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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위원회 포함 4개 단체, 「탈법적 징집을 반대한다」 공동성명 발표

3월 9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위원회, 양심범가족협의회, 한국기독청년협의회(EYC), 민주청년인권협의회 등 4개 단체가 「탈법적 징집을 반대한다」는 제목의 공동성명을 발표하여 “신성한 병역의무를 정치적으로 악용하지 말라”는 것과 구속된 학생에 대한 현역 병역조치 철회, 제명된 학생 전원 복교를 요구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회, 『1970년대 민주화운동 – 기독교인권운동을 중심으로』 (Ⅴ), 1987, 1756쪽; 「탈법적 징집을 반대한다」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위원회·양심범가족협의회·한국기독청년협의회(EYC)·민주청년인권협의회, 「탈법적 징집을 반대한다」 1979.3.9.,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오픈아카이브 (https://archives.kdemo.or.kr/isad/view/00085394)현 정부가 기존의 모든 제도를 정권유지의 수단으로 악용하면서 일방적 하향식 통치를 자행해온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사법부, 입법부의 운영이 그러했고 언론기관·학원에 대한 태도가 그러했다. 각 기관이 당연히 갖는 자율성은 통치적 강권 앞에 전혀 무기력해지고 만 것이다. 이제 병무청당국이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하여 신성한 병역의 의무를 탈법적으로 운영함을 볼 때 그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님을 충분히 알고 있음에도 오늘 우리들이 느끼는 분노는 크다.
5.16 이후 지금까지 현 정부의 시책에 반대하는 청년, 학생들을 정치적 권력으로 불법, 강제 입영시키므로 군대를 소위 ‘문제학생의 귀양지’ 또는 ‘보호감시소’로 전락시킨 사례는 수없이 많다. 69년 삼선개헌반대운동이 열화같이 일어나자 주도적 학생들을 강제 입영시켰고, 71년 학원을 군사체제로 개편하여 병영화하려는 ‘교련실시’에 반대하는 학생운동이 3월부터 끊임없이 전국적으로 격렬하게 일어나자 10.15 위수령을 발표하여 합법적 절차 없이 200여명의 학생을 강제 입영시켰다. 74년 간급조치 발표 이후에도 수많은 학생들이 현 정부의 군대의 정치수단화에 희생되어 학업을 중단당하고 곤욕스러운 군대생활을 해야만 했다. 이렇게 입영시킨 청년, 학생들을 당국은 마치 우범자를 취급하듯이 일반사병과 구별하여 ‘특수사병'으로 분류하였고 상관과 보안사요원이 일거일동을 관찰, 감시하도록 하였다. 군대생활 자체도 힘겨운 상태인데 감시까지 받아가면서 ‘감옥 아닌 감옥’ 생활을 강제 입영당한 학생들은 강요당했다. 최근에 와서 현 정부는 민주화운동으로 투옥당한 학생들이 사면, 형집행정지, 만기출감으로 석방되자 이들을 탈법적으로 징집하기 위해서 비인도적이고 악랄한 수법을 전가의 보도인 양 휘두르고 있다. 작년 12.27 대사면이라는 국제적 사기극을 연출하여 겨우 29명을 석방하더니 복교, 복권은 고사하고 건강회복의 기회도 주지 않고 병역법까지 당국 스스로 위반해가면서 징집의 발톱을 드러내었다. 사면법 제 5조 2항에 의하면 작년 사면조치로 석방된 학생들은 7년 동안 선거권, 피선거권, 공무원이 될 수 있는 자격이 없으며 전과자로서의 신분도 그대로 남는다고 되어 있다. 민주국민으로서의 의무이행은 당연하지만 국민적 권리가 박탈당한 상태에서 오로지 의무이행만을 강요하는 것은 자연법적·실정법적 측면에서 보아도 너무나 부당하다. 징집의 등급에 관한 병무청장 지침을 보면 6개월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의 형을 선고받은 자는 전과자로서 현역징집대상에서 제외하고 보충역으로 편입시키게 되어 있다. 그러나 현 정부는 민주화운동으로 전과자가 된 학생들만은 예외로 현역입영처분을 내렸다. 긴급조치위반으로 치른 징역, 금고형은 일반적 개념의 징역, 금고형이 아니라는 명문규정이 유신헌법 어느 구석에 있단 말인가? 현 정부는 자기얼굴에 침 뱉는 비열한 작태를 즉시 철회해야 한다.
이러한 당국의 조치에 대해서 출감한 학생들은 지난 2월 9일에 병역문제대책위원회(위원장 : 이범영)를 구성하여 1) 정치적 이유로써 병무행정상의 일반원칙을 무시하면서까지 탈법적 징집을 강행하려는 조치에 불응하겠다. 2) 군복무를 기피하는 것은 아니며 권리 없는 의무강요에 응할 수 없다. 3) 사면조치가 복교나 복권이 아니라 현역 입영으로 이어지는 것을 뜻한다면 사면장을 반환하고 재차 투옥될 것도 불사한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우리는 병역문제대책위원회의 정당하고 합법적인 투쟁을 강력히 지지하면서 당국이 병역법의 규정을 지킬 것과 신성한 군대를 통치수단의 한 방편으로 악용하지 말 것을 강력히 요구하는 바이다.
- 요 구 사 항 -
1. 신성한 병역의무를 정치적으로 악용하지 말라.
2. 출감한 학생들에 대한 현역징집을 즉각 철회하라.
3. 제명된 학생을 전원 복교시켜라.
1979년 3월 9일
NCC 인권위원회 양심수가족협의회
기독청년협의회 민주청년인권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