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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장로회, 은명기 구속관련 진정서 발표

26일 한국기독교장회는 총회장 박재석 명의로 은명기 목사 구속과 관련하여 국무총리, 법무부장관, 중앙정보부장에게 보내는 진정서를 발송하였다.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회, 『1970년대 민주화운동Ⅰ』, 1987, 223~224쪽 (은명기목사 구속 관련) 진정서(1973. 1. 26)우리 700명 한국가독교장로회 교역자들과 20만 신도들은 민족중흥의 역사적 과업 수행과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대처하여 국정처리의 대임을 수행하시는 대통령각하 위에 하나님의 축복과 가호하심이 함께 하시기를 기도하면서 국가발전과 민족통일의 앞날을 위해 본 교단 산하의 현직목사가 구금된 사건에 대하여 공정하고도 관대한 처리를 위해 아래와 같이 진정하는 바입니다.

사건의 내용은 전주에서 교회를 담당한 현직목사가 성전에서 종교적인 의식을 거행하고 있는 도중에 경찰당국에 의해 강제 연행 구속되었습니다. 본 총회는 이를 중시하고 순리대로 해결하기 위하여 꾸준히 지방의 관계관에게 사실을 해명하고 선처를 요망해 왔습니다만은 오늘까지 관계당국은 이에 대하여 별다른 반응을 보여주지 않으므로 이제 본 총회는 그간의 사건경위를 실행위원회에서 신중히 검토하고 동위원회의 결의로 대통령 각하께 이 사건의 공정하고도 신속한 처리를 진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1) 전주 남문교회에서 목회하는 은명기목사는 하나님의 말씀에 충실한 교역자로서 교회를 충성스럽게 섬기며 나라를 충심으로 사랑하고 사회를 위해서 성심껏 일하는 정직하고 모범적인 목회자입니다. 그가 과거에 만주수호운동에 가담하고 선거의 투·개표소 참관인이 된 일이 있으나 그것은 국가의 대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뿐이요 결코 정치적 의도나 야심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며 하물며 검찰의 공소사실이 지적한 것처럼 반정부적인 태도에서 취한 행동은 아니었습니다.
(2) 1972년 10월 17일 계엄령 이 선포된 후 은목사는 자중하여 공적인 발언을 삼가하여 왔습니다. 그러던 중 11월 6일 은명기목사의 부인 이영림씨는 ‘행운의 펀지’ 형식의 문서를 받고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연행되었습니다. 경찰에서 일단 석방된 이영림씨는 재차 구속되어 광주 계엄군법회의에 회부되었으나 병보석으로 전주 예수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가료중입니다.
이영림씨가 구속됐을 때 전주시내 목사 16명이 경찰간부를 방문하고 부인의 석방을 위해 진정한 바 있었는데 그때 경찰당국은 은목사 때문에 부인이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그 목사들에게 말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하여간 은목사는 그의 부인의 석방을 위해 각방으로 진정과 교섭을 해오고 있었습니다.
(3) 그러던 중 12월 13일 계엄령이 해제된다는 보도가 있은 뒤 해제될 시간 직전에 경찰은 은목사를 교회 안에서 강제로 연행해 갔습니다. 은목사는 그날 밤 수요일 예배를 끝내고 교인들과 함께 국가와 민족을 위해 예배당 안에서 철야기도를 하는 중이었습니다. 경찰은 기도하는 교인들을 강제로 해산시키고 강단 위에서 기도하는 은목사를 연행해간 것입니다. 이런 일은 일제 탄압하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없었던 일입니다. 본 총회는 임원회를 소집하여 사건의 경위를 세밀히 조사하는 한편 교회당 안에서 기도중인 현직 목사를 연행 구금한 일에 대하여 당국에 유감의 뜻을 표함과 동시에 변호사를 선정하여 은목사가 도주의 우려가 없음을 확실히 보증하고 구속을 해제해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12월 20일 전주 지방법원에서는 은목사에 대한 구속적부심사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4) 본 총회로서는 양심의 자유와 개인의 권리가 절대 존중되는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사건이 발생했다는 사실에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동시에 이러한 일로 말미암아 사려가 깊지 못한 많은 교인들과 일반신도 대중이 교회탄압의 인상을 받게 될 위험이 있다고 보고 많은 성직자들은 심심한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한편 본 총회 가기관지인 총회 회보 제134호(1973년 1월호)에 은목사 사건의 경위와 ‘공소 사실’을 과장함이 없이 사실 그대로 게재했음에도 불구하고 당국이 1973년 1월 24일에 이를 발송중지케 한 일에 관해서 심심한 유감의 뜻을 표하고 이 일의 선처도 아울러 요망하여 마지않습니다.
(5) 은명기목사에 대한 ‘공소사실’은 본 총회에 보고된 사실내용과는 크게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모든 사실이 공정한 재판과정을 통해 법에 의하여 판명될 것을 확신하면서 은목사가 도주의 염려가 없음이 명백한 현직목사인 만큼 그의 신변구금을 해제하여 주옵기를 진정하는 바입니다.
1973년 1월 26일
서울특별시 종로구 연지동 136-46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 박 재 석
동문을 다음 분에게 보냄 : 국무총리, 법무부장관, 중앙정보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