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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회담반대는 적화(赤化)에의 투항” 야, “암거래 외교 중지”

20일, 한일회담 타결을 따지는 국회대정부질의가 시작되었다. 이날 본회의에서 박순천 민주당 대표최고위원이 “암거래식 외교를 지양하라”고 촉구했는데, 이에 대한 답변에 나선 정일권 총리가 한일회담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우리는 어느 길을 가야 합니까? 우리의 목표는 반공이 아닙니까? 반공을 포기하고 협상을 해야 합니까? 투항을 해야 합니까?”라고 발언했다. 이때 앞줄에 자리 잡은 김준연(민정) 의원이 “발언을 중단하라”고 책상을 두드리며 고함을 지르고, 박찬(민정) 의원이 단상으로 명패를 던지며 “발언 취소하라”고 고함을 지른 것을 발단으로, 이중재·서민호·유진(민정) 의원 등이 “투항이냐, 난동이냐는 말로 협박한다”고 격분, 자리를 박차고 단상 앞으로 몰려들었는데, 이에 대하여 공화당차지철, 권오석, 이동진 의원 등도 이에 맞서 승강이를 벌여 살벌한 분위기를 풍기기도 했다.
박순천 의원은 이날 질의에서 “기국주의를 규정한 평화선 협정을 재검토하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일회담 반대 시위를 강압적으로 제지하는 것은 “국민의 의견을 무시하고 회담을 강행하려는 저의에서 나온 것”이라고 비난하고 “이와 같은 정부의 태도는 일을 크게 저지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4월 17일 시위 제지에 대해 언급하면서 “데모 군중을 굴속에다 몰아넣고 양편을 막은 다음 최루탄과 연막탄을 터뜨려 질식 직전에 놓이게 했다”고 지적하고, 시위에 대한 정부의 제지방법이 “일제의 우리 선열에 대한 탄압과 다른 것이 무엇이냐?”고 따졌다.
한편 여야총무회담을 열어 본회의를 속개, 정 총리는 문제의 발언을 취소하고 사과한 다음 답변을 계속했다.『동아일보』 1965.4.20 석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