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범가족협의회, 야당에 10개 조항의 공개 질의가 담긴 ｢공개장｣ 발송
우리들은 이 땅의 양심을 대변하다가 투옥된 애국 학생들과 민주인사들의 가족입니다. 모든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들의 남편과 아들과 딸들이 정의의 목소리를 높였던 양심의 수호자라는 사실에 오로지 위안 받으면서 우리는 튼튼히 결속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결코 이 나라 제1야당인 귀 신민당에 대하여 새삼스럽게 관심을 구걸하고자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또한 자유민주주의의 구현을 당의 기본이념으로 하는 귀당에게, 그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다가 투옥된 애국학생과 민주인사들에 대한 동료애, 동지애를 요구하고자 하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다만, 우리들과 관련된 문제들이 귀당에서 파쟁의 이슈로 이용되고 있는 것에 대해 통분해하고 있으며, 귀당의 지도층이 내외 인사들을 만날 때, 겉치레로 우리들의 문제를 거론하고 있는 것에 대하여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보다 앞서 귀당은 귀당의 기본 입장을 천명하는 것이 선결문제라고 믿습니다. 그럼으로써만 우리는 귀당을 어떠한 형식으로든 이해할 수 있겠기 때문입니다. 귀당의 지도층은 우리들에게는 “조용히 하라 현 정권은 독선적이며 선병질적이므로 살살 달래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또 정부쪽에 가서는 "소수 이단자들을 우리들이 설득, 무마시키겠으니 논공행상 좀 잘해 달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과연 귀당의 기본입장과 정체가 무엇인지 모릅니다. 이제 우리는 과연 귀당의 존재가 국민에게 있어 무엇인가를 알고자 합니다. 귀당은 귀당이 누누이 강조해 온 바와 같이 공당이므로, 국민에게 귀당의 기본 입장과 공식 견해를 밝혀야 하고, 또 밝힐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성실한 답변을 9월 20일까지 공개적으로 해주시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입니다.
(신민당에 보내는) 공개질문
1. 귀 신민당의 기본이념인 자유민주주의는 언제 어디서나 추구되고 지켜져야 할 가치입니까? 아니면 이러저러한 이유로 언제라도 파괴될 수 있는 이름만 남은 구호일 뿐입니까? 도둑을 피하기 위하여는 우리가 가진 유일한 재산인 자유민주주의라는 가치는 불태워도 좋다고 보십니까?
2. 귀당은 자유민주주의의 구현을 기본이념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 기본이념에 비추어 현행의 유신헌법과 그것에 근거를 둔 대통령 긴급조치에 대한 귀당의 기본입장은 어떤 것입니까?
3. 귀당은 정당 본래의 목표인 집권을 지향하고 있습니까? 지향한다면 어떠한 방법으로 집권당의 길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까?
4. 국민 가운데는 귀당을 현 정부에 대한 들러리 정당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귀당은 현 정권의 들러리 정당입니까, 아니면 야당입니까? 전정한 야당이라면 그 야당이 서야 할 자리에 똑바로 서 있다고 생각합니까?
5. 귀당은 국민에게 이 나라의 비전을 독자적으로 제시할 수 있습니까? 귀당의 안보·평화·통일정책은 현 정부와 같은 것입니까? 아니라면 어떠한 기본입장을 가지고 있습니까?
6. 국민이라면 누구나 정당의 존재 자체에 대한 스스로의 견해를 말할 수 있습니다. 최근 모 일간지에 실린 한완상 교수의 컬럼은 국민으로부터 커다란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불행하게도 한 교수는 귀 당 관계 인사로부터 협박과 공갈을 받은 바 있습니 다. 귀 당은 그에 대하여 해명하고 공개사과 할 용의는 없습니까?
7. 귀당은 도시판자촌, 농어민, 근로자 문제 등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하여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까? 근로자의 인권상황에 대한 귀당의 공식입장과 견해는 어떤 것입니까?
8. 구속자 석방 문제와 긴급조치 해제 문제에 대한 귀당의 기본 입장은 어떤 것입니까? 귀당의 마지막 대통령 후보였던 김대중씨 납치사건 및 석방 문제에 대한 귀 당의 견해와 입장은 어떤 것입니까?
9.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가창 기본적인 요건입니다. 현재의 언론상황이 만족할 만한 것이라고 보십니까? 또 1백 60명의 기자들이 자유언론을 실현하다가 해직되어 거리를 방황하고 있는 데 대한 귀당의 견해는 어떤 것입니까?
10. 이 나라에 인권문제는 있습니까, 없습니까? 귀당은 이 나라의 인권문제를 위하여 공식적으로 관심을 보인 바가 있습니까? 있다면 어떤 것이 있었습니까? 구체적으로 설명, 제시하여 주십시오.
一이상 -
1977년 9월 9일
한국양심범과 그 가족들의 모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