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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굴욕외교반대범국민투쟁위원회, 4만 청중 매국외교 규탄 “평화선, 3억 불과 바꿀 수 없다” 한일회담 즉시 중지요구

21일, 한일회담 조기타결을 위해 “어떤 희생도 무릅쓰겠다”는 정부 및 여당의 강행태도와 이에 맞서 조기타결 저지를 위해 끝내 극한투쟁도 사양치 않겠다는 야권의 원외대결은 최고 정점에 도달하여 불 뿜는 설전을 벌였다. 전체 야권세력의 결집체인 대일굴욕외교반대범국민투위는 약 40,000명경향신문은 35000명으로 보도(『경향신문』 1964321 석1면)의 청중이 모인 서울중고교 교정에서 “정부의 대일외교는 매국외교이며 회담을 즉각 중지하라”고 주장했으며, 한편 공화당은 부산 토성국민학교 교정에서 시국강연회를 열고 “한일국교정상화는 국제정세로 보아 불가피하며 야당의 반대는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응수했다.”정부의 굴욕외교를 규탄하기 위해 지난 15일부터 20일까지 전국 12개 주요도시에서 성토대회를 계속해온 대일굴욕외교반대범국민투위는, 김종필 공화당 의장이 동경에서 일본정부 및 여당수뇌와 마지막 정치적 협상을 꾀하고 있는 때를 같이하여 대일굴욕외교반대강연회를 열고, “정부의 대일외교는 매국외교”라고 규탄, “한일회담을 즉각 중지하라”고 주장했다.
이날 굴욕외교반대강연에서 윤보선, 조재천, 이상철, 조영규, 함석헌, 장준하 등 연사들은 ① 단 3억 불로 평화선을 팔 수는 없다. ② 현 정부가 추진하는 대일협상은 일본의 경제적 식민지화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③ 한 정권의 수명을 연장시키기 위해 국가백년대계를 그르칠 수는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대일외교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청구액 27억 불, 전관수역 40해리를 내용으로 하는 야당 측 대안을 받아들일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그들은 만일 단 3억 불에 평화선을 양보한다면 일본은 평화선 안에서 5년을 넘지 않는 동안에 그보다 더 많은 액수의 고기를 잡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강연회가 열리기 전 강연회를 알리고 다니던 투쟁위의 가두선전반원들이 경찰에 연행된 사건이 생겨 야당 측을 긴장시켰다.) 『동아일보』 1964.3.21 석1면
이날 연사들의 연설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조영규(투위지도위원·자민당 기획위원장) 야당들의 굴욕외교반대 강연을 들으려고 이 운동장을 꽉 메운 것은 이 나라에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증거가 아니고 무엇인가? 정부는 한일교섭에 대한 검은 속셈을 밝혀야 한다. 공화당 양반들은 확실히 소인가 보다. 아무리 물어도 속셈은 대답 안 하니 말이다. 이 양반들 정치하는 걸 보면 군정 때도 이래라저래라 ‘왔다 갔다 정치’이더니 요즘은 ‘오징어 정치’, ‘오징어 외교’다. 배때기 속에 시커먼 먹통을 가지고 뭘 만나면 먹물만 풍기면서 뒤로 씩씩거리며 물러나는 격이다. 청구권이 배상금이 아니라니 굴욕이 아니고 뭣인가. 필리핀만 하더라도 8억 불을 받았는데 36년간 지배받은 한국이, 더구나 숱한 의병과 독립열사들의 피의 대가가 고작 3억 불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도대체 김종필 씨가 일본에 가서 회담을 하겠다는데 무슨 자격으로 외교협상을 하는 것인가?
▶장준하(사상계사 사장) 김종필과 매국음모를 도모하는 도당을 제외하고는 모두 굴욕외교를 반대한다. 평화선을 없애면 일본은 3년 안에 3억 달러어치의 고기를 잡아간다. 이런 문전옥답을 팔아먹으려는 도당을 그냥 두어서 되겠느냐? 박 정권은 협잡정치를 하느라고 돈이 필요하니 이런 어리석은 짓을 한다. 어리석은 장난 빨리 그만두어라.
▶함석헌(투위지도위원·종교인)) 함석헌은 『사상계』에 기고한 글을 통해서도 매국외교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한편 민중의 각성과 궐기를 촉구했다.(함석헌, 「매국외교를 반대한다!」, 『사상계』, 1964년 4월호(통권 133호), 17쪽)무슨 일이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 일 없으니 경관들은 실망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였으니 이것이 데모가 아니고 뭣인가. 한일회담을 왜 서두르는가. ‘조속’은 뭣 때문에 조속인가? 세상에 급한 생각을 갖는 놈이 남의 집에 도둑질이라도 하는 법이다. 한일협상은 매국적인 외교다. 이렇게 많은 대중이 반대하는 일을 왜 강행하려는가. 이것이 우리 정부(政府)냐 일본의 정부(情婦)냐! 돈이 오면 몇 사람이 받지 영세어민이 받겠는가. 그 돈이 국민과 무슨 상관있겠느냐. 조약체결 했다고 12해리 안에 안 들어오겠는가. 문전에 와서 우리 고기 일본놈이 싹 잡아갈 것이다. 일본사람들이 어떤 사람인 줄 아는가!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신라 이후 줄곧 일본사람들이 우리를 얼마나 괴롭혀 왔는가. 38선이 생긴 것도 미·소가 일본군의 무장해제를 시키자는 것 아니었나.) 『동아일보』 1964.3.21 석1면, 『경향신문』 1964.3.21 석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