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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총학생회, 선언문 발표

19일 오후 서울대 총학생회는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한일회담을 즉각 중지하고 자체정비부터 단행할 것”을 촉구하며, “불평등을 기조로 진행되고 있는 한미행정협정은 주권을 모독하는 태도”라고 비난하는 선언문을 채택했다.『대학신문』 1965.6.21 1면 선언문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서울대 총학생회 선언문 지금 우리 민족은 파멸과 예속의 길로 몰락, 질주하고 있다. 정의와 용기와 예지를 생명으로 하는 우리 젊은 학도들이 탄압에 위축되고 희생을 두려워하여 이 욕된 역사의 연장을 외면 방관함은 후손의 준열한 규탄을 면치 못할 것임을 자각하고 이제 우리들은 또다시 민족민주투쟁의 선봉에 섰던 선배들의 뒤를 이어 구국의 기치를 높이 올린다.
통일, 민주, 자립국가의 건설은 화급하고도 중대한 민족적 과제이며 이 과업달성을 위한 기초작업은 외세에 굴종, 의존하는 기성지도자들의 뼈에 녹아 있는 노예근성을 타쇄하여 민족주체성을 확립하고 정치, 경제 사회의 모든 분야에 미만(彌滿)되어 있는 부정, 부패를 철저히 소탕하여 특권특혜 정치를 구축하는데 있음을 확신하고 이 작업진행에 우리의 모든 정열을 바쳐 투쟁하려 한다. 또한 이러한 과업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그 핵이 되고 구심점이 되는 자는 마땅히 집권자들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들은 대세를 외면, 왜곡으로써 역사에 역행하고 있음은 우리로 하여금 통탄과 분노를 금할 수 없게 한다.
현행 중인 한일회담의 타결이 바로 그 예의 하나이다. 이 회담의 내용이나 조건이 심히 우리에게 불리하고 그 회담태도 자체가 민족의 권위를 손상하는 굴욕적인 회담임은 우리가 수없이 지적한 바 있거니와, 그보다도 더욱 그 불가를 주장하는 이유는 전후 20년간의 미국원조에 의한 파행적 경제구조하에서 이를 근본적으로 시정함이 없이 현 정치인·기업인들의 생리와 자세로서는 오직 미국만이 아닌 일본에의 이중적인 정치경제적 노예국으로 전락할 것이 자명하다. 이와 같은 사태는 민족의 주체성을 더욱 약화시킬 것이며 특권, 부패를 조장할 것이라 확신하는 바 이 회담을 즉각 중지하고 자체정비부터 단행할 것을 촉구하는 소이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불평등을 기조로 하여 진행되고 있는 한미행정협정은 바로 원조국과 피원조국이란 관계로 양국 관계가 규정되어 있다 하더라도 진정한 우방으로서의 태도가 아니며 주권을 모독하는 태도라 확신한다. 우리가 이와 같이 민족주체성의 확립의 갈망하고 쟁취하려는 의도는, 굴욕적인 한일회담이 체결되고 불평등한 한미행협이 타결될 경우 한국은 명실공히 주권국가로서의 위치를 상실함은 물론 나아가서는 국제적 혼혈고아로서의 한국이 부각될 것임은 명약관화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리의 예측은 과민한 우려가 아니라 이미 그 전조가 나타나고 있는바 아아회의(亞阿會議)에의 초청거부는 단순히 친공세력의 농간만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데 우리의 고민이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들은 민족주체성을 확립하고 부정부패를 소탕하여야 한다는 중대한 사명을 자각하고 이를 수행하기 위한 제일단계 투쟁목표로서 다음과 같이 결의를 새로이 한다.

1.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한일회담을 즉각 중지하고 내부적 개혁부터 단행하라.
2. 정부는 한미행정협정을 체결함에 있어서 호혜평등 원칙을 고수하라.
3. 국민은 현하 민족운명을 직시하여 천박한 외풍에 오염되지 말고 민족의 긍지를 지켜라.
4. 국민은 일체의 사치의 낭비를 일소하여 내일의 영광된 조국건설에 과감히 참여하라.
5. 정부와 학교 당국은 대의를 위하여 자기희생적 투쟁을 계속하고 있는 단식학생들의 애국호소에 성의를 보이고 반성하라.
6. 이와 같은 우리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하여 우리는 극한투쟁을 불사한다.
1965년 6월 19일
서울대학교 총학생회『대학신문』 1965.6.21 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