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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하라, 판단하라, 실천하라 - 한국가톨릭노동청년회

  • 등록일자 : 19/12/27
“청년 노동자 한 사람은 온 세상의 금을 전부 합친 것보다 훨씬 귀합니다.
그들이 하느님의 아들, 딸들이기 때문입니다.”- 조셉 까르뎅 -

가톨릭노동청년회(이하 JOC)는 1925년 인간의 존엄성과 노동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하여 까르댕 추기경이 벨기에에서 창설한 청년노동자운동 단체다. 한국에서는 1958년 초 서울대학병원 간호사 박명자 등이 모임을 갖고 JOC 창립을 준비해갔다. 1958년 11월 16일 까르댕 신부가 한국을 방문해 명동성당에서 첫 투사선서식을 진행했다. 한국가톨릭노동청년회가 공식 발족한 날이다. JOC 조직은 성당을 통해 확대되어 갔으며, 각 공장에 직장팀이 결성되었다. 

JOC는 인격의 변화를 통한 이웃과 노동 환경의 복음화, 이를 통한 삶의 질의 개혁이라는 나름대로의 목표의식을 갖도록, 노동과 신앙을 통합해서 성찰하는 교육을 꾀해갔다. 노동자들은 더 이상 쓸모없는 존재도, 밑바닥 존재도 아니었다. 노동자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귀한 존재이며 사회를 정의롭게 변화시켜야 하는 사명을 지닌 존재다. 노동에 대한 의식의 전환은 구체적으로 작업현장에서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게 되었다.

JOC는 청년 노동자의 구체적인 현실에서 출발한다. “청년 노동자의 일상생활”을 바탕으로, “노동대중이 인간적 가치에 대한 존엄성을 상실하고 이들 인간적 가치를 생산과 소비에만 소모해버리는 사회에 종속된 현실”을 보도록 초대한다. JOC 운동의 기본 목적은 “각자에게 주어진 생활의 심원한 의미를 발견시키고 그들의 개인적 및 집단적 존엄성에 따라 살 수 있도록 한다” 는 것이다.

JOC의 방법은 관찰, 판단, 실천이다. “관찰”이란 실생활 안에서 만나는 사람, 사건, 환경, 사물 등에 대한 원인, 과정, 결과 등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모든 노동자의 생활을 구체적으로 보기 시작하는 것이다. “판단”이란 현실을 관찰하며 본 문제를 신앙과 인간 양심에 비추어 판단하는 것이다. “실천”이란 판단에서 얻은 반성과 확신을 실생활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실행을 하기 위해서는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것으로부터 행동하는 것이다.

JOC 운동의 핵심은 JOC 투사와 회원 노동자로, 이들은 “주기적으로 회합을 가지는 공동체를 형성”하여 함께 “결정을 내리고 계획을 세우고 검토하고 또 활동을 평가한다.” 특히 투사회는 “양성의 학교”로서, 이들의 공동체는 “우리가 소망하는 새로운 사회의 전형”으로 일컬어진다.

1968년은 인천지역 노동운동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강화도의 심도직물노동조합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해였다. 한편 JOC 1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했다. JOC는 10주년을 맞이하여 자신의 역사를 돌아보고 앞으로 JOC의 존재 방식을 성찰하며 다음과 같이 결의했다.

우리들 한국 가톨릭 노동청년회 회원들은 사회발전을 위한 주춧돌이요, 희망이라는 자부심과 사명감을 갚이 자각하면서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1. 우리는 그리스도적 사회정의를 구현하기 위하여 청년 노동자 운동에 적극 참여한다.
2.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로서 존엄성을 가진 청년 노동자들이 기계나 노예로 취급받은 여하한 압력도 용인하지 아니한다.
3. 우리는 민주 한국의 산업 역군인 청년 노동자들이 노동자로서의 권익을 옹호하려는 제반 노력을 적극 후원한다.
4. 우리는 청년 노동자들이 성실하게 책임을 수행하여 생산성 향상을 도모함으로써 노사 쌍방의 경제적, 사회적 발전을 이룩하려는 공동선의 추구에 계속 노력한다.


1968년 10월 20일

이 결의에서 “그리스도적 사회정의를 구현하기 위하여”라는 표현은 1974년 결성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보다 앞서 한국 가톨릭교회가 사회정의를 복음과 통합하여 주체적으로 언급한 구체적인 사례다. JOC는 그들의 활동을 그리스도적 투신으로 인식하면서 정의와 민주 그리고 공동선과 통합하여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초기 JOC 회원들은 JOC를 만나면서 노동의 신성함과 노동자로서의 자존감을 깊이 체험하였고, 이를 동료 노동자와 이웃들에게 알려나갔다. 동료 노동자 역시 신앙의 유무를 넘어서 “온 세상의 황금보다 더 가치 있는” 귀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JOC는 노동자들과 함께 노동자들을 대표하여 노동현장의 개혁을 위해 노력했다. “노동조건 개선, 노동환경 개선을 통한 인간성 회복, 인권회복” 운동이었다. 

회원들은 각자의 공장에서 JOC 조직과 방법론을 적용하였다. 생활나눔과 소모임 제도다. 소모임은 JOC의 팀 조직방식을 원용한 것이다. 생활 나눔은 JOC회원들이 일반적으로 “생활 반성”이라고 알고 있는, 노동자 자신의 삶의 현장에서 솟아나는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며 서로를 일깨우는 JOC 방법이었다. 

JOC 회원이 이끄는 소모임에는 “관찰, 판단, 실천”의 방법론을 도입하어 ‘생활나눔’ ‘주제토론’ ‘실천약속’의 방법으로 진행되었다. 1단계 방법으로는 주로 개인변화 및 자아인식에 대한 문제를 찾아내고, 2단계는 직장 동료에 대한 관심, 이웃을 보는 시각, 공장 내에서 일어나는 인간관계, 즉 노동자들끼리 어떻게 대하는가, 또 견습공을 대하는 자세, 사장이나 관리자에 대한 문제 등에 올바른 시각을 갖고자 했다. 3단계에서는 사회 전체 노동자들의 공통된 문제를 인식하게 했다. 즉 노동자와 정치, 노동자와 경제, 노동자와 문화, 노동자의 위치와 노동의 가치, 노동자와 소비생활, 노동자와 신앙 등이다.

JOC는 1958년 11월에 공식적으로 발족한 이래 1960년대와 70년대, 80년대에 우리나라가 급격하게 산업화되는 과정에서 드러난 노동 왜곡 현실에 저항하면서 나라의 민주화와 민중의 인권을 회복하는데 기여하였다. 심도직물노동조합 사건 이래 노동조합 투쟁, 민주노조의 현장에는 반드시 JOC가 있었다. 노동현장에서 JOC는 빨갱이 단체로 공격당했고, JOC 출신 노조원들은 빨갱이로 몰리며 불법과 불의, 물리적 폭력에 맞서야 했다.

1987년 6월항쟁 이후 전국에서 수많은 노조가 설립되면서 JOC는 자신의 정체성을 놓고 갈등을 겪어야 했다. 그럼에도 오늘에 이르기까지 JOC는 노동자의, 노동자에 의한, 노동자를 위한 조직으로 여전히 노동자들 속에서 호흡하고 있다.

*이 글은 『한국가톨릭노동청년회 50년의 기록』(한국가톨릭노동청년회 50년의 기록 출판위원회․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09) 에 실린 내용을 일부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