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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범가족협의회, 서울구치소 내 폭력 사태에 대한 호소문 발표

4월 27일 양심범가족협의회가 서울 구치소 학생 수감자에 대한 구타사건과 관련하여 서울 구치소 부소장과 보안과장 등의 교도관을 고발·처벌할 것을 요구하는 서울구치소 내 폭력사태에 대한 호소문을 작성하고 청와대, 사회·종교단체, 언론기관에 배포하여 진실규명을 호소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회, 『1970년대 민주화운동』 (Ⅳ), 1987, 1370, 1444~14445쪽.「구치소의 무차별 구타 소식을 듣고」 기쁨과 희망 사목연구소, 『암흑속의 횃불』 제3권, 카톨릭출판사, 1996, 528~529쪽.
저희들은 긴급조치 위반으로 서대문구치소에 수감 중인 학생들의 부모로서 지난 4월 20일을 전후하여 구치소 내에서 일어난 만행적인 무차별 구타 사건에 대하여 눈물로 호소합니다.
지난 4월 20일부터 서대문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는 학생 30여명에게 뚜렷한 이유 없이 접견이 금지되었습니다. 걱정이 된 부모들이 여기저기에 물어 보아도 단순히 조사할 것이 있어서 그렇다면서 서로가 책임을 회피하며 며칠만 참으라는 등, 한 달만 기다리라는 등 무성의한 답변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4월 21일 싸움 끝에 접견한 몇몇 사람 가족들의 입에서 나온 소식은 너무도 놀랍고 분한 것이었습니다. 면회를 하고 난 어느 학부모의 울부짖으며 하는 말에 의하면 교도관들이 명찰을 떼고 7~8명씩 떼지어 들어와서 학생들의 눈을 가리고 밧줄로 꽁꽁 묶은 뒤 실신할 때까지 밟고 때렸고 정신을 잃으면 깨어나기를 기다려 다시 때렸으며 쇠줄로 목을 감고 조여서 그대로 실신시켜 며칠이 지난 지금도 얼굴이 붓고 멍이 들어 입을 열 수 없는 학생이 있으며 그 학생도 몸을 가누기가 고통스럽다고 했습니다. 더구나 이런 집단 폭행을 직접 진두지휘한 사람이 바로 서대문구치소 최우섭 부소장이었고 이런 일을 여러 번 자행했다니 세상에 이런 분하고 억울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또 집단 폭행이라니 어느 법에 이런 것이 쓰여 있습니까? 무엇이나 다 괜찮다고만 하면서 부모를 안심시키던 착한 학생들이 이런 정도로 말하는 것을 보면 지금 우리 자식들이 얼마나 급박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 부모로서는 가슴을 치며 통곡하고 싶을 따름입니다.
이렇게 죽도록 때려 놓고도 구치소 측에서는 말을 안 듣고 고집 부려서 조사를 하고 있다고 발뺌을 하니 하늘 아래 이보다 더 분한 일이 또 있단 말입니까?
이런 구타사건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4월 25일 오전 10시에 열리기로 되어 있는 서울대의 성욱, 이우재, 양민호의 재판을 가족들이 아무리 기다려도 아이들도 안 보이고 재판도 열리지 않아 형사과에 가서 알아보니 연기되었다고 합니다. 또 4윌 26일 열리기로 되어 있던 고대의 정태현, 장동현, 백병규의 재판도 재판은 개정되었으나 피고들이 출정치 않아 재판이 열리지 않고 연기되었습니다. 이에 우리 가족들은 더욱 불안한 마음을 걷잡을 수 없습니다. 얼마나 학생들을 때렸기에 재판조차 받을 수 없단 말입니까?
그런데 4월 27일 서울고법 213호 법정에서 열린 서울대의 송광의, 조남일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우리 가족들은 직접 그 참상을 귀로 들었습니다.
“4월 20일과 22일 사이에 서대문구치소 내의 긴급조치 학생 20여명에게 잔악한 폭력 사태가 있었습니다. 이럴 수가 있습니까? 쇠줄로 목을 졸라매고 몸을 밧줄로 꽁꽁 묶어 놓고 매질했으며 실신하면 정신을 깨워서 다시 매질을 계속했습니다. 지금 학생들이 다 죽어갑니다. 여러분 학생들을 좀 살려 주십시오.”
끌려가면서 울며 소리치던 그 목소리가 지금도 우리 가슴을 에입니다. 설사 백보 양보하여 학생들에게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법대로 처리할 일이지 감옥에서 약해질 대로 약해진 학생들을 묶어 놓고 집단으로 때린단 말입니까? 우리 부모들은 눈물로써 세상의 자식 가진 부모들에게 호소합니다. 한시라도 빨리 이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여 지금 감방에서 죽어가고 있는 우리 자식들을 살려 주십시오. 답답하고 억울한 마음을 참을 길 없어 간절한 마음으로 호소합니다.
구속학생 가족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