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회 목사들, 성토대회 개최 및 성명서 발표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정부는 항의하는 민의를 권력으로 억압하고 조인을 단행했으며, 국회는 여당의 다수를 무기로 비준을 강행하려 한다”고 지적하고, 국회는 한국역사의 장래를 위해 굴욕적인 한일협정의 비준을 거부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들은 이날 성토대회에서 오는 5, 6일 오후 8시 영락교회에서 ‘국가를 위한 연합기도회’를 갖기로 결의하고, 5명의 실행위원을 선출했다. 한경직 목사는 “국가를 위한 기도회를 갖는 것은 현재의 나라의 형편과 사회의 현실을 하나님의 뜻에 따라 진단하며 역사건설의 엄숙한 책임을 지고 있는 종교인으로서 중차대한 사명감에서 일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 목사는 현재의 정치지도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불신 속에 싸여 있고 성실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2. 우리 그리스도인은 개인으로나 국가로나 진정한 화해의 정신으로 공동의 선을 추구할 것을 주장한다. 그러므로 한일 양국이 이 정신으로 국교를 재건하는 것을 진심으로 원하는 바이다. 그러나 진정한 화해를 위하여는 전비(前非)를 회오함과 동시에 새 역사건설을 위한 선의의 봉사와 협력이 약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 한일관계에서는 일본이 자국중심적 이권체제수립에 혈안이 되어 매수외교를 자행하므로 생긴 한국민의 의구와 반발 때문에 양국 간의 적의를 더욱 격화시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한일 간 체결되는 조약과 제 협정의 시비는 이미 사계의 전문가들이 충분히 검토하고 발표한 것이기 때문에 상론하지 않으나 다음의 몇 요목을 들어 우리의 견해를 피력한다.
① 한국어민의 전통적 어장인 평화선 구역을 사실상 포기함으로써 우리 어민의 생존권에 위협을 가져옴과 동시에 국민의 정의감에 좌절을 초래하게 된 것.
② 청구권을 무상공여로 변질시키는 데 동의함으로써 일본의 침략정신을 인정한 것.
③ 한일 간 제 조약 무효화 시점을 애매하게 하므로 일본으로 하여금 을사, 경무 등 국권강탈행위를 합법화할 구실을 갖게 하여 항일선열들의 정신적 유산에 오손을 가져온 것 등은 국민의 분노를 사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④ 그뿐만 아니라 국내적 자가정비 없이 국제자본에 문호를 개방함으로써 한국의 항구적인 신식민지화를 불가피하게 하는 경향도 국민사기를 말할 수 없이 저상(沮喪)시키고 있다.
⑤ 상대국에 비하여 경제 및 문화적으로 약세인 경우에 그와 대결할 수 있는 유일한 힘은 국민사기의 고무와 그 정기의 함양에 있는 것이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의 일반국민에 대한 압력, 학생에 대한 비인도적인 강압 등은 국민의 자유로운 정신을 적극 저상(沮喪)시키고 있다.
⑥ 관계 및 사회의 일반적인 부정부패는 한일 국교재개 이후의 행정에 대한 불안과 불신을 더욱 증대시키고 있다.
이러한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는 항의하는 민의를 권력으로 억압하고 조인을 단행하였으며 국회는 여의 다수를 무기로 삼아 그 비준을 강행하려 한다. 그러나 그 결과로는 정부 대 국민의 갈등이 격화되고 한일 양국의 적의는 우심(尤甚)하게 될 것이 명백하며 국민의 정신력은 더욱 저하되어 내향적, 이중인격적, 자기방어적 자학 또는 아부로 후퇴 굴종 및 예속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 우려된다.
3. 그러므로 우리는 공동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자책을 절감함과 동시에 정부, 국회, 국민에 대하여 아래의 몇 가지를 호소한다.
① 정부는 한일협정에 관한 애국적 국민의 의사표시를 권력으로 탄압하는 행위를 즉시 중지하기를 촉구한다.
② 정부는 한일협정에서 국민여론에 순응할 자세를 갖추기 바란다.
③ 국회는 여·야 함께 정당보다도 한국역사의 장래를 위하는 의미에서 민족정기의 앙양을 중시하여 굴욕적인 한일협정의 비준을 거부하기를 바란다.
④ 정부는 차제에 부정부패를 일소하고 국민의 신망을 얻을 수 있는 국내정치의 쇄신을 기약하기 바란다.
⑤ 국민은 굴욕을 감수하는 노예성을 일축하고 일치단결하여 독립국가의 주권자로서의 위신을 견지하며 한일 간의 굴욕적인 조약을 폐기하고 진정한 상호 이해와 성실한 공동사회건설을 약속하는 한일 화해의 달성을 위하여 노력하기를 바란다.
4. 우리 그리스도인은 온갖 형태의 독재와 모든 불의, 부정부패에 항거한다. 우리는 경제문화, 도덕, 정치 등 온갖 부문에서 성령의 인도와 기도와 봉사로 조국의 역사건설에 공헌하기를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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