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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구국선언사건 석방자들을 위한 석방감사 기도회 개최

민주구국선언사건으로 구속되었다가 석방된 신현봉, 윤반웅, 문정현, 서남동, 이문영, 문동환, 함세웅, 문익환 등 석방자들을 위한 석방감사 기도회가 기독교회관 대강당에서 6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석방자들은 기도회에 참석해 박 정권의 인권유린을 규탄하는 한편, 이날 같이 기소된 바 있는 윤보선, 함석헌, 김대중, 이우정, 정일형, 이태영, 안병무, 이해동, 장덕필, 김승훈 등과 공동명의로 “국내외의 사랑하는 동지들” 앞으로 장문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서 이들은 “이제 우리도 여러분 동지들과 함께 ‘자유’를 드높이 외칠 것”이며, “대한민국이라는 감옥문이 열려 3,500만 겨레가 다 자유인이 되는 날까지 3,500만 겨레와 함께 목이 터지게 외치자”고 주장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연구소 편, 『한국민주화운동사연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06, 327쪽; 박찬웅, 『박정희·전두환의 난 9, 1978년』, 아우내, 1979, ; 「암운이 감도는 앞날을 내다보며」 기쁨과 희망 사목연구소, 『암흑 속의 횃불』 3, 가톨릭출판사, 1996, 228~230쪽.
국내외의 사랑하는 동지들 !
이 시간에도 많은 민주인사들과 학생들이 감옥에 갇혀 이 추운 겨울 옥고를 치르고 있습니다. 그들을 거기 남겨 두고 먼저 나온 몸으로서 환영을 받아야 하는 저희의 심정은 그리 명랑한 것이 못됩니다. 아직도 긴급조치가 그대로 살아있어서 국민은 들을 권리, 볼 권리, 알 권리, 말할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는 마당에 풀려나왔다는 것이 무슨 기뻐할 일이 되겠습니까?
그러나 비록 그리 명랑하지도 않고 그리 기뻐할 일은 못되지만 우리 몇 사람이 나와서 동지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이제 우리는 한국 민주화 투쟁의 새로운 단계에 돌입하게 되었습니다. 이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이제 우리는 조국 민주화 투쟁의 새로운 문턱에 올라서서 저희의 소감과 소신을 밝히고 우리의 결의를 다짐해 보려고 하는 바입니다.
암운이 그대로 감도는 민족사의 앞날을 내다보면서
얽히고설킨 우리의 현실을 반성해 볼 때
우리 모두 가슴이 터지는 심정이 되었던 것이 아닙니까?
표현되지 못하고 억눌려 있는 염원을 소리 높여 외치지 않으면
3천5백만, 아니 5천만 겨레의 가슴속에서 뜨겁게 물결치는
우리 모두 숨이 막힐 것만 같았던 것이 아닙니까?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고맙게도 우리의 억울한 가슴이 터지지 않게
우리의 숨이 막히지 않게 숨통을 터 주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친히 우리들 가운데 저희 몇 사람 입을 통해서
고요히 말씀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그 덕에 우리는 부당한 재판을 받아야 했고
억울한 감옥살이를 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사자가 다니엘을 찢어발길 수 없었듯이
고래가 요나를 토해내지 않을 수 없었듯이
무덤이 예수를 끝내 가두어 둘 수 없었듯이
거짓이 진실을
불의가 정의를
정권욕이 사심 없는 민족애를
언제까지나 가두어 둘 수 없어 마침내
우리 몇 사람은 다시 햇볕 속을 거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여러분과 생각이 하나고
조국 민주화라는 한 목적을 위해서
같이 목숨을 쏟아야 할 여러분의 동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여러분의 환영을 마다하지 않고 받은 것입니다.
가슴이 뜨거워오르다 눈시울이 화끈해 지기조차 합니다.
이 뜻깊은 자리에서 여러분 동지들에게 우선 하고 싶은 말은
“고맙습니다” 이 한마디입니다.
우리는 감옥 속에서 여러분의 얼굴이 보고 싶어 외로와질 때도 있었습니다.
달걀로 바위를 치는 것 같은 허탈감에 사로잡힌 때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를 그 외로움과 허탈감에서 건져내어
좁은 감방을 자유천지인 양 활보하게 해 주는 힘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사랑하는 여러분 동지들의 기도요
자유를 부르짖는 여러분 동지들의 외침이었습니다.
아세아 대륙, 유럽, 아프리카
태평양을 건너 남북 미주에 메아리치는 자유의 함성을
감옥문인들 어찌 막을 수 있겠습니까?
아— 바위를 가르는 그 천둥소리
얼마나 힘이 되었던가? 얼마나 고마왔던가?
그 고마움을 어찌 이루 다 말할 수 있겠습니까?
이제 우리도 여러분 동지들과 함께 자유를 드높이 외칠 것입니다.
자유를 외치다가 아직도 옥고를 치르고 있는 동지들이
하나 남지 않고 다 나와서 우리의 전열에 나서기까지!
그들과 함께 우리 모두 한목소리로 외칩시다.
대한민국이라는 감옥문이 열려
3천5백만의 겨레가 다 자유인이 되는 날까지!
3천5백만 겨레가 함께 목이 터지게 외칩시다.
휴전선이 무너지고 이북 땅에도 자유의 물결이 파도쳐 들어가
통일된 자유 대한을 노래하게 될 때까지!
사랑하는 동지들이여
민중의 뜻, 민중 속에서 들려오는 하느님의 명령이 있는 곳이면
그 어디나 같이 뛰어들어 외칩시다.
피를 쏟아 민주 조국의 밑거름이 됩시다.
자기희생이 따르지 않는 외침은 헛바람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동지들이여
승리의 확신을 가지고 일어섭시다.
굴뚝 속 같은 어둠은 가고 이미 새날이 동터오고 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그리고 여러분 동지들과 함께 마구 가슴이 뜁니다.
1978.1.8.
3·1명동사건 피고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