로가기

글자 크기 조절

기독교도시산업선교회 외 3개 단체, 「9.22에 대한 우리의 결의」 발표

기독교도시산업선교회(도시산선)를 비롯한 3개의 단체가 「9.22에 대한 우리의 결의」를 발표하였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연구소 편, 『한국민주화운동사연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06, 345쪽.「9.22에 대한 우리의 결의」 기쁨과 희망 사목연구소, 『암흑속의 횃불』 제3권, 가톨릭출판사, 1996, 274~276쪽.
지난 9월 22일 종로 5가 기독교회관 2층 대강당에서 정기적으로 모이는 금요기도회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인천의 동일방직 해고 근로자들이 똥을 강제로 먹히운 채 거리로 쫓겨난 후 지금까지 계속되는 연행, 폭행, 구금 등 아직도 당하고 있는 괴로움을 연극으로 표현했습니다. 그들이 당해온 온갖 수모와 고통은 강당을 눈물바다로 만들었습니다.
이때 동일방직 근로자 수십명이 끝내 슬픔을 감당치 못하여 복직을 요구하는 프랭카드를 들고 거리로 뛰쳐나가자 대기중이던 기동경찰대에 의해 연행되었고 다른 사람들은 이미 합류치 못했습니다. 동지들을 악마의 손에 보낸 예배에 참석한 모든 이들이 "노동자의 생활권을 보장하라", "노동3권 돌려달라", "동일방직 해고 근로자를 복직시켜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강당 계단으로 내려오다 동대문경찰서장의 지휘를 받은 수백명의 형사대와 기동경찰의 힘에 밀려 강당으로 들어와 계속 구호를 외치고 찬송가를 불렀습니다. 또 일부 노동자들은 안타까운 심정을 소리쳤고 큰길과 마주보이는 베란다에서 위와 같은 구호를 외치며 울부짖었습니다.
그때 형사들은 산적떼처럼 신성한 예배실로 몰려와 무자비한 폭행과 추행을 가했습니다. 눈이 뒤집힌 폭도들은 노동자, 학생 등 가릴 것 없이 닥치는 대로 덜미를 잡고 머리채를 휘어잡은 채 계단 아래로 거꾸로 끌고 가서 구두발로 짓이기는가 하면 한 여대생에게는 몇 놈이 달려들어 치마 속과 브라자 속에 손을 넣고 인간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온갖 추행을 저질렀습니다.
이소선 집사님의 따님 전순옥양은 어린 젖가슴을 얼마나 유린당했는지 퉁퉁 부어 가눌 수 없을 지경에 놓였고 또 이 폭도들은 중년이신 박형규 목사님의 부인 조정아 여사에게도 똑같은 짓을 되풀이하였습니다. 조화순 목사님은 개 끌리듯 질질 끌려가며 머리를 마구 구타당하여 지금도 동대문서에서 두통으로 고생하며 계시고 동일방직 지부장 이총각양은 빛이 차단된 독방에서 고생하다 며칠 전 석방되어 아직도 병상에 있는 몸인데 마구 짓밟고 머리채를 끌고 하여 아직도 실신 상태에 있습니다.
또한 학생과 노동자 등 강당에 모인 교우들이 외치던 소리와 경찰대의 매질 소리 등으로 예배실은 지옥으로 돌변하고 말았습니다. 이 폭도들의 무자비한 매질에 못 이겨 한 학생이 도망치자 수십명의 사복형사들이 몰려와 마구 구타하여 그의 한쪽 눈은 실명의 위기에 이르러 아직도 치료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여자들에겐 닥치는 대로 만지고 주물렀는가 하면 남자들에겐 몰매질을 하여 모방직회사의 40대 노동자는 갈비뼈가 부러지는 엄청난 부상을 당하여 끌려갔습니다. 십자가가 걸려 있는 예배실을 피로 물든 수라장으로 만든 것입니다.
그날 밤 하느님께서도 슬퍼하셨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애통한 마음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 채 23일 동대문서에 갔으나 면회는 고사하고 소재지 확인도 할 수 없었고 인원도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24일은 일요일이라는 핑계로 알려주지 않았고 25일 면회 역시 절대 안 된다고 단호히 거절했으며 차입만이 가능했습니다. 부상당하여 신음하는 우리 동지들에 의해 저들의 만행과 추행이 폭로될까 두려워 면회는 절대 허락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도 목사님, 실무자, 노동자, 학생, 청년 등 20여 명이 동대문 경찰서에서 고생하고 있고 성동경찰서 유치장에서는 연극을 했던 우리의 동지 10명이 지금도 신음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 예배를 드리는 거룩한 성전에 침입하여 종교 탄압과 더불어 산업선교회를 빨갱이로 몰아서 없애버리려는 폭도들의 만행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이에 우리의 결의를 밟히고자 합니다.
첫째, 우리는 하느님에 대한 믿음과 사랑의 구체적인 표현인 평신도운동과 억압받는 근로 대중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실현을 위해 육신이 갈기갈기 찢기는 아픔이 있더라도 기필코 쓰러지지 않고 우리의 뜻을 계속 전개해 나갈 것을 주님 앞에 확신한다.
둘째, 우리는 9월 22일의 사태로 인해 산업선교 실무자와 우리의 교우 동지들이 구속, 구금되었다 하여 인천 및 부평 지역의 평신도운동 및 산업선교운동이 마비될 것로 기대하는 관계 당국의 비열하고 야비한 계략이 헛된 수작이라는 것을 늦게나마 알려주기 위해 다음과 같이 우리의 주장을 천명한다.
1. 동일방직 해고 근로자 전원을 즉각 복직시켜라.
2. 구속된 노동자, 학생, 성직자들을 무조건 석방하라.
3. 노동자로부터 탈취해간 노동3권을 즉시 되돌려 달라.
4. 자주적 평신도운동 및 산업선교운동을 더 이상 탄압하지 말라.
5. 노동자의 그늘에서 서식하는 모든 노동귀족들은 물러가라.
1978년 9월 25일
기독교도시산업선교회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