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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대학생 시위의 시작을 열다

마침내 4월 18일 아침, 긴장한 학생들이 학교로 속속 몰려들었다. 캠퍼스에는 여전히 형사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오전 11시, 현승종 학생처장을 비롯한 4명의 교수진은 학생 간부들과 재단이사장실에서 연석회의를 열고 시위결행의 정당성을 토의하였다. 40분이 지나도록 이들 사이에서는 결론이 나지 않았다.
학생대표들은 “지금 이 시간에 사복경찰이 학원으로 침입하고 있는데도 학원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다는 것이냐?”고 마지막 한마디를 내던지며 퇴장하여 버렸다.고려대학교 학생자치위원회, 128-129쪽그 시각, 정경학회실에서는 역도부 학생들이 주동이 되어 “민주역적 몰아내자”라는 구호와 “자유·정의·진리 드높이자”라는 교훈을 광목에 쓰고, 대빗자루 끝에 감아 플래카드를 만들었다.조화영 편, 77-78쪽 ; 안동일·홍기범 공저, 207쪽. 서울신문은 고려대생들이 “‘민주역적 몰아내자’라는 단 하나의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하였다”고 보도하였다(『서울신문』1960. 4. 19 조3면).
마침내 12시 50분, 학생들이 교정의 인촌동상 앞으로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학교 당국은 급하게 “신입생 환영회를 무기 연기한다”, “학원 내에서의 정치적 행동을 엄금한다”는 글을 게시하였다. 그러나 이미 “전 학생은 12시 50분까지 교정 앞에 집합하라”고 쓴 학생들의 게시물도 학교당국의 눈을 피해 이곳저곳에 나붙은 상태였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해산시킬 목적으로 마이크를 높이 달고 “학생들은 본분을 지켜달라”고 외쳤으나 아무도 듣지 않았다. 오히려 학생들은 저마다 도서관과 강의실로 뛰어다니며 시위를 독려하였다.
드디어 오후 1시 경, 3천 명 정도의 학생들이 모여들었다.『 고대신보』1960. 5. 3 2면 ; 사월혁명청사편찬회, 『민주한국 사월혁명청사』, 성공사, 1960, 499쪽 ; 『동아일보』1960. 4. 19 조3면. 반면 일부 기록은 고려대생 시위 인원을 “4천여 명”으로 기록하고 있다(안동일·홍기범 공저, 210쪽 ; 조화영 편, 78쪽). 서울신문에는 “하오 1시 직전 고대생 200명도 시내서 첫 데모를 했다”고 보도하였다(『서울신문』1960. 4. 18 석3면). 학생회 간부가 신입생들을 위해 준비한 ‘고대’라는 글씨가 프린트되어 있는 수건을 나누어주자 학생들이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저마다 수건을 머리에 감고 함성을 올리며 시위로 돌입할 기세를 보였다. 오후 1시 10분 경, 운영위원장이 단상에 뛰어올라가서 『고대신문』편집장이 급하게 작성한 선언문을 읽었다. 곧 이어 학생들은 스크럼을 짜고 움직이기 시작하였다.안동일·홍기범 공저, 209-210쪽 ; 사월혁명청사편찬회, 499쪽 ; 『동아일보』1960. 4. 19 조3면.신입생들에게 ‘고대’라고 쓴 수건을 나누어주는 것은 학생회의 연례행사였다고 한다(당시 고려대 학생으로 시위에참여했던 홍영유·김영표 인터뷰, 2010.7. 30).
고려대학교 선언문 친애하는 고대생 제군!
한마디로 대학은 반항과 자유의 표상이다. 이제 질식할 듯한 기성독재의 최후적 발악은 바야흐로 전체 국민의 생명과 자유를 위협하고 있다. 그러기에 역사의 생생한 증언자적 사명을 띤 우리들 청년학도는 이 이상 역류하는 피의 분노를 억제할 수 없다. 만약 이같은 극단의 악덕과 패륜을 포용하고 있는 이 탁류의 역사를 정화시키지 못한다면 우리는 후세의 영원한 저주를 면치 못하리라. 말할 나위도 없이 학생이 상아탑에 안주치 못하고 대(對)사회투쟁에 참여해야만 하는 오늘의 20대는 확실히 불행한 세대이다. 그러나 동족의 손으로 동족의 피를 뽑고 있는 이 악랄한 현실을 방관하랴.

고대생 동지 제군!
우리 고대는 과거 일제 하에서는 항일투쟁의 총본산이었으며, 해방 후에는 인간의 자유와 존엄을 사수하기 위하여 멸공전선의 전위적 대열에 섰으나, 오늘은 진정한 민주이념의 쟁취를 위한 반항의 봉화를 높이 들어야 하겠다.
우리들 청년학도만이 진정한 민주역사 창조의 역군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여 총궐기하자.

구호
一. 기성세대는 자성하라.
一. 마산사건의 책임자를 즉시 처단하라.
一. 우리는 행동성 없는 지식인을 배격한다.
一. 경찰의 학원출입을 엄금하라.
一. 오늘의 평화적 시위를 방해치 말라.
4293년(1960년) 4월 18일
고려대학교 학생 일동
출처 :『고대신보』1960. 5. 3 2면 ; 안동일·홍기범 공저, 『기적과 환상』, 영신문화사, 1960, 210-211쪽
고려대학교 건의안 1. 마산학생 석방을 요구한다.
2. 학원의 자유보장을 요구한다.
3. 기성세대를 불신하며 각성을 촉구 한다.

우리는 이 건의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하여 최후의 일각까지 투쟁한다.
출처 :『동아일보』1960. 4. 19 조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