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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생, 부정선거성토대회를 열고 결의문 채택

13일 상오 11시 반 서울대학 문리과 대학생 2백여 명은 교정에 있는 4.19기념탑 앞에서 “부정선거가 근대화냐 6.8선거는 무효다”라고 외치며 성토대회를 열고 이어 교문을 박차고 나오다가 경찰과 충돌 30여 명이 연행되었다. 교정으로 밀려난 학생들은 투석으로 경찰에 응수, 약간의 투석전을 벌였다. 정오 현재 교문을 사이에 두고 경찰과 대치중이다. 문리대생들은 이날 상오 9시 교문이 닫혀 법대 담을 뛰어넘어 자유의 여신상 앞에서 한때 연좌데모를 하다 문리대 구내로 넘어가 성토대회를 열었다. 경찰은 문리대생 등 39명을 연행했다.
서울대학교 상과대생 2백여 명은 학교 당국의 휴업조치에도 불구하고 13일 상오 10시 동교강당에서 학생총회를 갖고 부정선거규탄성토대회를 열었다. 학교 측이 교문을 굳게 잠그고 학생들의 출입을 막고 있는 가운데 학생들은 ‘근대화된 부정선거 혁명의 정신이냐’ ‘막걸리에 취한 선거 술 깬 뒤에 다시하자’는 등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또한 재선거 및 선거사범의 색출, 학교는 즉시 정상수업에 들어갈 조처를 취하라는 요구를 담은 결의문을 채택했다.
서울대 농대생 약 8백 명은 13일 상오 9시 40분 동교 강당에서 ‘근대화가 6.8이냐’는 등의 플래카드를 내걸고 성토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이날 ‘6.8선거는 완전히 지능적으로 국민을 우롱한 악랄한 선거’라고 외쳤다.
이들은 6.8부정선거를 전국적으로 무효화시키고 부정선거 관련자를 색출, 엄중 처단하라, 6.8부정선거에 대한 여·야정치인들의 양심의 반성을 촉구하며 여·야의원들의 의원등록을 거부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5백여 명의 기동경찰들이 농대 앞 요소에 배치되어 있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150명은 13일 상오 9시 반 동교 4.19동상 앞에 모여 6.8총선거규탄성토대회를 열고 “유권자의 신성한 권리를 한 잔 술로 사려는 정치사기꾼을 국민의 이름으로 처형해야한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또한 정부 및 여·야는 악랄한 부정타락선거를 국민에 사죄하고 6.8총선거를 완전 무효화시키며 부정선거 원흉을 즉시 처단하라는 등 4개 항목의 결의문을 채택 한 뒤 10시 20분 해산했다.
서울대 공대생 5백여 명은 상오 11시 교정에 모여 갑작스런 휴업령을 비난하고 6.8총선의 선거부정을 규탄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동 성토대회는 학교 측의 제지로 얼마 후 해산되었다.『동아일보』 1967.6.13. 7면, 『경향신문』 1967.6.13. 3면, 『서울신문』 1967.6.13. 7면, 『조선일보』 1967.6.14. 3면, 『매일신문』 1967.6.14. 1면, 『대학신문』 1967.8.7. 3면, 『한국일보』 1967.6.14. 3면
6.8부정선거를 통탄한다 한국의 민주주의여! 너의 험난한 투쟁의 역사는 이제 한갓 금권과 관권의 노리개로 전락하고 말았는가!
막걸리통 속에 허우적거리는 신성한 국민의 주권, 부정과 타락으로 일관된 정치인의 양심이 엄청나게도 오욕된 조국의 현실은 또다시 우리의 젊은 피로써 씻겨져야 하는가!
3.15부정선거의 끔찍한 말로가 먼 옛날의 이야기는 아니며, 자유와 정의를 절규하여 쓰러져간 4.19의 기수들이 쟁취해 놓은 민주주의의 승리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 민주주의의 첩경인 공명선거의 깃발은 권력욕과 탐익된 반민주집단의 횡포 앞에 무참히도 꺾이었다.
공짜 막걸리로 비틀거리는 주권의식이 민족정기의 쇄신인가? 유령투표까지 동원해야만 대중정당이 될 수 있다는 것인가? 막대한 선거자금을 뿌려서 국민소득을 높이자는 것인가? 근대화의 신앙이란 새로운 종교는 어디로 가버렸는가!
우리의 이성도 너의 그 방종한 만행을 더 이상 용서할 수 없도다. 방대한 조직과 금력으로 무장된 부정선거 주구들을 우리는 민족의 이름으로 서슴치 않고 단두대에 올리노라. 여지없이 유린당한 민주선거의 참상을 통곡하며 정의의 힘을 조롱하는 폭력배의 검은 심장에 우리는 차디찬 지성의 창을 던지노라.
친구여! 동포여! 질식하려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그대들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오너라, 가자. 민주주의 확립을 위한 순교의 길로!
1967년 6월 13일
서울대학교 문리대 학생회김삼웅 편저, 『민족3·민주3·민중선언』, 한국학술정보(주), 2001, 7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