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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교 및 재야인사 35인, 학원정상화 관련 성명서 발표
해를 거듭할수록 심화되어 오던 학원에 대한 현 정권의 탄압과 이에 결연히 맞서는 대학생들의 움직임이 최근 매우 격렬해져 심각한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특히 지난 10월과 11월에 있은 서울대의 두 차례의 데모와 연세대의 데모로 학원 사태는 파국적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두 대학교의 경우, 전교생이 순식간에 일치단결해서 현실을 비판한 사실로 보아 오늘의 상황에 대한 대학생들 거의가 분노를 느끼고 있고 비판을 하고 있음이 확연히 드러났다. 이러한 학생들의 분노나 현실비판은 서울대와 연세대 학생들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교적인 규모는 아니더라도 서강대·고려대·서울공대·국민대·이대에서도 현 정권을 비판하는 유인물이 살포되고 데모, 농성이 일어났다.
학생들은 한결같이 반민주·반민족·반민중적인 유신헌법의 폐지, 긴급조치 9호 해제, 구속자 전원 석방, 3권보장과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에 대한 탄압중지, 학원자유 보장과 학도호국단의 폐지, 언론자유의 보장, 그밖에 온갖 부정부패와 부조리 척결 등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학생들의 이와 같은 주장이 모두 타당하고 우리 나라가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나라라면 학생들의 주장은 하루빨리 관철되어야 한다고 확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학교 당국은 심각한 학원사태에 대해 합리적인 해결을 일체 외면한 채 무자비한 탄압만을 자행하고 있다.
대학가에서 데모가 일어나자마자 수백 명의 기동경찰과 사복경찰이 동원되어 학교 안팎을 휩쓸고 기동경찰 차량이 교내를 마구 누벼 학원을 점령지 상태로 만들다시피 했다. 더욱이 대모 진압경찰의 난폭한 행위는 마치 적을 무찌르려는 자세와 다를 게 없었다니 전율을 금할 수 없다. 완전 장비를 갖춘 데모 진압경찰이 무장하지 않은 학생들을 무자비하게 다루어 데모하던 연대생과 도서관에서 뛰어내리던 서울대생 몇 명이 죽였다는 흉흉한 소문마저 널리 퍼져 있는 실정이다. 이성을 잃다시피한 데모 진압경찰의 행위가 무장하지 않은 학생들을 극도로 자극해서 학생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가져오게 했다. 더구나 수백 명의 학생을 연행, 조사하고 수많은 학생을 퇴학 또는 구속시켜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는 순수한 학생들의 항의를 오히려 범죄시하는 정부 당국과 학교 당국의 처사에 놀라움과 격노를 금할 수 없다. 왜 현 정권은 학생을 이민족 다루듯 하는가. 현 정권은 학생들의 주장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학생들의 주장이 참담한 오늘의 현실을 고쳐보려는 몸부림이라고 볼 수는 없는가. 현 정권은 흉흉한 소문의 진상을 밝힐 용의는 없는가.
우리는 학생들의 주장에 대해 반성은 고사하고 귀조차 기울이지 않은 채 탄압만을 일삼는 현 정권의 태도를 개탄한다. 우리는 요즘의 학원사태에 대해 정부나 학교 당국이 취하고 있는 무자비한 탄압 일변도의 정책이 학원 정상화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는 사실을 경고한다. 학원의 문제는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학원의 정상화를 저해하는 제도와 법을 없애는 것이 학원 정상화의 지름길이다. 진리의 상아탑인 학원은 자유로와야 한다. 자유를 속박하는 모든 조치와 법과 제도를 하루빨리 없애는 것만이 학원 정상화의 처음이자 마지막 방법인 것이다.
학생들을 일방적으로 처벌만 해서는 학원사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거듭 경고한다. 우리는 학원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다음과 같이 정부 당국에 촉구한다.
1. 정부는 악랄한 학원사찰을 비롯한 각종 형태의 탄압을 즉각 중지하고 학문의 자유를 보장하라.
2. 정부는 학원의 정상화를 저해하는 모든 제도와 법을 즉각 철폐하라.
3. 정부는 지금까지 있었던 학사처벌을 모두 백지화하고 모든 구속학생을 즉각 석방하라.
1977.12.8.
한국인권운동협의회
- 분류
- 민주화운동 / 인권 1977-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