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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생 대규모 반정부 시위

오후 1시부터 4시경까지 교내 곳곳에서 연인원 1,500여 명이 참가하여 산발적으로 시위 전개. 「민족민주선언」·「학원민주선언」·「경제시국선언」 등 세 가지 선언문을 발표하고 산발적인 시위를 벌였다. 서울대학생들은 ① 유신헌법, 긴급조치 철폐 ② 경제위기 책임지고 독재정권 하야 ③ 노동3권 부활 및 농민 이익 보장 ④ 구속 인사 석방 및 복권 복학 보장 ⑤ 언론 탄압 중지 및 언론인 각성 등의 결의사항을 천명했다. 이를 계기로 주동자 11명을 포함하여 70여 명이 연행되었고 신상덕(사회학과 4학년), 김종채(사회학과 4학년), 김준희(법학과 4학년), 김낙연(경제학과 4학년), 김진태(외교학과 4학년), 유천일(경제학과 2학년), 이병환(사회계열 1학년) 등 7명이 구속되었다. 기쁨과 희망 사목연구소, 『암흑속의 횃불』 제3권, 카톨릭출판사, 1996, 520쪽.「학원민주선언」 긴급조치9호 철폐투쟁 30주년 기념행사추진위원회, 『30년만에 다시 부르는 노래』, 자인, 2005, 557~560쪽.
학우여! 피 끓는 학우여! 정의를 외면하려는가? 일제하에 참담한 민족 현실 속에서, 분단을 강요당한 좌우 대립의 와중에서, 살인적 자유당 독재하에서 민족사를 밝혀왔던 정의의 횃불은 4.19혁명에서 봉화가 되어 타올랐다. 정치적 사기극인 5.16쿠데타에 의해 민족사가 오도된 이후의 6.3사태, 3선 개헌 반대투쟁, 교련 반대, 민청학련, 그 후의 끊임없는 학원사태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지금 학생 운동사상 가장 극심한 학원 탄압이 자행되고 있다. 현실은 학우들의 자발적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숨막히는 학원 현실을 보라!
75년 캠퍼스 이전 이후 경찰이 학원을 제집처럼 드나들고 요소를 점거하여(예능관 뒤, 교문앞, 후문)이들의 구둣발과 방망이에 학원이 위압당하고 있으며, 수사요원이 학원에 상주하며, (IMC관, 상담실, 수위실, 도서관, 라운지, 식당, 각 단대 행정실) 그것도 모자라 전 직원을 수사요원화하고 있다.
자율적 활동을 박탈당한 채 학도호국단이라는 꼭두각시의 촌극을 우리는 구경만 해야 하는가? 까다로운 등록절차로 학회 등록이 거부되었고, 단대학보는 심한 원고 검열로 창간호조차 못 내고 있고 77년부터 각종 심포지움이 저지당했으며, 대신에 퇴폐적 쾌락주의와 흥미위주의 학도호국단식 행사만 흥청이고 있다. 여울제 미스 여울 선발, 남발되는 체육대회) 대화와 토론의 광장인 대학신문은 어떠한가? 당국의 기사통제에 한수 더 떠서 78년 2학기부터 자율성을 잃어가더니 급기야 지난 학기에는 박봉식 주간이 개인의 고질적 성향인 권위주의와 관료주의를 내세워 모든 학생기자와 1학년 수습기자만으로 신문을 만드는가 하면, 전례 없는 전면 광고, 각종 체육대회, 교수의 글로 지면을 메워왔다. 더욱 가공할 일은 4.19논문 당선작이 애초에는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재심사하여 수상작을 조작하여 지면을 메우기도 하였다.
담당지도교수제란 무엇인가? 저들이 학생 감시 행위를 교수에게까지 강요하는 제도적 장치이다. 지도교수제는 목적과는 반대로 교수, 학생 간의 대화의 단절과 극심한 불신감을 조장해 왔다. 외부로부터의 학원탄압을 함께 물리쳐야 할 교수와 학생을 대립 불신케함은 어느 나라에서 수입한 외제교육방식이란 말인가? 학원의 전반적 상황을 볼 때, 교수는 보수적 소시민성의 울타리에 갇히고 학생은 이기적 상승 욕구에 빠져 대학은 고시학원, 직업학교로 전락하고 있다.
교수 재임명재란 무엇인가? 억압된 상황에서 지식인의 양심대로 진실을 말했던 교수를 죄인 아닌 죄인으로 만드는 정치적 필요에서 나온 지식인 탄압기구이다. 저들의 말대로 해직 교수님들의 연구 업적과 강의 내용이 부실했단 말인가? 오히려 명강의라서 수강생이 가장 많던 교수님들이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지난 겨울 매스컴에 오르내리던 총장휴학 명령권이란 무슨 뚱딴지인가? 학원 민주화를 외치는 학우들을 병영으로 몰아내겠다는 또 하나의 속임수가 아닌가? 그동안 학원 민주화와 사회 정의를 외치다 학원을 쫓겨난 해직 교수님들과 수많은 선배 동료들은 감옥에서, 병영에서 인고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돌연 감사패로 변하여 지난 5월 윤천주는 상기의 죄과대신 감사패를 꿰차고 자랑스럽게 교문을 나서고 말았다. 작년 12월 27일 국제 규모의 사기극인 허울 좋은 개국이래 최대사면조치로 석방된 선배들은 공민권(선거권, 피선거권, 공무원 담임권)뿐 아니라 해외여행 결격사유로 취직의 권리마저 박탈당한 3등 국민이 되었다. 그러한 이들을 병역 의무만은 1등 국민으로 우대하여 하나씩 병영으로 내몰고 있다. 사면이라면 당연히 복권, 복교되어야 마땅하며 권리와 의무가 괴리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법관이 아니라도 명백히 알 수 있다.
당국의 논리대로 보아도 한심하다. 총력안보 교란범(긴조위반)에게 총력안보의 일선인 국방을 맡긴단 말인가? 이러한 처사는 75년 7월부터 실시된 것으로 최전방의 상관과 요원의 감시하에서 사실상 구속기간을 3년 더 연장하려는 획책이다. 병역법 19조와 세부지침에 의하면 6개월 이상 징역 또는 금고형을 선고받은 자는 현역은 물론 방위소집에서도 면제된다고 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긴급 조치 위반의 경우 형평의 원칙을 적용시키지 않고 오히려, 구속 전에 병역 면제된 자까지 재검하여 병영으로 보내는 것은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정권 유지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지난 5월 26일 제14대 총장 취임식을 즈음하여 일간지와 대학신문이 보도와 사설을 통하여 입에 침이 마르도록 고총장님의 포부를 발표하였다. 그러나 상기의 대학제도와 문화풍토의 개선 없이 총장님의 행정능력과 장학금과 건물 증축만으로는 민족의 대학도 세계수준의 대학도 될 수 없음은 명백한 사실이다. 역사학자이신 고총장님의 역사의식을 신뢰하는 바이나 워낙 학원외적 탄압과 경직화된, 상업주의화된 대학문화풍토에서 개인은 무력한지라 고총장님이 윤천주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으시도록 모든 학생이 주체적으로 참여, 검토, 지지, 개선하여 창조적 대학문화가 달성될 수 있도록 학생의 자율적 활동은 보장되어야하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중단되지 말아야한다. 이에, 신임 총장님의 취임사 겸 자율적 학생 활동보장을 위한 총장님의 구상을 듣는 자리를 마련하고자하니 전 서울대인은 다음의 행동지침에 따라주길 바랍니다.
〈행동지침〉
1. 총장님께서는 본부 스피커를 통하여 말씀하신다.
2. 1979년 9월 18일(화요일) 12시~12시 50분에 본부가 보이는 잔디밭에 자연스럽게 앉는다.
3. 이 자리에서 각 단대별로 추진 중인 심포지움의 지원, 가을축제 중 작년에 누락된 민속제, 연극, 강연회를 비롯한 학생 자율적 행사, 차기년도 서클 등록 절차문제, 단대학보 발간의 보장, 신문사의 자율적 운영, 석방학생의 복학에 관한 대정부 건의 여부 등이 필수적으로 진지하게 언급되어야 할 것이다.
〈결의사항〉
1. 유신 헌법 철폐하고, 긴급조치 해제하라!
2. 경제위기 책임지고, 독재정권 물러가라!
3. 노동 3권 부활하고, 농민 이익 보장하라!
4. 구속 인사 석방하고, 복권, 복학 보장하라!
5. 언론 탄압중지하고, 언론인은 각성하라!
6. 행동지침에 대한 당국의 성실한 답변이 없을 경우 학원민주화의 거부로 규탄한다.
1979년 9월 11일 서울대
「경제시국선언」
최근 살인적인 물가고, 기업의 도산 및 실업, 유류파동의 문제는, 고질적인 저임금, 저곡가 속의 서민 대중의 생활의 피폐와 더불어 70년대를 특징지우는 경제현상들이다. 이와 함께 YH무역 여공 농성사건, 해태제과 여공에 대한 폭력과 강제 노동 사태, 오원춘 납치 폭행 사건들은 오늘의 경제적 모순과 사회적 불안을 경재성장과정에서 나타나는 부분적이고 일시적인 부작용으로, 그리고 민중의 자신의 권리에의 자각을 ‘불순세력’으로 은폐 호도하고 있으며, 조작적인 통계숫자놀음과 허구적 환상을 심어주는 경제 성장의 이데올로기로 민중을 기만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현금의 경제적 파탄과 그에 따른 현 독재정권의 일련의 폭력 사태에 대한근본 원인을 밝힘으로 우리들의 견해를 명백히 하고자 한다.
한국 경제의 기본구조는 외자도입과 수출주도라는 두 지주에 의해 뒷받쳐지고 있으며, 이로부터 모든 경제적 모순과 사회적 불안이 유래한다. 5.16 쿠데타 이후, 박정희 군사정권이 외자에 의한 외향적 성장정책을 추구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사실 자체가, 당시 대외종속적인 경제구조와 국내 불균형을 개혁하지 못한 박정희 군사정권의 매판성과 역사적 반동성을 드러내고 있음은 물론이다.
먼저, 수출주도에 의한 경제 성장이란 무엇인가? 이는 한마디로 노동자 농민의 착취, 수탈에 의한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확대 과정이다. 한국의 수출산업은 국민의 경제생활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매판 산업이다. 즉, 자본도 외국에서 원자재도 해외에서 들여오고, 제품은 다시 해외로 내보내는 수출 구조는, 국내에 있어서는 노동력의 혹사와 저임금구조이며, 이는 다시 농민 수탈과 저곡가구조이다.
경제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수출을 늘려야 하고 이를 위한 국제 경쟁력 강화라는 구호는 아버지는 저곡가, 아들딸은 저임금이라는 가난의 굴레를 강요해오고 있다. 더욱이 수출기업에 대한 온갖 특혜와 조세, 금융적 지원 등은 결국 서민 대중의 부담으로 전가되며, 이는 근래 수출조건의 변화에 따라 강요된 중화학공업에의 과열 투자와 방위산업에의 낭비적 지출과 합께 엄청난 물가고의 원흉이다. 여기에 또한, 수출주도로 밀려난 내수산업의 위축과 서민들의 생활필수품 공급장애가 가세되어 가난에 허덕이는 서민 대중의 목을 더욱 조르고 있다.
그뿐이랴! 저임금, 저곡가에 의한 국내 구매력의 저조를 해외수출로써 해소함으로써 연명해 왔던 수출구조는, 70년대 이후 가속되는 세계적 불황과 그에 따른 수입규제 등으로 외면적으로 성장에의 길이 봉쇄됨으로써 기업의 도산과 휴폐업과 실업의 문제를 첨예하게 드러내놓았다. 이들이 모두 수출 주도적 성장정책의 결과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면, 외자도입에 의한 경제성장이란 무엇인가?
수출증대와 경제성장의 과정은 외자도입의 증대과정이었으며, 대외종속의 심화과정이다. 해외독점자본은 수출 — 외자정책에 편승하여 국내의 매판 자본과 관료를 매개로 신식민주의의 지배를 구체화시키고 있다. 현금의 국내에 들어온 다국적 기업을 보라! 현 정권의 갖은 특혜와 지원하에 당당하게 들어온 외국자본은 심한 불평등 계약으로 단기간 내에 투자자본적인 과실 송금을 보장받는다. 게다가 원료의 독점 공급권 장악과 불평등한 제품판매 조건을 이용하여 한국경제의 기간산업을 지배하고 막대한 경제잉여를 수탈해간다. 예컨대 비료공업의 경우, 무분별한 외자도입의 결과인 비료 생산의 증대와 그에 따른 출혈수출은, 농민에게 부당한 비료값으로, 서민대중에게는 과중한 조세부담으로 국내외 독점자본의 배만 불려주게 된다. 이는 비료생산의 눈부신 증가(측 GNP의 증가)와 수출의 증대는 농민 부담의 과중과 국민세금의 중하(重荷)로 귀결되는 외자형 성장논리의 모순을 말해준다. 그리고, 최근 유류 파동의 원인은 무엇인가? 이는 단순한 외부충격의 결과가 아니며, 국내의 정유 3사와 그를 지배하는 국제석유독점자본이 바로 원흉임을 분명히 한다. 그들은 유류파동을 조장하고 그것에서 더욱 막대한 이익을 빼내가고 있으며, 이는 현 정권과의 결탁 없이는 결코 생각할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이리하여, 외자―수출의 경제 구조는 국내적으로 노동자, 농민의 착취, 수탈구조이며, 대외적인 종속구조임은 명백해졌다. 이 구조하에서 수출의 증대와 GNP의 성장은 노동자, 농민대중의 희생을 의미할 뿐이며, 여기에 노동문제와 농민운동의 뿌리가 있다. 70년대 들어와서 더욱 격화되어 가는 농민운동, 노동운동을 보라. 전태일 사건, 청계피복 노조사건, 동일방직사건, 그리고 지금의 YH무역 여공농성사건, 해태제과사태는 노동자 자신들의 힘의 자각이며, 함평고구마사건, 감자피해 보상운동 및 오원춘 납치폭행사건 등은 농민 스스로의 세력 신장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박정희 독재정권은 환각적이고 허구적인 경제성장 이데올로기를 언론탄압을 통해 강요하고 있으며, 경제난국을 소비절약운동으로, 공해산업을 자연보호운동으로 은폐하고 있다. 더욱이 새마을 운동과 ‘충효사상"은 민중의 참상을 우롱하는- 이데올로기적 최후발악이다.
우리는 현금 YH무역 여공 농성에 대한 현 정권의 폭력 만행과 오원춘 납치 폭행사건에서 유신체제의 본성을 다시금 확인하는 바이다. 박정희 독재정권은 그들 스스로가 노동자, 농민을 적대시하고 노골적으로 탄압을 가할 것임을 명백히 했다. 이는 현체제의 구조가 노동자, 농민의 피땀 위에 군림하고 있으며, 외자―수출정책의 지속은 곧 그들의 매판성과 반민중적 성격의 표현이며, 이에 대한 민중의 자각과 민중의 운동은 자신의 기반을 와해한다는 입장을 스스로 드러내 놓았다. 이제 그들에게 남은 것은 경제파탄과 이데올로기의 추락에 따른 억측적 논리와 순수 폭력뿐이다.
보라! 박정희 독재정권과 매판자본이여. 너희들 자신의 만신창이가 된 모습을!
민중의 피땀과 눈물로 타오르는 분노를! 그리고 너희들의 비참한 말로를!
1979년 9월 11일 서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