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주메뉴 바로가기

글자 크기 조절

신민당 민권선언대회 개최

신민당은 1일 오후 2시 서울 관훈동 중앙당사 옥상에서 약 5분 동안 민권선언대회를 연 후 오후 5시 26시간의 단식투쟁을 마쳤다. 민권선언대회에서 신민당 부정선거무효화투위는 민권선언을 통해 “공공연하게 폭력으로 주권을 빼앗고 짓밟은 폭거에 주권을 되찾기 위해 우리는 이제 일어섰다”고 천명했다.
동당이 옥내 집회를 연 시간을 전후하여 1백여 명의 정·사복 경찰관은 당사 안에 난입, 당원들과 옥신각신을 벌였다.
유진오 당수가 낭독한 민권선언은 “우리의 투쟁은 정의의 투쟁이요, 역사의 흐름을 따르는 순리의 투쟁이요, 아무도 또 아무 것도 막을 수 없는 민족의 운명에 관한 투쟁으로 빼앗긴 주권을 되찾는 그 날까지 3천만의 투쟁은 결코 멈춤이 없을 것을 선언한다”고 말했다.『동아일보』 1967.7.1. 1면, 『경향신문』 1967.7.1. 2면, 『매일신문』 1967.7.2. 1면, 『조선일보』 1967.7.1. 1면,『한국일보』 1967.7.2. 1면
박정희 씨에게 보내는 공개장 제6대 대통령의 취임식을 갖는 오늘, 본인이 귀하에게 축하를 올리지 못하고 이와 같은 고언을 드리게 된 것을 지극히 불행하게 여기는 바입니다.
이것은 비단 본인뿐만 아니라 “정권을 내놓는 한이 있더라도 공명선거를 실시하겠다”고 장담했던 귀하의 언명에도 불구하고 사상 유례 없는 암흑·무정부적인 6.8부정선거가 귀하의 책임 하에 있는 공화당과 행정부에 의해 저질러짐으로써 주권을 강탈당한 많은 국민들이 오늘의 경축에 진심을 우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귀하는 결코 외면할 수가 없을 것이며, 국헌을 뿌리째 유린한 부정선거에 대한 하등의 반성과 척결도 없이 귀하가 오늘 “국헌을 준수 운운”하는 대통령 취임선서를 하는 데 대해 본인과 우리 당은 유감의 뜻을 표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1. 6.8선거는 제2의 쿠데타이다.
6.8선거에 앞선 5.3대통령선거도 양심과 이성으로는 도저히 승복할 수 없는 허다한 부정이 개재되었던 것입니다. 곪고 병든 조국의 민주질서를 점차 치유해 나가기로 결심하고 신민당은 참을 수 없는 것을 참아가면서 6.8선거에 임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신민당의 이러한 인내와 노력은 결국 수포로 돌아가고 보다 심한 부정선거가 계속 자행되었던 것임은 국민 공지의 사실입니다.
선거인 명부 작성에서의 매선거구마다 수만의 유령 유권자를 조작하고 귀하를 위시한 전 국무위원들의 지방행정 시찰 명목의 공공연한 선거운동과 사심적 지방사업 공약의 남발, 각급 공무원들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관권에 의한 부정선거운동, 천문학적 선거자금의 살포, 투표 통지표의 고의적인 불배포·매표·대리투표·공개투표·무더기투표는 물론, 야당 참관인에 대한 경찰·행정기관·공화당이 삼위일체가 되어 감행한 축출과 테러, 빈대표 등 무효표 조작, 개표소 내에서의 난동, 투표용지의 화장과 수장 등은 선거가 아니라 명백한 제2의 쿠데타라고 단정하는 것입니다.
2. 반성과 사과 대신 보복과 휴학이 웬 말.
5.16군사쿠데타가 4.19의 계승이라고 헌법 전문에까지 삽입한 바 있는 귀하가 4.19민권혁명의 대상인 3.15부정선거를 무색케 하는 6.8부정선거에 대해 추호의 반성과 국민에 대한 솔직한 사과도 없이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애국학도들과 야당의 정당하고도 평화적인 시위, 집회를 총검으로 억누르고 학생과 야당 인사에 대한 불법연행은 물론 심지어는 교학(敎學)의 질서마저 파괴하고 부당 휴학조치를 단행하는가 하면, 전국에 걸쳐 신민당 선거운동원과 야당을 지지했던 무고한 시민들에 대한 관권을 통한 선거보복과 살인적인 폭력행사가 예사로 감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귀하와 귀하의 책임 하에 있는 행정부와 공화당의 국민에 대한 무한적인 적대행위가 아닐 수 없으며, 이와 같은 사태를 귀하가 수수방관으로 묵인해 두고 있음은 위정자로서 수권자인 국민에 대한 배신이며 책임의 포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3. 전면 재선거를 실시하라.
따라서 본인은 귀하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 부정선거에 관련된 원흉을 단죄하고 공명정대한 전면 재선거를 실시하는 것만이 귀하가 국헌 준수의 실증을 만천하 국민 앞에 입증하는 길인 동시에 정국 수습의 첩경이라고 확신하고 본인은 거듭 귀하에게 이것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결론
만일 이상의 엄연한 사실과 부정 시정의 주장이 귀하에 의하여 자인, 반성되지 않고 갖은 방법의 탄압과 기만술책으로 6.8부정선거의 결과를 계속 정당화시키려 한다면 우리와 국민의 항쟁은 전국적으로 계속 전개될 것이며, 금후에 있을 중대사태의 발생 책임은 오직 귀하가 전적으로 져야 한다는 것을 경고하는 바입니다.
우리의 투쟁은 우리의 당리추구를 위한 정략이 아니고 국민주권을 쟁취하기 위한 숭고한 범국민적 민권투쟁임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오늘날 귀하는 변칙적인 ‘쿠데타’의 수단으로 정권을 탈취하고 6.8부정선거의 수단으로 계속 정권을 유지하려 하였다는 천추의 오명을 씻기 위하여서도 귀하의 민주정도를 위한 일대 결단이 있기를 촉구하며, 귀하의 오늘의 취임식이 욕된 부정선거의 분장이 되지 않기를 충심으로 빌어 마지않는 바입니다.

1967년 7월 1일
신민당 대표위원 유진오김삼웅 편저, 『민족·민주·민중선언』, 한국학술정보(주), 2001, 88~9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