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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시인 신동엽

산에 언덕에  -- 신동엽 


그리운 그의 얼굴 다시 찾을 수는 없어도

화사한 그의 꽃

산에 언덕에 피어날지어이.


그리운 그의 노래 다시 들을 수는 없어도

맑은 그 숨결

들에 숲 속에 살아갈지어이.


쓸쓸한 마음으로 들길 더듬는 행인아.

눈길 비었거든 바람 담을지네.

바람 비었거든 인정 담을지네.


그리운 그의 모습 다시 찾을 수는 없어도 

울고 간 그의 영혼

들에 언덕에 피어날지어이.   


1963년 3월, 장시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 등을 수록한 신동엽의 첫 시집 <아사녀>가 발간된다.  시인은 친구들을 초대하여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훗날 극작가가 된 신봉승이 사회를 보고, 동료 시인 누군가가 <산에 언덕에>를 낭송했다. 시낭송을 마치자 출판기념회장은 마치 깊은 숲속처럼 고요해졌다. 이 시가 4.19혁명 때  스러져간 젊은 영혼을 기리는 노래였기 때문이다. 시인은 "그의 영혼/ 들에 언덕에 피어날지어이"라며 죽어간 이들의 부활을 소망하고 있다.  <산에 언덕에>는 작곡가 백병동이 곡을 붙여 노래로도 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