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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실천문인협의회, 「세계 시인들에게 보내는 편지」 배포 시위

7월 4일 오후 4시 롯데호텔과 워커힐에서 자유실천문인협의회 소속 문인들이 「세계 시인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배포하고 성명서를 낭독했다. 이들은 만찬회 석상에서 “한국의 시는 죽었다”, “구속문인 석방하라” 등을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이문구, 이시영, 송기원 등 9명이 연행되어 경범죄처벌법으로 전원 구류 14일 처분을 받았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연구소 편, 『한국민주화운동사연표』, 2006, 360쪽.「세계 시인들에게 보내는 편지」 기쁨과 희망 사목연구소, 『암흑속의 횃불』 3권, 533쪽.
서울 세계시인대회에 참가한 시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우리는 이 땅의 표현의 자유를 위해 싸우고 있는 자유실천문인협의회의 문학인들입니다. 문학인으로서의 당연한 의무인 표현의 자유를 쟁취하려다가 동료회원 김지하, 양성우, 문익환, 송기숙, 이영희, 장기표를 당국에 의해 빼앗긴 우리 자유실천문인협의회 소속 문인들은 그간 수차에 걸쳐 제4차 세계시인대회 서울 개최를 반대해 왔으며 아울러 대회 참가를 거부해 왔습니다.
인권과 자유를 사랑하는 시인 여러분, 오늘 당신들이 모여 앉아 ‘현 시대에 있어서의 동양과 서양’이라는 주제로 우의를 다지고 있는 순간에도 이 땅의 김지하, 양성우, 문익환, 송기숙, 이영희, 장기표는 차가운 감방에서 붓과 말을 빼앗긴 채 신음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석방을 요구하며 인권과 자유를 외쳤던 회원 김규동, 김병걸, 고은, 박태순 등은 지금 구류되어 있습니다.
감옥에 갇혀 있는 인사들은 비단 문학인 뿐 아닙니다. 민주와 인권을 외쳤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수많은 민주인사, 학생, 종교인, 언론인들이 모두 중형에 처해져 감옥에 내던져졌습니다. 모든 사실은 또 현 정권의 정보 통제하에 있는 제도언론에 의해 단 한 줄도 보도되지 않는 실정에 놓여 있습니다.
감옥에 동지를 빼앗긴 우리들은 그 동지들이 모두 자유로운 몸으로 명예롭게 석방되지 않는 상황에서의 어떠한 명목의 시인대회도 모두 반대합니다. 감옥에 갇혀 있지는 않지만 오늘 이 땅의 양심적인 수많은 문학인들은 당국에 의해 사실대로 말하고 느낀 대로 쓰고 증언할 모든 표현의 자유를 제약받고 있으며 감시, 미행, 가택연금 등 갖은 탄압으로 이 땅에서의 문학 자체의 존립 여부를 위태롭게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우리 자유실천문인협의회는 지난 수년 동안 혹독한 탄압에 앞서 이 표현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싸웠습니다만 현 체제의 억압과 교묘한 정보 통제에 의해 그때마다 그 주장이 말살되어 왔습니다. 우리는 표현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가 조금도 개선되지 않고 있는 이 땅에서의 그 어떤 세계시인대회도 거부하는 바입니다.
문학은 국가를 초월하고 지역을 초월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깨끗한 영혼의 만남이며 세계를 사랑과 평화로써 두텁게 결속케 하는 정의로운 질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문학을 통해 사랑을 발견하고 형제를 발견하며 세계의 여러 보편적인 가치를 창조합니다. 서로 참다운 형제가 되기 위해, 서로 보배로운 인류의 새 질서와 평화를 모색하기 위해 모인 세계 시인들의 사랑의 모임 그 자체를 우리가 왜 반대하겠습니까? 그러나 우리는 불행히도 위와 같은 두 가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열리는 이번 서울대회를 거부하는 것입니다. 이 서울대회는 양심적인 문학인들에 대한 탄압과 갖가지 표현의 제약들을 스스로 인정해 주는 구실을 하기 때문입니다.
세계 시인 여러분!
자유실천문인협의회는 오늘 열리고 있는 세계시인대회를 다시 한번 거부합니다. 우리는 우리 힘으로 동료 문인들을 해방시킬 것이며 우리의 붓과 입으로 표현의 자유를 싸워 얻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땅에 진정한 의미에서의 문학의 자유를 확보하는 날 우리는 우리 손으로 정의와 자유의 깨끗한 붓으로 당신들을 서울에 초대하겠습니다.
김지하, 양성우, 문익환, 송기숙, 이영희, 장기표 만세!
김규동, 김병걸, 고은, 박태순 만세!
문학의 자유 만세!
자유실천문인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