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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과 경찰, 영일·영주 재선거 지역에서 불법선거운동

재선거를 3일 앞둔 20일, 영주영일 을 선거구에서는 공무원들의 집단적인 불법 선거운동이 뚜렷이 감지되었다.
우선 영주에서는 공개적인 정견발표회나 연설 대신 정·사복경찰과 군청, 읍사무소 및 교사들이 동원되어 음성적으로 자유당 후보자에 대한 투표를 꾀하는데 주력하였다.
영주읍 장날인 20일 오후 1시부터 5시 30분까지 민주당은 강연회를 열었다. 서울에서 내려온 민주당 최고위원 곽상훈, 박순천을 비롯하여 주요한, 김산, 김기철, 김응주가 시민 5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선거 연설을 하였는데, 갑자기 경찰이 들이닥쳐 교통 정리를 한다며 소란을 피웠다. 그런가 하면 극장 간판을 붙인 지프차가 갑자기 나타나 영화 상영을 알리는 스피커 소리를 크게 내며 강연을 방해하였다. 영주역을 비롯한 거리 곳곳에서는 경찰과 공무원이 변장까지 하고 낯선 사람의 동정을 살피고 다녔으며, 10미터 간격으로 정복을 입은 교통경찰이 배치되어 수시로 시민들을 불심검문하였다.
특히 신문사 사진기자를 가장한 사복경찰관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가죽잠바에 중절모자를 쓰고 군용작업복을 입어 겉으론 형사의 외향을 하였으나, 어울리지 않게 사진기를 메고 서성대며 강연회 뿐 아니라 열차와 다방에서도 사진기를 들이댔다. 사람들은 이들이 “잠깐 실례합니다. 경찰관인데요. 신분증명서를 보여주시오” 하는 말에 깜짝 놀라기도 하였다. 강연을 하던 민주당 주요한 의원은 청중들에게 “지금 이 자리엔 수많은 카메라가 모여 있으나 그들은 보도를 하기 위한 신문기자가 아니고 강연을 듣는 유권자들을 쫓기 위해 찍히지 않는 카메라를 갖고 시위하고 있는 것이니 안심 하고 들으라”고 하자 청중들도 폭소하였다.
민주당영주 재선거 지역에 적어도 500여 명의 경찰이 동원되었으며, 풍기면에서 는 봉화경찰서장이 20일 전부터 출장을 나와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봉화경찰관들을 지휘하고 있다고 폭로하였다. 이처럼 공무원이 대거 선거운동에 동원되자 영주 군청, 읍사무소, 교육구청과 관공서는 거의 텅 비다시피 하였다.
영일 을구 선거구 또한 영주와 마찬가지였다. 20일 오전 영일 을구에 출마한 민주당 현석호는 경찰의 선거 관여 증거를 입수하여 민주당 중앙당에 긴급 보고하는 한편 최인규 내무부장관에게 이같은 사실을 항의하였다. 민주당 중앙당에서 영일 을구로 현석호를 보좌하기 위해 내려온 김대중 의원은 19일 오후, 포항경찰서 소속의 한 경찰이 학전동의 선거실태를 담아 포항경찰서 보안주임에게 보내는 보고서를 입수하였다. 이 보고서는 자유당민주당 및 일반 공무원의 민심 동향에 대해 자세히 기록하고 있는데,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투표 요령에 대한 교육 실시 등 경찰의 활동 상황들을 보고하였다. 또한 예상 득표율을 기록하였는데, 이들은 모두 경찰의 불법적 선거 관여를 명백하게 드러내는 증거였다.
한편 민주당 공천자인 현석호육군특무대에 검거된 민주당 훈련부 차장이 간첩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이날 보도로 타격을 받았다. 강연장에서 현석호는 전혀 모르는 내용이라며 모략임을 주장하였다.『조선일보』1960. 1. 21 석3면 ;『동아일보』1960. 1. 21 석3면, 1960. 1. 31 석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