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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백 서울법대 총회, 헌정수호선언

12일 오전 11시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생 3백여 명은 동교 합동 강의실에서 헌정수호 서울법대 학생총회를 열었다. 이날 학생총회는 박 대통령과 전국 대학생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와 헌정수호 선언문을 채택했는데 학생들은 선언문에서 “독재의 망령이 새로운 위협으로 나타나고 있다. 독재자의 아집과 자기 과신은 결국 일국의 운명을 파멸의 길로 이끌 수밖에 없다는 것을 역사는 증명하고 있다. 우리는 조국의 헌정 질서를 유린하는 어떤 반민주적 행위도 결코 용납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학생총회에 앞서 학생회 간부들은 학교 측으로부터 해산 종용을 받았으며 학교 측은 긴급교수회의를 소집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동아일보』 1969.6.12. 7면, 『대학신문』 1969.6.16. 1면 선언문 독재의 망령이 새로운 위협으로 나타나고 있다.
집권층의 일각에서 떠돌던 3선개헌 논의는 이제 조국의 헌정질서의 앞날을 가늠하는 중차대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정보정치로 민중이 질식해 가고 에로문화로 민중이 눈멀고 있는 이 시점에서, 그리고 의회가 정부의 시녀로 전락해 버리고 언론이 거세되어 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우리 대학생은 이 땅의 현실을 냉철하게 투시하고 진정한 민의를 대변해야 할 의무를 절감한다.
지역적 사회계층적 소득의 극심한 불균형은 조국의 장기적 경제성장을 위협하고 있고 물량주의, 외화 만능주의의 경제정책은 한국경제의 암적 요소로 비대하고 있다.
남발되는 화려한 정치적 구호와 하락하는 현실의 틈바구니에서 과대한 위기의식의 고조와 소비문명의 조장의 틈바구니에서 민중은 오늘날 자기분열의 과정을 더듬고 있다.
파행적인 경제구조를 파타하고 부정과 부패를 근절시키며 조작된 민의가 진정한 민의를 지배하는 것을 시급히 중단시키는 것이 오늘날의 과제가 아니던가?
국내외로 숱한 문제를 안고 있는 조국의 현실에서 집권의 연장과 권력체제의 강화를 획책함은 국민의 의논을 양분하여 사회적인 혼란을 야기할 것으로 우리는 경고한다.
독재자의 집권과 자기과신은 결국 일국의 운명을 파멸의 길로 이끌 수밖에 없다는 것을 역사는 증언하고 있다.
조국의 헌정질서에 비쳐진 우리 선열의 피는 결코 헛될 수 없다.
조국의 헌정질서가 일개 정당의 제물로 될 수는 없으며 민주주의로 향한 전국민의 염원이 일부 소수자의 권력욕 앞에 희생될 수도 없다.
이제 독아(毒牙)를 드러내기 시작한 3선개헌의 음모를 반민주적인 행위로 단정하는 데 주저치 않으며 우리는 앞으로의 사태의 변화를 계속 주시할 것이다.
우리는 조국의 헌정질서를 유린하는 어떠한 반민주적 행위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을 선언한다.
1969년 6월 12일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학생회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대의원회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학생평의회서울법대 학생운동사 편찬위원회 편, 『서울법대 학생운동사: 정의의 함성 1964~1979』, 블루프린트, 2008, 4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