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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필림 복원

박용수 선생의 기증사료 중 수해피해를 입은 사진철이 있다. 물난리통에 흙탕물에 잠겼다가 구사일생으로 구조된  필름들은 수해 당시의 흔적과 기억을 오롯이 간직한 채 보존서고의 한 켠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노란색 파일 철에 "수해필림"이란 제목이 붙어있다. 이 파일철을 정리하고 네임택을 붙인 작업자는 이후에 손상된 필름을 다시 꺼내보고 안타까운 마음을 접어넣으며 정리와 복원의 과정을 계획했을지 모른다.

파일철을 열었을 때 시간이 오래 지나고 손상된 필름이라 1차 보존서고에서 필름 낱장을 확인하는 과정은 매우 조심스러웠다. 2차 손상이 올 수 있으므로 우선 필름의 낱장 세는 과정을 대강의 부피로 가늠했다. 노란 황토색 물이 든 필름 중간중간에는 아무 일도 격지 않은 듯이 원필름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있었다. 복원에 참여할 사업체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역사기록의 복원에 참여하는 일이라 그들도 역시 2차 손상을 우려하여 쉽게 응하지 않았다. 여러군데를 수소문하여 어렵게 함께 할 곳을 찾았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 작업의 가치에 공감하는 작가가 공간과 사람을 내어주었다는 편이 맞을 것이다.


"수해필림"은 보존서고에서 반출되어 스튜디오로 옮겨져 사진전문가들을 만났다. 먼저 필름의 상태를 확인했다. 정확한 수량을 확인하고 손상의 정도를 파악했다. 좀 더 세밀하게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확대경을 동원했다. 흙탕물이 들어가서 필름 파일과 필름이 붙어 떨어지지 않는 것, 물이 배어들고 말라붙어 수해와 그 이후의 시간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필름 사이로 흙알갱이가 말아붙어 있어 스크래치를 염려하여 조심스러운 작업이 진행되었다. 멀쩡해보이는 것도 물에 빠진 것들이라 세심하게 만져야했다. 손상이 너무 심해 도무지 무슨 내용인지 알아볼 수 없는 것도 많았다. "수해필림" 2,500여 컷 중 약 800컷을 복원했다.

손상의 정도가 심하지 않은 필름은 간단한 수세의 과정으로 마무리했다. 필름이 필름 파일에붙어 떨어지지 않는 것은 유제와 필름이 붙어버린 것인데, 이 경우에는유제와 물을 넣어 분리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심각한 손상을 입어 분리과정으로 끝나지 않는 필름은 이물질을 하나하나 손수 닦아내는 수세의 과정을 거치고 건조시킨 후 복원의 과정을 완료한다.

일반적인 필름복원의 과정을 소개한다. 

"수세-건조-약품처리(세정용)-수세-약품처리(보관용)-건조"

위의 과정이 한 단계이다. 한번에 처리가 되면 한 단계로 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필름의 상태에 따라 

"수세-건조-약품처리(세정용)-수세-약품처리(세정용 약품을 고운 천에 묻혀 손으로 닦아내기)-수세-약품처리(보관용)-건조"

위의 방법을 반복적으로 진행하여 복원의 과정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