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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내 3개 대학 연합시위 9·4투쟁

9월 4일 계명대학교, 영남대학교, 경북대학교 등 3개 대학의 연합으로 학생1500여명이 ‘사회정의구현을 위한 경북학생협의회’를 결성했다. 동 협의회의 명의로 「이 어둔 역사의 조타수가 되지 못한다면」이라는 제목의 선언문을 발표하고 각 대학에서 동시에 낭독한 후 3개 대학 동시에 연합시위에 돌입했다. 학생들은 동 선언문에서 ① YH사태의 진상규명 및 농협의 수탈행위와 노동3권의 유보조항 철폐, ② 김경숙 양의 죽음에 사죄, ③ 외세의존적 경제정책 중지, ④ 유신헌법 철폐 및 언론·출판·결사의 자유 및 기본권 보장, ⑤ 구속된 민주인사, 학생 전원 석방 및 강제휴학, 강제입영의 중지, ⑥ 교수 재임용제 철폐 및 학내 모든 경찰요원의 추방 등 6개항을 선언했다. 이 사건으로 이창주, 권오국(계명대), 임광호(경북대), 하종호(경북대), 임진호(경북대), 정동남(경북대) 등 6명이 구속되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회, 『1970년대 민주화운동』 (Ⅴ), 1987, 1931~1932쪽;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1970년대 민주화운동과 기독교』, 1983, 381쪽; 긴급조치9호 철폐투쟁 30주년 기념행사추진위원회, 『30년만에 다시 부르는 노래』, 자인, 2005, 556~557쪽「이 어둔 역사의 조타수가 되지 못한다면」
새로운 세계질서의 정립을 우리는 더 이상 ‘조국근대화’ 란 우상 속에 잠재워둘 수 없다. 제 3세계의 대두는 대중민족주의와 자원민족주의를 선언하여 신식민주의 망상에 연연해하는 선진제국들로부터 자국의 정치적 • 경제적 독립을 실현해가고 있다. 후진사회에 내재한 정치적 제 모순은 경제 및 사회의 구조의 타락의 유인이다. 선진제국의 다국적기업 경영방식과 차관 정책의 허구성은 개발도상국의 대외의존도를 심화시켜 경제자립 및 그 발전에 중대한 위협으로 등장하고 있으며, 다국적 기업 및 독점재벌과 통치 엘리트의 결탁은 세계 후진지역의 궁핍화 현상과 전통문화의 해체위기 및 민중의 자유와 경제적 평등으로부터의 소외라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켰다. 이러한 약소민족의 약속받을 수 없는 생존문제 및 정치적 독재와 사회적 형평의 파행현상으로 유린되고 있는 천부의 양도할 수 없는 인간의 권리를 위해, 오늘 우리의 젊은 대학인은 이 시대가 부여한 양심의 명령을 엄숙히 듣지 않을 수 없다.
1972년 10월 ‘유신헌법’이 선포된 이후로 ‘한국적 민주주의’란 미명하에, 모든 자유가 유보된 민주주의의 슬픔을 우리는 맛보았다. 20여 년간의 독재정치는 마침내 정치권력자의 가부장적 권력구조라는 비극적 상황에 도달하였으며, 조국통일의 대의는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묶여 금기의 언어로 되어가는 느낌을 금할 수 없다. 존립근거 자체가 논의되고 있는 ‘유신헌법’에 의해 혼란된 헌정질서는 국민을 정치로부터 소외시켰을 뿐만 아니라 언론·출판 및 결사의 자유는 금지되어 정치권력자와 특권계층의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되고 있다. 8.11 YH무역사태에서 다시 한번 보았던, 제2당에 대한 과도하고도 잔인한 탄압행위는 민주정치가 정당정치를 그 전제조건으로 한다는 정치철학에 대한 위험한 배반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또한 개발도상국의 정치적 근대화는 경제적 근대화와 상보적 관계에 있지 않을 수 없다. 1960년대부터 1970년대에 이르기까지 ‘단기고도성장’ 이라는 구호 하에서 각 산업 간의 유기적 관련은 파괴되고 국민경제의 대외의존성과 경제적 이중구조는 심화되었다. 외향적 공업화를 위한 GNP의 1/3이라는 막대한 외자도입과 덤핑수출은 국내자본의 유기적 결합을 저해하고 만성적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통화가치의 누적적 하락은 물가폭등과 실업의 확대를 가져왔다. 또한 ‘선건설 후분배’라는 개발철학은 고도성장의 그늘 속에 실질임금의 하락과 저임금노동자의 확대라는 70년대 도시의 빈곤을 표면화했으며, 전 농산물가격정책으로 인한 농촌의 궁핍화현상과 이농현상이라는 파행적 현상을 대두시켰다. 최근의 안동교구 사건과 YH무역사태의 김경숙양의 죽음이 낱낱이 증언하듯이 오늘날 한국사회의 궁핍화현상은 정치적·사회적 모순의 누적층과 복합되어 농민과 노동자의 빈곤과 권리로부터의 소외라는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마산·울산공업단지를 위시한 공해산업의 유치는 국토의 전 지역을 공해지역화하고 있으며 민중의 생존권 및 인간다운 생활을 할 제 권리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심지어는 자연보호운동과 새마을운동조차도 농촌의 빈곤과 공해문제의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1975년 5월 13일 ‘긴급조치 9호’의 발동 이후 장기집권의 야욕 속에 자행된 공포정치의 일단은 학생·종교인 및 제 민주인사의 불법적 검거를 서슴지 않았으며, 학생의 강제휴학 및 강제입영으로 우리들 양심인의 호소는 외면당하였으며 신앙의 자유 및 사상과 양심의 자유마저도 박탈하고 병역의무를 정치적 보복의 수단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신앙의 자유는 개인의 귀중한 생명의지의 표현이며,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민중을 노예화하려는, 민주주의에의 참을 수 없는 도전이라 아니할 수 없다. 더불어 대학은 민주주의의 가치실험이며 학문은 역사발전의 원동력이다. 만일 교련 실시와 학도호국단이 대학의 이러한 자율적 문화 창조 행위를 저해하려는 정권유지의 술책이라면 우리는 그것을 거부할 것임을 천명하는 바이다.
아아! 개돼지만도 못한 정치 모리배였던 이승만 독재정권 하에서부터 오늘의 이르기까지 한국의 대학인은 경찰의 학원사찰과 강제휴학권의 발동으로 마침내는 돌아갈 곳도 없는 역사의 증언대 위에 서게 되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스스로의 세계를 열고 역사적 현재에 설 때다. 우리를 저 거리로 뛰쳐나가지 않을 수 없게 하는 자 누구인가? 백의의 선조들이 뼈를 깎아 세우던 이 붉디붉은 황토빛 흙 위에서 조국과 민족의 영원한 미래를 위해 이 어둔 역사를 민주주의의 광명한 횃불로 밝히자!
우리는 이상의 제 사실에 비추어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결의문〉
1) 최근 YH사태에 구미, 서통 등의 노동자부당해고 사태의 진실을 밝히고 농협의 수탈행위와 노동삼권의 유보조항을 철폐하라.
2) 김경숙 양의 죽음에 대해 국민 앞에 엄숙히 사죄하라.
3) 외세의존적 경제정책을 조속히 중지하라.
4) 유신헌법을 철폐하고 언론·출판·결사의 자유 및 제 기본권을 보장하라.
5) 구속된 학생, 종교인 및 민주인사를 전원 석방하고 강제휴학 및 강제입영을 즉각 중지하라.
6) 교수 재임용제를 철폐하고 학내 모든 경찰요원을 즉각 추방하라.
우리 대학인은 우리들의 정당한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어떠한 투쟁이라도 불사할 것을 조국과 민족의 이름으로 선언하는 바이다.
1979년 9월 4일 사회정의 구현을 위한
경북학생협의회 경북대학교, 계명대학교, 영남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