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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국청년당’ 발기에 관한 성명서

구국청년당 발기에 관한 성명서 혁신적 애국 동포 여러분! 민주혁명의 드높은 횃불을 들고 제2공화국 창건에 매진하는 줄기찬 과업을 걸머진 우리는 어떠한 결의와 방법으로써 맡은 바 사명을 완수하여야 하겠습니까? 젊은 청년 학도들이 흘린 고귀한 피의 대가를 또다시 부패된 기성정치인들에게 넘겨주고 우리들은 흥분과 감격에 도취해 있을 때는 절대로 아닙니다
젊은 학도들은 선배는 썩었다고 외쳤고 썩은 정치는 물러가라고 절규하였습니다. 과거 양심 없는 썩은 정치가들의 날뜀이 얼마나 많은 죄악을 빚어내었던가는 이미 역사의 엄숙한 심판에 의해서 만천하에 밝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 우리 겨레는 아직도 어제의 공포와 절망의 암흑 속에서 완전 해방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참다못해 죽음을 무릅쓰고 결연히 일어선 우리 청년 학도들의 숭고한 민족정기와 억눌리고 억눌려 숨마저 제대로 쉬지 못한 지경에 이르러 비로소 결사 항쟁한 청년 학도의 총궐기가 없었던들 깡패정치의 악독한 영구집권의 철벽은 결코 무너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4.19 4.26의 피의 항쟁이 무너뜨린 것은 오직 그 철벽뿐이지 부패정권의 아성은 결코 아닙니다
여러분! 냉정히 현실을 노려보십시오. 12년 동안 암흑 정치 하에서 누적된 국민의 원한은 비단 이승만 씨를 비롯한 기개 수괴급 인물의 책임에만 그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역사를 독선적으로 편철(編綴)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12년 동안 쌓이고 쌓인 울분이 유혈혁명으로 폭발한 것을 연극 본 듯이 잊어버릴 수는 없는 것입니다. 물론 민주주의 국가에는 보복행위가 있을 수 없습니다. 민주주의적 관용만이 새로운 자유의 여명을 가져오는 것입니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관용이란 결코 과거의 죄악을 일체 무로 돌리고 진공상태에서 재출발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국민의 고혈(膏血)을 수탈하고 권세에 아부하여 국가를 망쳐놓은 자는 마땅히 법에 의하여 처단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들의 철저한 숙청과 소탕 없이는 우리의 민주혁명은 아직도 전도요원한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부패정권의 철벽만 무너뜨리고 그 아성을 그대로 둔 채 민주혁명을 완수한 양 착각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회상컨대 지금부터 15년 전 우렁찬 해방의 종소리를 듣고 환희에 넘친 우리 선배들은 민주주의 토대를 바로잡는 일에 소홀했고 또 조잡했기 때문에 반민주적 제(諸) 독소가 신생 대한민국을 그들의 발호의 무대로 삼아왔고 그로 인하여 무참한 암흑사회를 만들어 놓았던 것입니다. 우리는 이번의 제2공화국 창건에 있어 절대로 이러한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절규하는 바입니다. 진정한 민주주의의 확립을 기약하고 제2공화국의 창건을 바르게 하려면 젊은 세대의 새로운 창의와 정열에 의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것입니다. 만일 역사의 현 단계가 다시 낡은 기성 정치인들 손에서 농락된다고 하면 우리는 머지않아 또 다시 암흑 정치 속에서 신음하게 될 것이요, 4.19의 10배 20배의 피를 흘리지 않고서는 타도할 수 없는 무서운 강권의 장벽이 구축되고야 말 것입니다. 여러분! 2.28 대구 학생데모에서부터 마산 사건을 거쳐 4.19 4.26 의거에 이르는 격동기에 그들 기성 정치인들은 무엇을 했습니까. 나이어린 학생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경찰대의 총포에 육박하여 쓰러질 때 잔인무도한 보복과 고문으로 우리 동생들의 살이 찢어지고 뼈가 부러질 때 그리고 전 학생들이 공명선거와 자유를 부르짖으며 죽음의 행진을 감행했을 때…
그들 기성정치인들은 낡아 빠진 보신(保身)적 지위를 버리지 못하고 벌벌 떨고 있지 않았습니까.

그들이 민주혁명을 위해 무엇을 했길래 지금 젊은이들의 성스러운 피의 대가를 횡취(橫取)하려는 것입니까. 입으로만 반독재 구국투쟁을 부르짖었을 뿐 실제로 하는 행동은 오히려 학생들의 정당한 정열을 냉각시키는 작용 밖에 못했던 것입니다. 우리는 이와 같이 신념이 박약하고 비겁하고 썩어 빠진 기성정치인들에게 앞날을 맡길 수는 없는 것입니다. 썩은 선배들은 아직 민주혁명의 진의를 파악치 못하고 새 술을 낡은 둑에 부어 넣으려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새로운 나라 새로운 정치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서 건장한 젊은이들의 투지와 양식을 총집결하여 청년 혁신정당을 조직함으로써 새 세대의 중대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믿는 것입니다
민주혁명의 과정에서 쓰러진 민주주의의 수호신들의 영전에 맹서하여 우리는 이제 엄숙히 제2공화국 창건에 전신전영(全身全靈)을 바치려 하는 것입니다
혁신적 애국동포 여러분의 절대한 성원과 지도를 빌어 마지않습니다
1960년 월 일
救國靑年黨(T•E YO유엔G GUARDIANS OF T•E REPUBLIC PARTY)(가칭) 發起推進有志
대표 고 정 훈
출처: 『조선일보』 1960. 5. 3 조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