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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지구 피학살자유족회 결성대회 개최

15일 오후 2시경, 대구시내 상공회의소 회의실에서 경북지구 피학살자유족회 및 위령제 준비위원회 결성대회가 열렸다. 이날 대구지구 계엄사무소장 윤춘근이 대회에 참석해 대회의 성격을 정할 것을 요구하였다. 윤 소장은 “대회의 성격을 바로잡아야 한다. 남로당(南勞黨)이나 보련(保聯) 가입자 또는 부역자(附逆者)로 좌익운동을 하다가 사망한 유가족이 있으면 대회는 개최할 수 없다”고 발언하였다. 이에 정상적인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학살된 자는 모두 피학살자라는 주장이 등장하여 논란이 있었으나 대회는 그대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위령제 준비위원회 결성대회는 진행되지 못하였다. 유족들이 “정당한 법절차도 밟지 않고 학살된 원혼(寃魂)들을 10년 동안이나 제사도 못 지냈는데 이제 그들의 영혼을 위령하는 것이 무엇이 나쁘냐”고 주장했으나 피학살자의 성분을 구분해야 한다는 윤 소장의 강력한 주장에 의해 결국 해산된 것이다.『영남일보』 1960. 6. 16 조2면 다음은 이날 채택된 선언문의 내용이다.
경북지구 피학살자유족회 선언문 우리들은 민주건국 발전사 상에 있어서 유례없는 오점과 반민족적 죄과를 범한 동족대학살에 희생된 원혼의 유가족들에 의해서 조직된 피의 결합체입니다
우리들은 지난날의 역사적 과오를 무조건 망각 또는 묵과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들 유가족회는 무슨 영웅 심리의 발작으로서 집단적 또는 개인적인 보복의사로서 형성된 정치적인 단체는 아닙니다. 동시에 어느 정당 사회단체 및 정치 상인들의 이용대상물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백히 해둡니다.
오직 11년간에 걸쳐서 이승만 전제 폭력 밑에서 내 사랑하는 고향 조국 땅 위에서 천추의 원한을 남겨두고 무덤도 없이 백골이 된 조부모 부모 형제자매 남편 처자들의 명복을 빌 뿐이며 또다시 이러한 민족적 비극인 ‘검은 역사의 무덤’을 만들지 않도록 거듭 노력하려고 합니다. 불법적이며 반공개리(半公開裡)에 있어서 무차별 거살(居殺)을 감행한 것은 조국의 가슴 속에 총탄을 쏜 것이 되며 이러한 것은 세기의 살인독재자 히틀러 나치스정권 대학살 이후에 있어서 특기해야만 될 만행이며 더구나 이것은 3.1 항쟁에 있어서 일본제국주의와 그 앞잡이 놈들에게 학살당한 것보다 수십 배에 달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기해야만 될 것입니다.
아직도 수십만을 살상한 자는 영웅이 되고 한 사람을 죽인 자는 살인범이 된다는 것을 합리화시키려고 하는 낡은 사고의 종복들에 의해서 조성된 공포폭력은 가시지 않고 도리어 배회하고 있는 듯하며 우리들은 어느 때까지 이 불안과 행복과 죽음의 자유만을 가질 수 있는 환경 속에서 호소도 못 해보는 약한 주권자 노릇을 해야만 되는가. 역사가 버린 사생아 고아 불구자로서 조소 치욕 감시받는 동물 이하의 생활을 해야 되는가 보장 없는 슬픔이 너무나 괴롭기 때문에 피의 역사를 고발도 증언도 할 수 없는 정도로 이성마저 잃어버린 것 같은 형편에 놓여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진정한 민주주의의 불꽃이 일어나는 조국과 그 역사 속에서만이 사무친 원한도 분노도 모두가 다 가시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아무리 헌법이 공문화 되고 폭압이 심했다 하더라도 오늘날까지 불법적인 사실을 조성해 두었다는 것은 집권정당은 물론이지만 모든 정당사회단체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정권 장악을 위한 「치열한 투쟁」의 백분지일의 성의와 노력을 경주했더라면 정치인으로서의 면목은 존재했을 것입니다.
일부 반민주적인 사고들은 ‘양민’과 보련원 국가보안법 관계 기미결내(旣未決內) 등에 대하여 소위 옥석을 분별하려고 하는 것은 원혼모독이 될 뿐만 아니라 이것은 그 저의가 불분명한 것이며 새로운 형태의 방법에 의한 공포를 암시하는 것입니다.
우리들은 허물어진 생활과 마음의 폐허 위에서 다시 망각과 재생의 길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민족적인 양심의 긴장과 동물과 구별되는 인간의 명예를 걸고서 역사적 사실과 현상을 정확하게 파악 관찰 정리하는 것은 민주적인 민족발전사 상 중대한 경종이 아니 될 수 없으며 동시에 전 국민이 각자가 냉정한 자기비판을 해야 될 계기가 되어주었으면 합니다. 무질서한 ◯분과 개인적인 보복심의 발작에 의한 파괴적 행위는 우리들이 원하지 않으며 오히려 이것은 정당한 요구를 저해시키는 결과를 초래케 할 위험성이 증대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혼돈상태를 벗어나기 위하여 우리들은 앞으로 당면활동으로서
一. 헌법에 규정된 기본인권의 보장
二. 예방학살의 정치 도의(道義) 확립
三. 학살피해에 대한 국가형사보상
四. 합법적 절차를 통하여 관련자에 대한 집단고발 및 처단
五. 피학살자의 원혼탑 건립
六. 불법적인 반민족현상에 대한 비판 시지(是止) 등을 3부에 건의 요구하고 전 동포들에게 학살과의 대결하는 국민운동 전개를 호소할 것입니다
불법적인 역사의 과과(過課)를 깨끗이 청산하는 것만이 새로운 역사의 창조와 민주발전을 위한 기본적인 성격을 규정지을 수 있는 것입니다. 비판과 시정을 시부(是否)하는 역사는 전진할 수 없는 것이며 오직 이것은 폭압과 암흑의 역사를 되풀이 연장시키는 것이 되고 말 것입니다. 이에 우리들은 유족회 결성대회의 이름으로써 다음과 같은 것을 요구하며 이것을 성취할 것을 엄숙히 선언하는 바입니다.

학살책임자는 자기 참회를 하고 자숙하는 마음으로서 모든 공직 정치무대에서 물러가라
피학살자 유족에 대한 정치경찰의 감시를 즉시 해제하라
정부는 이승만정권 하에서 감행된 학살에 의한 고아와 노쇠자를 구원하라
(1960년 6월 15일 경북지구 피학살자유족회 결성대회에서 채택)

경북지구피학살자유족회
고문 백기만 홍형의 최영호
고문변호사단 김용식 함승호 한석동 조창희 김정두 백오윤 박정서 박대형 정태흠 김봉환
회장 신석균
부회장 안귀남 이홍근
이사 조창희 박정서 정태흠 김◯화 박정◯ 박노경 이영세 이상조 백헌기 김한성 김장한
위원총무위원 이삼근 원호위원 백대윤 조사위원 이원식
섭외의원 김동선 부녀위원 김명선 학생위원 이효철

대구지구피학살자유족회
대표위원 이원식 조사위원 이복녕

지방유족회대표
금천시 정무택·포항시 최영태·경주시 최 정·경산군 김진석·금릉군 황 철·성주군 한상준
월성군 김하종·칠곡군 배일천·선산군 박복임·청송군 윤동희·의성군 이정상·영천군 김주원
달성군 곽 수·영덕군 권월상
출처 : 『돌꽃』경북 피학살자유족회 산하 대구 피학살자유족회는 1960년 12월 10일자로 유족회 회보 『돌꽃』의 창간호를 발행하였다. 기존 연구에서는 “1960년 11월 4일부터 『들꽃』이라는 회보를 발행했다”(『한국민주화운동사 1』, 276쪽)고 기록하고 있는데 창간호 발행일은 1960년 12월 10일이고, 정확한 회보명은 『돌꽃』이다제1호, 1960. 12. 10 ; 『경북지구피학살자유족회 선언문』, 1960. 6. 15( ◯는 판독불능 ; 편집자)