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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와 민족통일을 위한 국민연합, 성명서 발표

5월 1일 민주주의와 민족통일을 위한 국민연합이 「박 대통령에게 촉구한다 - 최근의 전례 없는 인권침해 사태해결을 위한 우리의 결의 및 요구」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의 내용은 ⓵ 전례 없이 성행한 불법 가택연금·납치·미행·감시, 서울구치소 내 자행된 고문과 폭행사태 등 최근의 인권유린사태를 검찰에 고발하여 관련된 책임자를 처벌하고 ⓶ 카터 미국 대통령의 내한이 독재정치에 대한 전면지원의 결과를 가져오고 독재를 합리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재고하며 ⓷ 박정희 대통령에게 책임자 구속·처벌 및 긴급조치 철폐, 민주인사의 전원석방을 촉구했다. 민주주의와민족통일을위한국민연합, 「성명서[최근의 전례없는 인권침해 사태해결을 위한 우리의 결의 및 요구]」 1979.5.1.,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오픈아카이브 (https://archives.kdemo.or.kr/isad/view/00521277)「박 대통령에게 촉구한다」
우리는 최근 전례없이 유린당하고 있는 이 나라의 인권 사태에 대한 우리의 분노와 결의, 이러한 상황 아래서 이루어지려는 카터 대통령의 방한에 대한 우리의 태도 그리고 오늘의 사태 타결을 위하여 박정희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우리의 주장을 아래와 같이 밝히는 바이다.
1. 최근의 인권 침해 사태에 대하여
지난 3월 1일 이래 40여 일 동안 이 나라에서는 불법적인 가택연금, 납치, 미행, 감시 등이 전례 없이 성행했다. 여기에는 우리 3인과 수백 명의 신부, 목사, 학자, 문인, 언론인, 학생, 일반 종교인, 민주인사 등이 그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수천 명의 시민들이 그들과의 접촉에서 강제 차단되었다. 이러한 불법 행위를 위하여 헤아릴 수 없는 정보부원과 경찰이 동원되었으며 국고가 낭비되었다.
더욱 가슴 아프고 통분을 금할 수 없는 것은 이 기간 중 천인공노할 고문, 폭행 등의 야만 행위가 중앙정보부와 경찰과 교도소 당국에 의해서 자행된 사실이다. 4월 19일 이래 서울구치소에서는 30여명의 학생들에 대한 살인적 고문과 폭행이 있었다. YH 가발공장의 300명 노동자의 평화적 연좌시위에 대한 기동경찰의 구타 유린이 있었다. 크리스챤아카데미사건의 피의자와 피고들에 대한 중앙정보부원의 무서운 고문이 있었다. 부산에서의 본 국민연합 관계 피의자에 대한 중앙정보부원의 고문이 있었다.
피의자의 묵비권 행사에 대한 권리의 박탈, 검사의 취조가 끝날 때까지 변호사 면회의 불허, 같은 기간 가족 면회 불허, 변호사와 피고간의 대담 기록, 가족면회 시간의 임의적 단축들이 여전히 성행되고 있는데 모두 현행법상으로 불법인 것이다. 우리는 이와 같은 흉악한 인권 유린 사태에 접하여 분노와 경악을 금할 길이 없다. 이 나라는 이제 유신체제도 긴급조치 통치도 아닌 무법통치로 전락한 것이다. 악법 아래 사는 국민은 불행하다. 그러나 그 악법조차 안 지키는 무법통치 아래 살아야 하는 우리는 비참하다 못해 처절하다.
자유와 인권을 생명보다 소중히 여기는 우리는, 그리고 국민의 권익을 위해서는 우리의 모든 것을 바쳐도 아깝지 않게 생각하는 우리는 이 사태를 결코 묵과 좌시할 수 없어서 별지 사본과 같이 이상의 범죄 사실을 들어 사직에 고발했다. 우리는 범죄에 가담한 관계 책임자가 반드시 엄벌에 처해져야 할 것이며 다시는 이러한 만행이 행해지지 못하도록 인권과 자유를 소중히 여기는 모든 민주 시민과 합심해서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2. 카터 미 대통령의 내한에 대하여
때마침 ‘인권은 미국 외교정책의 심장’ 이라고 선언한 카터 대통령의 방한설이 전해지고 있다. 카터 대통령의 방한은 기본적으로 그 자신이 결정할 일로서 우리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또한 우리는 우리의 인권과 민주회복은 우리 자신의 노력과 희생으로 전취(戰取)할 문제로서 외부의 어떤 세력의 간섭에 의지하려는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러나 카터 대통령의 인권정책은 전후 미국 외교정책의 최대의 금자탑이며 미국과 자유세계의 운명이 장차 이 정책의 성패에 달려 있다고 믿어 이를 지지하고 환영해 온 우리는 그의 방한설을 듣고 우리 주위의 많은 국민과 더불어 우려와 실망을 금할 수가 없다.
지금 이 나라는 4년에 걸친 긴급조치로 국민의 기본 자유가 말살되고 있다. 수백 명의 민주인사들이 바로 인권회복을 주장하다 투옥되고 특히 작금에는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참혹한 인권 유린이 거듭되고 있다. 이때에 우리를 그와 같이 탄압한 정부의 초청에 의해서 내방하는 그를 우리가 어떻게 밝은 마음으로 환영할 수 있겠는가. 뿐만 아니라 우리는 환영할 언론의 자유도, 집회나 행동의 자유도 없는 소련에 있어서의 ‘논 퍼어슨(Non Person)’과 같은 존재들인 것이다.
우리는 과거 미국 대통령의 내한이 한국에서의 독재정치에 대한 전면 지원의 결과밖에 되지 않았으며 박 정권 역시 그 방한을 그들의 독재 합리화에 최대로 이용한 사실을 잘 기억하고 있다. 유신체제 아래 수천 명이 투옥되고 갖은 탄압을 받으면서 피와 눈물로서 오늘까지 줄기차게 싸워온 우리는 이번 카터 대통령의 방한이 그의 본의와는 달리 또 다시 이 나라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결정적 타격이 될 것을 깊이 우려한다.
3. 박 대통령에게 요구한다
우리의 기본 주장은 유신체제의 철폐와 민주회복이다. 그러나 지금 인권이 심히 유린된 긴박한 사태에 처하여 우선 다음 몇 가지를 박 대통령에게 요구하면서 시급한 조치 있기를 촉구하는 바이다.
첫째, 이미 지적한 여러 가지 인권 유린 사태에 대하여 박 대통령은 책임을 통감하여 그 상하 관계자를 철저히 규명해서 즉각 구속하고 이를 엄중히 처벌하도록 요구하는 바이다.
둘째, 유신헌법에조차 위반되게 장기화된 긴급조치를 즉시 철폐하고 국민의 기본 자유를 보장하도록 요구한다. 지금과 같은 암흑 독재정치는 국민으로 하여금 이 나라에 사는 보람을 상실케 하고 있으며 목숨을 바쳐 안보에 협력해야할 이유를 갖지 못하게 하고 있다. 지금 우리의 주변 정세는 미·일·중의 새로운 협력 시대에 있어서 한반도의 평화가 과거 어느 때보다 개선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낡은 냉전논리를 쳐들고 안보의 구실 아래 국민을 쇠사슬에 묶고 있는 것은 상식 있는 국민의 빈축과 반항의 원인이 되고 있으며 비참한 국제적 고립의 화근이 되고 있다.
세째, 긴급조치는 물론 반공법 기타 여러 가지 죄명으로 투옥된 모든 민주인사를 전원 석방하도록 요구한다. 민주주의를 국시로 한 나라에서 어찌 민주주의를 요구한 것이 죄가 될 수 있으며 반공을 표방한 나라에서 죽어도 공산주의자가 아니라는 사람을 왜 공산당으로 몰아야 하는가? 더구나 지금 민주회복과 민주통일을 그 사명으로 출발한 본 국민연합에 대해서 전국적으로 혹심한 탄압이 계속되고 있는데 그렇다면 이 정부는 민주주의도 민족통일도 포기했다는 말인가? 박 대통령은 이러한 역리와 비극에 하루 속히 종지부를 찍도록 촉구해 마지않는 바이다. 우리는 지금 이 나라가 처한 국정 전반에 대해서, 해야 할 많은 말과 우리의 대안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오늘은 너무도 화급한 문제 때문에 이를 미루고 다시 이를 밝힐 기회를 갖고자 하는 바이다.
국민연합 의장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