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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크리스챤아카데미사건 관련자 석방요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크리스챤아카데미사건 관련 피고들이 중앙정보부에서 고문을 받았다는 법정진술에 따라, 고문으로 조작된 기소는 무효이므로 즉각 석방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아카데미 고문에 관한 항의) 성명서(1979.8.18)」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회, 『1970년대 민주화운동』 (Ⅳ), 1987, 1546~1547쪽.「(아카데미사건 고문에 관한 항의) 성명서」
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그동안 ‘크리스챤아카데미사건 대책위원회’를 조직하고 재판과정을 주시해 왔다. 그것은 크리스챤아카데미사건이 갖고 있는 선교적 중요성이 막중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지난 8월, 3회에 걸친 재판 과정에서 중앙정보부의 잔악한 고문 사태가 폭로된 데 놀라움과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우리는 무릎에 각목을 끼고 밟는 고문, 몽둥이로 때리는 고문, 잠 안 재우는 고문, 바늘로 찌르는 고문, 빨가벗기고 거꾸로 매다는 고문, 담뱃불로 지지는 고문 등 숱한 고문이 감히 행해졌음을 확인했다. 뿐만 아니라 눈을 감기고 권총을 들이대며 자신은 물론 가족까지 죽여버리겠다느니, 여자에게 옷을 벗기겠다느니 하는 정신적인 고문도 가했다는 것이다.
유엔 인권헌장은 제5조에서 고문을 추방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고문은 여하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고문 폐지를 위한 국제 앰네스티 선언」을 1973년에 선언한 바 있다. 이것은 어느 나라 어느 정권에서도 반론을 제기할 수 없는 인류적 양심의 결정이며 세계의 흐름이다. 유신헌법에까지 고문을 받지 않을 국민의 권리를 기본법으로 명기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 나라의 이와 같은 현실을 가슴 아파한다. 도대체 때리는 사람은 누구이며 맞는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우리는 절대로 이 같은 비극이 이 땅에 그 흔적이나마 남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비록 은폐된 사실을 캐어내기 위한 고문이라고 할지라도 이는 용납할 수 없다. 그런데 금번 사건은 극심한 고문으로 미리 안출해 놓은 소위 범죄 내용을 승복하라는 사실이 재판과정에서 드러난 바 있다. 정부는 우리나라가 북한과 대치하고 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고문을 행사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지만, 그렇기에 금번과 같은 사건조작, 인권유린, 양심의 구속이 허용될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정부당국으로부터 피의자의 여타 행위는 범죄구성이 되지 않으나 지하비밀조직을 한 것만은 피할 수 없는 범죄구성이라는 설명을 공식으로 청취한 바 있다. 그런데 사건의 핵심이며 공소의 바탕이 되고 있는 지하비밀조직 부분은 순전히 고문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동 기소는 그 공소능력을 상실한 것이며, 따라서 무효요, 무죄임이 공개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고문에 의해 조작된 사건이 당국에 의해 일방적으로 발표되어서 재판을 통해 사실이 판명되기도 전에 모든 매스콤을 총동원하여 조작된 허위를 선전하므로 국민을 오도하는 등 무책임한 태도를 우리는 심히 유감으로 생각한다. 왜냐하면 재판과정에서 이들이 공산주의자도, 사회주의자도 아님이 밝혀졌으며, 다만 고문에 의해 강제진술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우리는 중앙정보부의 고문과 사건 조작을 엄중히 항의한다. 그리고 이 나라가 위협과 폭력, 고문과 공포가 없는 나라로 개혁되도록 기도하고 행동할 것을 밝힌다. 당국은 솔선해서 고문의 명령자와 당사자를 의법조처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고문으로 조작된 기소는 무효임을 선언하고 피고인을 전원 즉각 석방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이 나라가 위기에서 살아남는 길이요, 민주사회를 건설하는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1979 년 8 월 18 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 김해득, 총무 김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