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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그곳_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 “은숙 선생, 저어기 보이는 건물이 뭔지 알아요?”중학교 교사인 동혁이 철길 너머 건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철조망이 쳐진 긴 담장 위로 보이는 검은 건물...평범하다면 평범하고, 깔끔하다면 깔끔한 7층짜리 벽돌 건물이었다. 특이하다면 5층쯤 되는 자리에 좁고 긴 창문이 이어져 있다는 것뿐이었다. 비라도 내릴 모양인지 하늘이 회색빛으로 젖어있었다. “아니. 왜요?”은숙은 무심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동혁과 은숙은 연인이었다. 둘은 사귄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반말을 적당히 섞어서 사용하고 있었다. “저기가 그 유명했던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이야.”“치안본부 대공분실?”“응. 6월항쟁 무렵 박종철 열사가 물고문을 당하다가 죽은 그곳.”“아, 정말...?”은숙은 자기도 모르게 가볍게 탄성을 질렀다. 박종철 열사라면...?초등학교 교사인 은숙이 고등학교 시절에 일어났던 일이었다. 아직 세상에 밝지 못한 때였지만 서울대 학생이 남영동 어딘가로 끌려가 고문을 당하다가 죽었다는 이야기가 파다하게 퍼졌었고, 그해 6월 초여름, 길거리로 수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와, “종철이를 살려내라라!”고 외치던 모습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