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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양심Ⅱ - 이지문 중위 양심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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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3월 22일 밤 학생군사교육단(ROTC) 출신 육군 보병 소대장 이지문 중위가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공선협)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14대 국회의원선거 군부대 내 부재자투표 과정에서 일어난 부정행위를 폭로했다.

이 중위는 기자회견에서 “중대별로 실시된 군 부재자투표를 앞두고 집권 여당에게 투표함으로써 정치안정과 통일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군의 통수권자는 대통령이기 때문에 군은 대통령이 속해 있는 여당에 투표해야한다.”는 정치적 중립에 역행하는 정신교육이 계급별, 중대별로 이루어졌으며, “단위부대에 따라서는 중대장이나 인사계 등이 지켜보는 앞에서 찍도록 하는 공개기표가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현역 군인으로서 이번 국회의원 선거의 군 부재자투표에서 심한 부정행위가 이루어져 공명선거에 막대한 훼손이 있었다는 점에서 군인이기에 앞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문제점을 느껴 증언을 하게 되었다."며 "군 부재자투표가 공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외부 참관인제 도입 등 제도적 개선이 국회에서 선거법 개정을 통해 이루어지도록 시민운동을 펼쳐줄 것"을 요청했다. 

기자회견 직후 이 중위는 근무지 이탈로 강제 연행되어 구속되었다. 


공선협은 군부재자투표부정행위진상규명대책위원회를 구성하였고, 군 부재자투표 선거부정 진상규명 및 이지문중위 석방을 위한 백만인 서명운동을 전개하였다. 민주당 등 야당은 진상조사단을 꾸려 이지문 중위 면담 요구와 공개수사 등을 촉구했다.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등 재야단체들도 이지문 중위 석방, 군부재자투표 부정의 진상규명과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관련자 처벌 등을 요구했다. 

92년 4월 8일 육군 9사단 헌병대는 이 중위를 근무지 이탈과 허위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혐의로 군검찰부에 송치했다. 14일 이 중위는 9사단 보통군사법원 검찰부에 의해 기소유예 처분돼 구속이 풀린 뒤 부대징계위에 회부됐고 파면처분 돼 5월 4일 이등병으로 강등되고 불명예제대했다. 

이 중위는 92년 5월 파면되자 보병 제9사단장을 상대로 파면처분취소 소송을 냈다. 3년 뒤인 95년 2월 3일, 대법원은 이 씨가 군 부재자 투표의 혼탁상을 개선할 필요를 느껴 양심선언을 하게 됐고, 그 내용 가운데 관련자들의 행동과 발언이 진실에 부합할 뿐더러 비번 시간을 이용해 양심선언을 했으며, 그 뒤에서 군인으로서의 본분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 점 등이 인정된다며 "이 씨를 파면한 처분은 재량권을 넘어선 것"이라고 밝히며 원고승소 확정 판결했다. 

대법원의 승소 판결에 따라 복직했던 이 중위는 3월 20일 소속부대장으로부터 3개월 정직 처분과 함께 3월 25일자로 전역통보를 받았다. 이 중위는 "파면처분이 재량권 남용이라는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또 정직처분을 내리는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국방부에 징계항고를 냈으나 5월 18일 국방부는 기각했다. 

95년 3월 25일, 이 중위는 양심선언 후 수방사 소속 헌병들에게 강제 연행돼 불법구금 당하였으며 부당한 파면처분으로 피해를 보았다며 국가배상신청을 했다. 96년 4월 19일 서울지법은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당시 국방부가 이 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영장없이 34시간 불법구금했고, 변호인 접견도 거부했으며 수사발표 과정에서 이 씨의 명예를 훼손한 점이 인정된다"고밝혔다. 

이지문 중위의 폭로를 계기로 92년 대통령선거부터 군대 내에서 실시한 부재자투표는 영외투표로 개선되어 부정선거 시비를 차단하는 데 일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