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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거에 특파원 파견했던 영국『이코노미스트』, 부정선거 상황 상세 보도
4년 전에는 이기붕씨를 20만 표 차로 물리쳤으나 이번 선거에는 6백만표 차로 이씨에게 패배한 장면 박사는 자유당이 전면적인 부정선거를 감행했다고 비난하였다. 여기에는 6가지의 부정선거 기술이 사용되었으며 몇 가지가 서로 혼합되어 사용되기도 했다.
이미 잘 훈련을 받은 유권자들은 3인조를 짜서 비밀투표를 위해 마련된 3개의 기표소에 따로 따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세 사람이 한 기표소로 몰려 들어간다. 유권자들은 투표용지에 기표를 할 때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 이미 기표가 된 투표지가 투표인들 이 투표소에 들어설 때 배부되는 일도 있었다. 총 8,108개소의 투표소 중에는 이승만 박사와 이기붕씨의 이름과 그 밑에 붉은 동그라미 기표 표시가 되어 있는 큰 플래카드(카빈총을 멘 순경의 보호 하에)가 걸려있는 곳도 여러 군데 있었다. 대부분의 투표소에서 민주당 선거참관인들은 매수되거나 구타 당하고 쫓겨났다. 뿐만 아니라 투표용지를 달라고 요구하는 많은 민주당원은 그들의 이름이 ‘선거인 등록명부에 없다’고 거절당했다(이 에 항의한 사람들은 푸른 복장을 한 반공청년단원들로부터 구타를 당하기도 했다).
이같은 갖가지 수단이 선거일 종일 사용된 것은 확실하기 때문에 만약 좀 더 정당한 방법으로 선거가 실시되었더라면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났을지 단언하기 어렵다. 다만 한 가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등록을 마친 전 유권자의 94.3%에 해당하는 950만 명의 사람들이 투표를 하고 또 이 박사와 이씨에게 압도적 다수가 지지투표를 했으나, 이 나라 어느 한 사람도 지난 12년 동안이 나라를 집권한 그 사람들에 대해 한 마디도 좋은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통령 자신은 아마 아직도 존경을 받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의 장관들, 특히 내무장관은 오히려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이들에 관해서 말하기를 싫어하며 특히 공적인 자리에서나 외국인하고는 더욱 꺼려한 다.(중략)
이번 선거운동 기간 중에 한국정부는 학생들하고도 싸워야 했다. 한국에는 대략 9만 명의 대학생과 기 10만 명의 남녀 중·고생들이 있다. 그러나 이렇듯 눈부신 교육이 소위 자발적이라는 친정부 집회에 강제적으로 참가하는 것과 결부되어 있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이렇듯 정부 자체에 의해 정치에 관심을 갖도록 교육받은 청소년들은 선거운동 기간 중 민주당에 동정을 표시하면 경찰로부터 난폭한 취급을 당하는 것에 분개하였다. 부산 근교의 평상시는 한적한 어읍인 마산에서는 수많은 학생들을 포함한 군중들이 경찰에 투석했는데, 경찰은 어른들 뿐만 아니라 학생들까지도 사살하였다. 젊은 학생들에 의한 반정부 시위는 다른 여러 지방에서도 전개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운동이 전부 공산주 의자의 사주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 변명은 어쩐지 빈약하다.(중략)
비록 서울의 미국 방송국은 한국을 가리켜 “자유의 변경”이라고 하루에도 몇 차례씩 칭찬하고 있지만, 미국인들에게 환상이라곤 별로 남아있지 않다. 미국이 빠진 딜레마는 고위층을 포함한 모든 미국인들이 현 한국 정권에 관해 무척 비판적이긴 하지만 미국정부는 한국에 원조를 중지할 수도 없으며, 그렇다고 한국의 내정에 간섭한다는 비난을 받지 않고는 한국정부가 태도를 고쳐나가도록 강압할 수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선거에서 보인 조작된 선거과정 때문에 미국은 원조제공을 계속하기는 하겠지만 그 액수를 최소한도로 삭감해 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결국 한국의 정치를 개선시키지도 못하고 오히려 한국 경제를 더욱 비참한 상태로 몰아넣는 불행한 결과를 초래하는 행동이 될 수도 있다.
- 분류
- 정치·사회 상황 / 국제관계 및 해외보도 196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