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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H문제대책위원회’ 결성, YH사건에 대한 성명서 발표

8월 23일 종교계 및 재야인사들의 신·구교 재야 연합으로 ‘YH문제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YH문제대책위원회는 YH사건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하여 “민중생존권 보장”·‘YH사건 책임자 처벌”·“언론과 종교 탄압 중지”·“김경숙 사인 규명”·“노동 운동 보장”·“YH사건 구속자 석방” 등을 촉구했다.「(YH사건에 대한) 성명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회, 『1970년대 민주화운동』 (Ⅳ), 1987, 1602~1603쪽.
배고파 못살겠다. 먹을 것을 달라 "우리를 윤락가로 내몰지 말라”고 외치던 YH 여성근로자들의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기본적 호소가 정부당국의 폭력적 탄압에 의해 무참히 짓밟히고, 또한 김경숙양의 죽음까지 초래하게 된 이 엄청난 민족적 비극 앞에 우리는 새삼 분노와 오열을 금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한 기업의 노사분규가 아니라, 20년 동안 추구되어온 대외의존적 수출주도형 특권경제와 이를 위해 국민의 생존권을 철저히 탄압해온 독재정권적 본질을 적나라하게 표출시킨 상징적인 사건이다. ‘선건설 후분배’ ‘80년대의 풍요’라는 허구선전아래 민중의 자유와 생존을 말살하면서 한줌도 안 되는 특권재벌들에게는 모든 국민적 부를 몰아주면서 ‘재벌의 천국’을 구가시킨 현정권은 이제 만성적 인플레와 구조적 불황이라는 경제적 파국 속에서 이를 타개할 국민적 대책을 수립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고 더욱더 국민탄압의 길로 줄달음치고 있다. 더구나 고조되는 민중들의 저항을 봉쇄하기 위해 이제 전 국민을 상대로 모든 폭력적 만행을 서슴지 않고 자행하고 있다.
즉 ① 야당당사에 난입하여 국회의원을 폭행함으로써 의회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자유민주주의체제는 이제 그림자조차 찾아볼 수 없게 되었으며, ② 기자들을 구타함으로써 언론자유를 정면으로 부정하였고, ③ 산업선교에 관련된 교회선교를 불순단체로 몰아침으로써 종교의 자유를 탄압하고 있으며, ④ 일자리를 요구하는 YH여성근로자들을 강제귀향시킴으로써 민중의 생존권에 대해 어떠한 대책도 수립할 의사를 갖고 있지 않음을 만천하에 폭로시켰으며, ⑤ 최근 안동 가톨릭농민회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현 정부의 강압적 수단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허위조작도 할 수 있다는 비도덕적 만행을 다시 한 번 노출하였다. 그러므로 격변하는 국내외 정세 속에서 이번 YH사건을 동해 민중이 민족사의 주역이라는 역사적 대전제를 다시 한번 재확인하였으며, 조국의 앞날을 위해 재야의 모든 민주역량을 총동원하여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1. 민중의 생존권은 절대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민중의 생존권은 민중 각자의 책임이나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으로 이를 보장하여야 한다. 오늘의 심각한 불황과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분배 대책을 근본적으로 수립하여야 한다.
2. 민주사회에서 폭력은 절대적으로 배격되어야 한다. 정권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폭력이 계속 사용된다면 이는 국민총화를 저해할 뿐 아니라 엄청난 민족적 비극을 초래할 것이다. 그러므로 폭행사건의 폭행 책임자 및 배후명령자는 국민의 이름으로 처벌하여야 한다.
3. 언론보도와 종교의 자유에 대한 탄압은 중지되어야 한다. 민중의 편에 서서 그들의 권익을 위해 노력하는 교회선교를 불순시한다는 것은 이번 사건의 책임을 그들에게 전가하려는 비열한 수법이며, 전 국민의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 더구나 언론기관을 악용하여 산업선교를 불순시하는 왜곡 보도를 강요하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으며, 언론은 책임감을 느끼고 자율적인 보도를 해줄 것을 촉구한다. 지상공개토론, TV, 라디오공개토론, 공청회 및 사건에 대한 국민여론조사를 본 대책위원회와 정부가 공동으로 시행할 것을 강력히 제언한다.
4. 김경숙양의 사인은 정확히 밝혀져야 한다. 정부당국은 3차례에 걸쳐 사인을 번복 발표하였으며, 최후의 발표는 당시의 상황이나 당시 신민당사에 있었던 사람들의 증언, 그리고 인간의 상식적인 판단에 비추어 볼 때 많은 의문점을 지니고 있다. 당국은 이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책임을 지고 수사하여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촉구한다.
5. 모든 근로자의 민주적 노동운동은 절대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20세기 후반의 민주국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사회에서는 민주적 노동조합운동을 하는 근로자에 대해 갖가지 제도적·물리적 탄압이 자행되고 있음을 통감한다. 또한 한국노총은 어용화되어 정부의 근로자탄압정책에 동조하고 있다. 그러므로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 등 모든 악법을 철폐하고 노동삼권은 보장되어야 한다.
6. 이제 우리는 고김경숙양의 장렬한 죽음과 YH여성 근로자들의 의로운 뜻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기 위해 일차적으로 모든 재야의 민주세력을 포함한 전 국민과 힘을 합쳐 현 정권의 폭력적 탄압에 과감히 맞서 민중의 자유와 생존을 위해 투쟁할 것을 전 국민에게 천명하면서, 이번 사건으로 구속된 근로자 YH노조지부장 최순영, YH노조 부지부장 이순주, YH노조 사무장 박태연과 한국교회사회선교협의회 부회장이며 전 한신대 교수였던 문동환 목사, 동 협의회 총무 서경석씨, 동 협의회 실행위원이며 영등포도시산업선교회 총무 인명진 목사, 전 고대 교수이며 기독자교수협의회 회장 이문영박사, 시인이며 자유실천문인협의회 대표 간사인 고은씨의 즉각 석방을 엄숙히 요구한다.
1979년 8월 23일
YH 문제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 김승훈(한국교회사회선교협의회 부회장, 동대문성당 신부)·한완상(전 서울대 교수)·김병걸(자유실천문인협의회 임시 대표간사)·이우정 (기장여신도회 회장)·금영균(서울지구 인권선교협의회 부회장)
고문 : 윤보선·함석헌·김대중·윤반웅·박형규
공동부위원장 : 서남동(기장선교교육원 원장)·조지송(교회사회선교협의회 부회장)·이재정(성공회 대성당 신부)·송건호(전 동아일보 편집국장)·백기완(백범사상연구소 소장)
실행위원 : 공덕귀 김한림 박용길 박태순 송진섭 이명준 정명기 한승헌 조승혁 권호경 양 홍 장덕필 함세웅 오대순 이병주 양성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