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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 민권운동 단체, 「표현과 언론의 자유에 대한 공동성명」 발표

한국인권운동협의회, 해직교수 협의회,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 자유실천문인협의회, 백범사상연구소, 동아투위(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조선투위(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등 7개의 민권운동 단체들이 공동명의로 「표현과 언론의 자유에 대한 공동성명」을 발표하였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민주화운동관련 사건·단체 사전 편찬을 위한 기초조사연구보고서 – 1970년대 간첩·노동사건·단체편』, 2003, 367쪽 .「표현과 언론의 자유에 대한 공동성명」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회, 『1970년대 민주화운동』 (Ⅳ), 1987, 1667~1668쪽.
최근 문익환·박형규 목사를 비롯한 수많은 성직자·청년들이 연행·투옥된 데에 이어 동아자유언론수투쟁위원회의 '10.24 민권일지사건'과 관련, 안종필 위원장 등 전직 언론인 10명이 대량 연행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민족의 분단 현실과 민중의 고난을 온몸으로 앓다가 벌써 오래 전에 영어의 몸이 된 우리의 시인 김지하·양성우 씨를 비롯한 지식인들 말고도, 외국인들이 쓴 중국 관계 논문집을 『8억인과의 대화』라는 표제로 모아 출간했다가 유죄 선고받은 이영희·백낙청 교수, 교육자로서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려고 「우리의 교육지표」라는 양심적 선언을 했다는 이유로 투옥된 송기숙 교수와 교단을 잃은 10명의 전남대 교수들, 올들어 이땅의 지식인들은 역사에서 일찍이 보기 힘든 탄압과 박해를 받고 있다.
현 집권층의 지식인에 대한 증오는 단지 지식인들의 투옥, 연행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전반에 대한 질식할 듯한 통제로 나타나고 있다. 사회적으로 커다란 물의를 빚은 사건들을 비판하였다 하여 휴간을 강요당한 『월간중앙』을 비롯, 월간 『씨의 소리』와 『기독교사상』에 대한 사전검열과 삭제, 그리고 『창작과 비평』 『문학과 지성』 『뿌리깊은 나무』 등 정기간행물들이 온갖 경고와 간섭의 멍에에 달리고 있으며 수많은 출판사들의 출판물들이 검열 당국에 의해 판매금지를 당하고 있다.
교수들은 학생들을 감시하기 위해 술을 사먹이고, 심지어 학생들로부터 돌팔매를 맞는 지경에 이르렀으며, 언론인들은 당국이 나누어주는 자료를 앵무새처럼 옮기는 완전무결한 '보도원'으로 전락했다.
이제 이 땅의 표현과 정보 소통의 자유는 완벽한 당국의 통제 아래 놓이게 되었으며 획일화된 사고와 이성을 잃은 강변만이 판을 치고 있다. 현 집권층은 입만 열면 '정신문화 창달'을 뇌이고 '서정쇄신'을 강조한다. 있는 것을 있다고 말하는 양심의 소리들을 짓누르면서 어떤 기괴망측한 '정신문화'를 만들어보려는 것인가? 자신들은 온갖 권력, 금력을 휘두르면서 누구에게 '서정쇄신'을 강요하려는 것인가?
우리는 오직 힘만을 믿고 진실을 허위로, 논리를 궤변으로 뒤덮어보려는 현집권층이 우리 사회 안에 그나마 어렵게 남아있는 모든 '가치있는 것' '인간적인 것' '민족적인 것'을 깡그리 파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과 같은 상태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정신문화 창달은커녕 민족문화 전반에 심각한 단절과 왜곡 현상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되므로 우리는 다시 한번 현집권층의 맹성을 촉구하면서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라.
2. 모든 양심범들을 즉각 석방하라.
3. 폭압적인 연행, 구금을 중지하라.
1978년 11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