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과 교권 수호를 위한 전국기도회’ 개최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묶인 사람들에게 해방을 알려 주고 눈먼 사람들을 보게 하며 억눌린 사람들에게는 자유를 주라!”(루가 4.17~19)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라 이 시대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고자 하는 우리는 현 시국에서 빚어지는 암담한 현실을 가슴 아파한다.
이는 국민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보다 나은 국가 발전을 위해 국민이 부여한 대권(大權)을 오히려 정권 안보와 국민적 소망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도용하는 것은 정의와 평화를 위한 참다운 민주주의의 길이 아니며,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고 권리만을 주장하는 정부 당국과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권리를 주장하는 국민 사이에서 발생되는 필연의 마찰을 피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는 진리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수많은 순교자들의 피의 맥박을 느끼면서 이 땅에 참다운 정의와 평화를 실현키 위한 예언자적인 소명을 재 다짐하고 이제 아무도 진실을 말할 수 없는 이 시대에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목멘 소리로 외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다음 사항을 결의하며 이 땅의 정의와 평화가 이루어지는 날까지 몸과 마음을 바치기로 한 우리의 뜻을 재삼 천명하는 바이다.
1. 안동교구 가톨릭농민회원 오원춘 형제에게 가해진 납치, 폭행, 유기사건은 통분을 금할 수 없는 분명한 사실이다. 또한 안동교구청 난입과 정호경 신부에 대한 비인도적이고 불법적인 연행 등의 만행을 조작극으로 합리화하기 위해 텔레비전, 신문, 라디오, 유인물을 통한 당국의 과잉 반응은 한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서 교회와 그 선교활동을 억압 내지 봉쇄하고자 하는 처사로 간주한다.
2. 속칭 오원춘 사건과 YH사건의 원인 규명을 국민에게 은폐한 채 법정에서 진위가 가려지기 앞서 방송과 언론을 통해 행하여진 ‘사전 여론 재판’으로 국민을 우롱한 처사는 부당하고 비열한 것으로 규탄한다.
3. 9월 4일 공판정에서 밝혀진 오원춘 자필 ‘쪽지’ 내용을 또 하나의 양심선언으로 확신하며 ‘생명의 위협’ 앞에서 이루어지는 진술의 여하한 내용도 무효임을 선언한다.
4. 행정부의 시녀로 전락한 사법부는 본연의 사법권을 되찾아 허수아비 노릇을 탈피하고 공명정대한 재판을 위해 최선을 다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5. 작금 문정현, 함세웅 신부 등의 재수감과 수많은 인사들의 연행, 구속사태는 어려운 현실의 악순환을 보여 주는 것으로 그 근본은 유신헌법과 그 안전장치인 긴급조치에 있다. 이에 우리는 그 부당성과 해제를 강력히 주장하며 이로 인해 구속된 학생, 노동자, 민주인사와 양심수인의 무조건 석방을 촉구한다.
6. 노동자에게 노동 3권을 되돌려 주어 그들의 생존을 보호하고 농민에게도 권익을 보장하는 획기적인 방안을 모색하라. 아울러 언론과 학원의 자율성을 촉진하여 민주 역량을 배양하라.
7. 우리는 한국 주교단 상임위원회와 한국 정의평화위원회 및 한국기독교협의회 등의 성명을 전폭 지지한다. 이에 정부 당국은 오늘의 사태를 직시하고 무모한 조작 행위를 중지, 진실을 밝히는 데 최선을 다하라.
1979년 9월 10일
전주교구 사제단 외 4개 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