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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불교조계종, 한일협정 관련 성명서 발표

8일, 대한불교조계종한일협정 국회비준과 관련해 경향신문에 다음과 같은 성명서를 발표했다.경향신문』 1965.7.8 석1면 전국 불교도에게 고함 전국 5백만 불교도 여러분!
우리는 지금 한일국교의 국회비준을 앞두고 커다란 민족적 시련을 겪고 있습니다.
불행하였던 과거를 깨끗이 청산하고 새로운 자세를 가지고 당당 주권국가의 일원으로 국제사회에 뛰어들어 국가의 이익과 민족의 장래를 좌우할 중대한 간두에 선 이때 국회비준을 사이에 둔 고조된 여론은 점차 격화하여 사회의 안정 질서는 불안과 혼란에 휘말릴 위기에 놓여있습니다.
불자여러분!
우리는 이런 때일수록 냉정하게 현실을 정시하고 질서 있는 주권국민의 태도와 정교분리의 원칙에서 종교단체의 순수성을 견지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우리 한국불교는 지금 빛나는 전통을 계승하여 새로운 역사를 창조할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우리는 지금 전국 1300사찰과 1만 2천의 승려, 5백만의 신도가 불자본연의 청정 원력으로 통합종단에 결속하여 근본적으로 사회의 안정과 질서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이때를 당하여 우리는 다시 지중한 원력과 정진으로 민족의 광명적 질서와 건설의 주동을 담당할 새로운 결의가 요구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격동기를 틈타서 종단분열을 획책하는 어떠한 책동에도 사회의 불안을 조성하고 민족의 전진을 둔화하는 어떠한 세력에도 동요될 수 없는 것입니다.
5백만 불자여러분!
참된 지혜는 올바른 정(定)에서 오는 것이며, 올바른 정은 청정한 계(戒)에서 오는 것임은 불조께서 고구정(苦口丁寧: 입이 닳도록) 이르신 바입니다. 민족의 영원한 번영과 국가 만년대계를 위하여 우리 민족은 지금 무엇보다도 참된 지혜의 결단이 필요한 것이며 거기에는 올바른 ‘정’과 ‘계’가 선행요인이 됨은 경의 말씀에서 분명한 바입니다.
절박한 지금의 국내외정세에 처한 우리에 있어 올바른 정과 계는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은 바로 정려, 신중, 결단, 성실이라 하겠습니다.
5백만 전국 불자여러분!
우리는 어디까지나 불자다운 이성과 총명을 견지하여 혼란과 편견과 감정에서 오는 과오를 경계하며 흥분하기 쉬운 대중 속에 의연히 서서 사회적 안정과 질서 건설에 진정한 불자의 진면목을 호지(護持)하심을 부탁하는 바입니다.
1965년 7월 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원장 김법용
대한불교조계종 전국신도회 회장 김상봉『경향신문』 1965.7.8 석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