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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일 을 재선거, 반공청년단 활약 속에 완전한 공개투표 진행

23일 영일 을구와 영주에서 재선거가 실시되었다. 부정선거로 인해 세 번째 선거를 치르게된 영일 을구에서는 아침7시에 투표가 개시되었다. 영일 을구에는 무소속 출마자인 김익로가 21일 돌연 후보를 사퇴함에 따라 자유당김장섭민주당현석호가 대결을 펼쳤다. 22개 투표구가 있는 영주의 총 유권자수는 약 4만 2천 명이었으며, 자유당민주당은 그동안 치열한 선거전을 펼쳐 6회의 합동 강연과 수 십 차에 걸친 개인 연설을 진행하였다.
선거 전날인 22일 군선거위원회에서 투표소 100미터 이내의 일반인 출입을 허용한다는 발표로 일말의 공명선거가 기대되었던 영일 을에서는 예상을 깨고 극심한 선거 부정이 재연되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부터 부정선거를 막기 위해 마을마다 1명씩 국회의원 및 도당 간부를 배치하였으나 자유당의 조직적인 부정선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투표소 100미터 이내에는 약속과 달리 접근이 금지되었다. 이 때문에 투표소마다 경찰관과 민주당 의원, 기자 간에 언쟁이 벌어졌으며 경찰들의 제지를 뚫고 겨우 들어가 본 투표소에서는 버젓이 공개투표가 행해지고 있었다.
자유당경주시 등 인접지역에서 약 2천 명의 청년과 반공청년단에게 자유당 완장을 채운 뒤, 3인조·5인조로 조직된 유권자들을 직접 인솔하여 투표시킨 후 다시 부락까지 데리고 갔다. 투표소 주변에도 경찰 및 반공청년단원과 자유당 완장부대가 50명에서 100명 정도 겹겹이 둘러싸고 있어 유권자들은 소위 ‘자유당 터널’을 통과해 투표소에 들어가야 했다. 특히 반공청년단의 적극적인 선거 개입이 두드러졌는데 이같은 모습은 차기 정·부통령선거에서의 이들 역할을 예측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많은 유권자들이 표를 찍고 자유당 선거위원에게 확인받기 위해 투표용지를 거꾸로 접어 투표함에 넣는 색다른 풍경도 연출되었다. 유권자들은 투표소에서 나올때 먼저 받았던 번호표를 다시 반환하여 공개투표 여부를 확인받았다. 얼마나 완전한 공개투표가 이루어졌는지 “이번에는 선거법이 개정되어 공개투표를 하게되었다”고 말하는 유권자까지 있었다. 또한 각 투표소에는 투표함을 3개에서 6개 정도로 증설하여 동별로 자유당 지지 성향을 파악하였다.
이 날은 강추위가 몰아쳐 마스크를 쓴 사람이 많았는데 특히 사복경찰관들이 모두 똑같은 마스크를 유니폼처럼 쓰고 있었다. 경찰들의 이같은 행태는 기자들의 카메라에 찍혀도 신분이 탄로 나지 않게 하려는 것이었다.
오후 5시 투표가 마감되었다. 개표는 오후 10시 20분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나 개표 시작 1시간 만인 오후 11시 20분 경 민주당은 개표 참관을 포기하였다. 민주당은 투표 용지가 모두 제대로 접혀 있지 않고 투표한 사실이 보이게 거꾸로 접혀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민주당은 선거위원회에 이 상태를 개표록에 기록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자유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선거위원회는 이같은 요구를 묵살하였다.
그러자 민주당은 “정당한 요구를 말살하는 개표장에 더 이상 있을 필요가 없다”며 총퇴장하여 사실상 선거를 포기하였다. 퇴장하면서 조재천 선전부장은 공개투표를 수 천 수 만의 사람이 목도하였고 개표 결과에도 버젓이 나타나 있는데 이를 기록하자는 민주당의 요구가 묵살된 것은 독재국가의 선거와 다름없으며, 이제 국회의원경찰서장이 임명하면 된다고 비난하였다. 그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말살되었다고 선언하였다.『조선일보』1960. 1. 24 석1·3면 ;『동아일보』1960. 1. 23 석1면, 1960. 1. 24 조1·3면, 석1·3면, 1960. 1. 30 석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