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주메뉴 바로가기

글자 크기 조절

고려대학생 1,000여명, 「6월 민족선언문」 낭독 후 시위

6월 25일 고려대학교 학생 1,000여 명이 지미 카터(Jimmy Carter)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반대하는 내용의 「6월민족선언문」을 낭독하고 반유신 시위를 벌였다. 고려대학생 6명이 연행되고 그 중 3명 백완승(신문방송학과 4학년), 박선오(사회학과 4학년), 이경재(행정학과 3학년)이 구속되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회, 『1970년대 민주화운동』 (Ⅳ), 1987, 1571쪽; 긴급조치9호 철폐투쟁 30주년 기념행사추진위원회, 『30년만에 다시 부르는 노래』, 자인, 2005, 554쪽.; 「6월 민족선언문」 고려대학교, 「6월 민족 선언문」 1979.6.25.,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오픈아카이브 (https://archives.kdemo.or.kr/isad/view/00113570)고대학우여 궐기하라!
우리는 이제 과거의 약자가 아니다. 우리의 선배들은 부당한 살인적 폭력의 역사 아래서 용기와 단결력을 가지고 죽음으로 저항하여 4.19혁명, 0000을 이룩하지 않았는가?
박정희 정권의 반민주반민중적 과오를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
고대 학우여! 당신들도 현 정권의 부정부패 무능한 비인간적 만행과 폭압 전제정치를 몸소 듣고 체험했다. 5.16 군사파쇼쿠데타, 3선 개헌이란 이름의 제 2군사쿠데타에 이어 1972년 10월 민족의 이름을 팔아 소위 한국적’이란 형용사로 치장하고 분단현실의 아픔을 교묘히 이용하여 영구집권의 기틀을 마련, 민중을 기만, 억압수탈해왔다. 유신체세가 남북통일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장치도 아니며 민족의 번영과 안정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은 백일하에 드러났다. 세계 어느 국가의 대통령이 자신이 선출한 ‘통일주체국민회의’라는 인간 거수기계에 의해 선출되며 국민의 대표격인 국회의원 1/3을 자신의 심복으로 채울 수 있겠는가? 이 시대의 양심은 통곡한다.
우리는 손발이 묶이고 눈과 귀마저 멀었는가? 긴급조치의 쇠사슬을 끓는 피로 풀어보려던 몸부림은 유신 아래 2000여 양심범을 영어의 몸으로 만들었고 헌법에 보장된 언론, 출판, 집회, 결사, 종교의 자유를 비웃고 공포정치의 칼날은 거침없이 이 민족의 숨통을 틀어막고 있다.
안전과 총화, 경제 성장의 신화 속에 자유를 자발적으로 유보하고, 더욱 더 허리띠를 졸라매 이제 전 민족의 목숨마저도 자기들 손안에 넣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인류역사의 어느 부분을 찾아보아도 외세에 의존하고, 관료독점재벌을 비호하며 국내 민중을 억압하던 체제가 진정한 안정, 총화, 경제성장을 이루었다는 기록은 없다. 불법적 정권을 합리화하기 위해 시작된 졸속한 경제개발은 저곡가 정책으로 농촌 피폐를 조장, 여기서 배출된 과잉인구를 바탕으로 저임금의 기틀을 마련했고, 수출주도형 경제정책으로 일관 생산자인 민중을 소외시키고 해외자본과 권력과 결탁한 일부 독점재벌을 부양했을 뿐이다.
70년 평화시장에서 분신한 고전태일 열사의 신음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78년 인분을 뒤집어쓴 동일방직 여공들의 울먹이는 한숨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월 삼만 원의 초기아적 임금에 시달리는 노동자는 노동삼권을 국가보위법, 외국인투자기업체에 대한 임시특례법에 봉쇄당해 말을 할 수 없고 문어발 부실기업은 최근 은행대출이 막히자 소위 잠정적 조업단축으로 기업을 살린다는 미명하에 무작정 해고, 임금체불 등을 자행 노동청 공식 집계로만도 예년의 7배에 해당하는 노임체불사건을 빚는가하면, 날로 늘어가는 산업재해는 작년만도 무려 14만 명으로 이 중 98%가 시설미미, 공구저급, 감독소홀로 발생 노동현장의 비참함은 그 극에 달했다.
삼일 후면 카터가 온다. 이 같은 상황에 인권외교, 도덕정치의 구호를 외치는 미국대통령 카터가 방문하여 현재의 정권 체제를 인정하고 앞으로 더욱 협조관계를 긴밀히 하겠다고 한다. 우리는 현 체재의 살인적 폭력정치와 부패성이 지속되도록 하는 어떠한 조치에도 계속 좌시할 수만은 없다. 카스라. 태프트 밀약이 가져온 만족적 고통은 우리에게 더 이상 이 민족의 외교의 식탁 위에 운명을 맡길 수 없다는 역사적 교훈을 남겼다.
자국의 정부는 자국만이 건설하고 변혁할 수 있다. 카터의 부당한 입국을 우리는 용납할 수 없다. 전정한 인권과 정의를 실현시키기 원한다면 저 악명 높은 긴급조치의 철폐를 주장하라.
고대학우여! 민족의 대학이란 구호가 껍데기가 아니라면 일어서라. 우리를 묶은 정보원의 눈초리가 제아무리 강할 진대, 가슴에서 울려 퍼지는 민중의 불길보다 강할 수 있겠는가?
가라! 고대인이여! 민족의 임원을 어깨에 걸고 불의와 압제의 사슬을 끊고 일어서라.
O O 불굴의 용기로 반민족적 무리와 투쟁에 나서라.
〈우리의 주장〉
- 유신헌법 철폐하라!
- 긴급조치 해제하라!
- 학원자유 보장하라!
- 구속학생 석방하라!
- 언론계, 학계는 반성하라!
- 노동삼권 보장하라!
- 카터 입국 결사반대!
〈행동지침〉
⓵ 우리의 투쟁의지를 이 시간부터 동맹휴학으로 표현하라.
⓶ 6월 30일 오전 10시 광화문에 모여 재궐기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