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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컷이라 불렀다
오픈아카이브에 공개된 김태현의 사진은 1989부터 1995년까지 춘천, 광주, 서울 등지에서 촬영된 학생운동 관련 사진이 대부분이다. 이중에는 김태현이 한림학보사 사진기자로 활동할 당시 본인의 카메라로 찍은 B컷의 사진들이 있다.
당시 많은 학보사 사진기자들은 집회나 사건의 현장에 두 대의 카메라 장비를 동원해서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하나는 학교에서 제공한 것이고 또 하나는 기자 본인의 것이었다. 무거운 카메라 장비를 두 대씩 운영한 이유는 급박한 상황에 빠르게 대처하고, 카메라 손상으로 인한 필름의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특히 거리의 시위현장은 경찰의 진압이 수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거칠 수밖에 없었다.
이때 찍은 두 사진 중 학보사 장비로 먼저 찍은 사진은 A컷이 되고, 개인장비로 뒤에 찍은 것은 B컷이 되었다. 일반적으로 B컷은 A컷에 밀려 선택되지 못한 사진을 뜻한다. 하지만 이들이 사용한 B컷의 개념은 좀 달랐다. 이들은 같은 상황의 사진을 두 대의 장비를 사용하여 찍었고 이름을 달리 붙여가며 기록을 만들어냈다. 그 이유는 결락을 방지하여 온전한 기록을 남기려는 것이었다.
이러한 특성상 B컷은 비상용으로 기능했고, 경우에 따라서는 비상용이 없는 A컷도 많이 생산되었다. B컷의 컬렉션에 빈 칸이 많은 것은 큰 아쉬움이자 '비상용 B컷'의 당당한 특성으로 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 역사의 현장을 빠짐없이 기록으로 남기려했던 이들의 열정과 수고로움의 뒤에서 빛나는 작업의 결과물, 그것의 이름은 B컷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